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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9)-행정수도이전과 위헌결정의 기속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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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9)-행정수도이전과 위헌결정의 기속력
  • 신종범
  • 승인 2020.07.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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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과반수를 훌쩍 넘는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 모든 부처 뿐만 아니라 국회도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연설이 있은 이후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16년전에 있었던 논란이 재현되는 모습이다.

2004년 많은 논란을 딛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을 위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신행정수도특별법’)이 가까스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이와 같이 위헌결정이 있었음에도 여당 원내대표가 주장한 행정수도 이전은 가능한 걸까?

16년 전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위헌의견 8명, 각하의견 1명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위헌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신행정수도특별법’은 헌법상의 수도개념에 포함되는 국가의 수도를 이전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는데, 수도를 설정하거나 이전하는 것은 국회와 대통령 등 최고 헌법기관들의 위치를 설정하여 국가조직의 근간을 장소적으로 배치하는 것으로 핵심적인 헌법사항에 속한다. 헌법전상으로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명문의 조항이 존재하지 않지만,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것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하여온 헌법적 관습이며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에 대한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하여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개정이 이루어지거나 그 법적 효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상실되었음이 국민투표 등의 방법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행정수도특별법’은 헌법개정사항인 수도의 이전을 헌법개정절차를 밟지 않고 단지 법률의 형태로 실현시킨 것으로 헌법 제130조에 따라 헌법개정에 있어서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16년이 지난 현재 여당 원내대표가 주장한 행정수도 이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다. 그 걸림돌을 제거하는 방법은 수도와 관련된 내용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헌법 개정을 하는 것이다. 위헌결정을 내린 이유에서 밝힌 것과 같이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헌법개정을 통하여 개정하면 된다. 그 방법은 행정수도를 이전하려는 지역을 특정하여 ‘대한민국 수도는 000로 한다’라고 하거나, 이전하려는 지역을 법률에 위임하여 ‘대한민국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헌법개정을 통하게 되면 위헌 논란이 생길 여지는 없다. 그러나,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국회에서 의결할 수 있고,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헌법개정이 확정된다. 그 절차가 매우 엄격하여 개정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개정 이야기만 나와도 극심한 대립을 초래한 전례를 볼 때 아무리 거대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헌법개정을 통한 행정수도 이전은 요원해 보인다.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다면 여당 단독으로도 가능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이 유력하다. 그 특별법은 16년 전 이미 위헌결정을 받은 ‘신행정수도특별법’의 내용이 상당부분 반영될 것이다.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서는 이미 위헌결정이 있었고, 헌법재판소는 수도를 이전하려면 헌법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음에도 다시 수도 이전내용이 포함된 특별법을 새롭게 제정하는 것이 법리상 가능할까?

헌법재판소법은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羈束)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7조 1항, 제75조 6항). 이에 따라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위헌결정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 이를 ‘위헌결정의 기속력’이라고 하는데, 국회 입법권과 관련하여 이미 위헌결정이 난 법률 조항과 같은 내용의 입법을 국회가 다시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 위헌결정은 주문 뿐만 아니라 이유에도 기속력이 미치고, 국회도 국가기관이므로 이미 위헌결정이 난 법률 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입법을 하는 것은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에, 위헌결정의 기속력은 주문에만 미치고 이유에는 미치지 않으며, 가사 이유에도 기속력이 미친다고 하더라도 민주주의 실현과 잘못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으므로 국회 입법권을 기속할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 판례가 변경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고(제23조 제2항 제2호), 사회, 시대적 상황이 위헌결정 당시와 상당한 변화가 있음에도 위헌결정이 있었다고 하여 동일한 내용의 입법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며, 새로운 입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도 있으므로 위헌결정이 있었던 법률 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새로운 입법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16년 전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당시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이 내세운 관습헌법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한다면, 16년 전과 유사한 내용의 특별법을 다시 제정할 것이 유력하고 그렇다면 그 특별법에 대하여 다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16년이 지난 지금에도 관습헌법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자못 궁금하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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