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우주 시대로의 한 걸음 : 미사일지침개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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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우주 시대로의 한 걸음 : 미사일지침개정의 의미
  • 신희섭
  • 승인 2020.07.3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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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040년 1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 있다. 바로 ‘우주산업’이다. 우주산업이란 우주와 연관하여 인간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의미한다. 이런 신생 산업의 규모가 우리돈으로 1200조를 넘긴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으로 전세계 자동차 판매액수가 2200조원이다. 이 수치로 비교하면 우주산업은 자동차 시장의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우주로 눈을 돌린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 우주가 현재까지 민간보다는 국가에 의해 전략적으로 이용되어 왔다는 점, 우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 이제 막 민간에서 사업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0년 내에 1조 달러 규모까지 성장한다는 이 수치는 대단한 것이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일상적 재화가 된 자동차시장과 비교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 봐도 그렇다.

우주가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큰 반대의견이 없다. 다만 시기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정보가 워낙에 없다보니.

우주산업이 먼 이야기이고 주로 선진국의 이야기였던 한국에게 새로운 이슈가 던져졌다. 바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이다. 2020년 7월 28일, 한국은 미국과 미사일지침을 개정했다. 1979년 만들어진 한미 미사일지침이 4번째로 수정된 것이다. 2017년 3번째 수정에서는 탄두중량제한을 해제하였는데, 이번에는 그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체연료 사용의 핵심적 의미는 좀 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로켓을 발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액체연료만을 사용해서 로켓을 발사할 수 있었다. 로켓발사는 미사일로 전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로켓발사에서조차 군사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고체연료의 사용은 금지되어 있었다. 액체로켓은 추력이 강하기 때문에 장거리 발사체나 무거운 위성을 띄워올리는데 사용한다. 하지만 저고도로 발사체를 발사하거나 안정적이며 신속한 발사에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로켓발사에 드는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고체 로켓은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한미미사일지침의 개정으로 군사적차원에선 한국이 고체연료에 기초한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민간차원에서는 비용이 덜 들고 안정적인 고체연료를 이용한 다양한 우주관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불안정한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사용할 수 있는 군사 수단을 늘렸다는 점에서 안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고, 우주가 새로운 미래산업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술 수준이 발전하고 있어 지경학(geoeconomics)적으로나 지정학(geopolitics)적으로도 우주는 중요하게 될 것이다. 우선 우주는 산업차원에서 몇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태양열을 이용한 발전에너지 생성과 같은 에너지산업 분야이다. 현재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려는 노력들이 있지만 성과가 미진한 상황에서 우주는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다.

둘째, 광물자원과 관련된 자원산업이다. 우주에는 현재 지구에서 사용하는 광물자원뿐 아니라 지구에서 사용해 본적이 없는 광물자원도 있다. 지구내 늘어나는 인구 대비 부족한 자원시장에서 신소재발굴이나 광물자원의 확충도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실제 2010년에 만들어진 Plaetary Resources나 2013년에 만들어진 Deep Space Industries 같은 회사들이 이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게다가 지금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파악된 자료에 따르면 태양계의 소행성 700여개에 100조 달러이상의 광물자원이 있다고 한다.

셋째, 관광과 유인화사업이다. 2020년 5월 30일 스페이스엑스의 일환으로 세계최초 민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Crew Dragon)’을 발사시킨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그는 달에 대한 유인기지 건설과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것까지 다양한 사업구상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 역시 불루 오리진(Blue Origin)이란 회사를 설립하여 독자적인 로켓과 우주선을 개발중에 있다. 이외에도 에어버스와 같은 회사도 우주관광 산업에 뛰어들었다.

우주라는 공간은 군사적으로도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지정학이 기술발전에 따라 지형을 이용하는 편익이 달라져 군사적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보면, 우주 공간 역시 기술 발전수준에 의해 군사적 활용도가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2019년 12월 20일 미국은 공군사령부에서 우주군(United States Space Force, USSF)을 창설했다. 중국의 2007년 위성파괴 미사일 발사로 주목을 받게 된 우주물체에 대한 공격이나 러시아의 위성요격실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위협데 대비하기 위해 미국은 2024년까지 150개의 인공위성이 연계된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스페이스엑스 사업 중 ‘스타링크(4만 2천개의 소형위성으로 연결된 무선 인터넷네트워크 사업)’와도 연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2010년부터 최근까지 우주군 소속 우주왕복선인 ‘X-37B’라는 무인우주왕복선을 6차례 발사할 만큼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우주에 대한 지정학적 접근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가 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독자적인 위성운영 등으로 대응하지만 초보적 수준이다. 물론 이번에 미사일지침이 개정되었다고 하루만에 큰 변화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민간분야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지원과 유인책 제공이 되면 ‘능력있는 한국인들’은 이 분야에서도 빠르게 선진국을 추격할 것이고 언젠가는 이들 기술을 뛰어넘을 것이다.

새로운 미래가 오고 있다. 우주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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