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가 지난 27일 내놓은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박탈’을 골자로 한 검찰 개혁 권고안이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개혁취지에 역행하는 생뚱맞은 권고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혁위 권고안은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각 고등검사장에게 분산하고, 수사에 대해서는 일반적 지휘만 내리도록 했다. 법무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각 고검장에 대해 서면으로 하되 사전에 고검장의 서면 의견을 받고, 법무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중 불기소 지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라고 했다. 또한, 권고에는 인사와 관련해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이 아닌 ‘검찰인사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현직 검사만이 아닌 판사, 변호사, 여성 등 다양한 출신의 후보 중에서 검찰총장을 임명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제2기 개혁위의 권고안은 과연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권고안의 핵심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를 전국 6개 고검장에게 나눠주라는 것이지만, 이 정권 사람들에게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로 전락해 버린 윤석열 총장이 더는 수사에 간여하지 못하게 하려고 본심을 감추고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꼼수다. 현 집권층이 권력 수사의 가능성을 아예 잘라놓겠다는 계산이다. 되레 법무장관은 검찰총장 대신 6개 고검장에게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제왕적 검찰총장을 없애겠다면서 법무장관에게 제왕적 권한을 주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궤변이다. 정치적 상황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정무직’인 법무장관에게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를 쥐여주는 것은 오히려 더욱 정치에 종속되도록 하는 방안이다. 판사, 변호사, 여성 등 검찰총장 임명도 ‘다양화’라는 핑계로 ‘정권 입맛’에 맞는 꼭두각시 총장을 내세울 길을 터주는 셈이다.
이번 개혁위의 권고는 정권 입맛에 맞는 장관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본심을 드러내고 있다. 각계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자면서 법무장관에게 구체적 수사에 대한 지휘권까지 부여하고, 인사권까지 강화하자는 제안”이라며 “생뚱맞고 권한의 분산이라는 취지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총장에 권한이 집중돼있기 때문에 고검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넘기자는 제안을 하면서 법무장관에게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주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총장이 인사에 관여할 여지를 대폭 줄인 권고안에 관해서도 “검찰인사위의 권한 강화 없이 사실상 검찰총장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법무장관의 검찰 인사권을 현행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권고안이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한다”며 “이런 안은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검찰개혁의 본질은 검찰이 ‘정치의 시녀’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고 검찰권 오남용 방지는 그다음 과제”라며 “검찰총장 권한 분산에만 눈이 멀어 검찰개혁의 본질을 망각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개혁을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개혁의 장기적 비전을 생각했다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부터 폐지해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변협도 성명서를 내 “개혁위 권고안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8조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구체적인 사건 개입 시도가 있을 때 검찰총장이 수사 공정성을 위해 이에 맞서라는 의미”라며 검찰 개혁과 검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는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범 때부터 정치 편향성 우려를 받았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애초부터 검찰 장악이라는 목적을 정해둔 ‘답정너 위원회’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폐기해야 할 권고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