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학적성시험과 법조인으로서의 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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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학적성시험과 법조인으로서의 역량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7.24 10:4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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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이제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로스쿨에 진학해 3년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길이 유일한 통로가 됐다. 때문에 로스쿨 입시의 필수 전형자료가 되는 법학적성시험은 사실상 법조인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인 셈이다.

그 첫 번째 결전의 장이 지난 19일 펼쳐졌다. 2008년 첫 법학적성시험이 실시된 후 어느새 13번째 시행에 이른 이번 법학적성시험은 역대 최다 인원이 지원하면서 한층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치러졌다.

여느 때와 같이 일찌감치 시험장에 도착해 시험장 주변 분위기도 살피고 관련 자료들을 훑어보다 보니 어느새 시험 종료 시간이 됐다. 비 예보가 있던 터라 작은 우산도 하나 챙겨갔는데 다행히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은 구름이 가득 껴 우중충하고 공기는 축축한 것이 이런 날씨라면 기운이 쑥쑥 나지는 않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라고 해야 할까 시험을 마치고 나서는 응시생들의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응시생들의 지친 표정은 날씨 탓이 아니라 시험 때문이었지만 말이다.

응시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언어이해, 추리논증 모두 매우 어려웠다고 했다. 특히 언어이해에서 체감난도가 매우 높게 형성됐는데 응시생들의 평가를 요약하자면 지난해에 비해 지문 자체의 생소함이나 난해함은 완화됐지만 분명히 잘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답을 고르지 못하겠더라고. 단순히 문장 자체에서 드러나는 정보 이상의 사고와 논리, 이해력이 필요한 문제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리논증도 어려웠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추리논증의 경우 유형 변화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예년에 비해 계산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또 초반부의 문제는 평이했지만 후반부는 난도 높은 문제들이 이어지면서 당황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같은 유형 변화와 출제 형태에 따라 응시생들의 체감난도에도 편차가 다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랴부랴 시험장 취재를 마치고 기사를 작성하고 나서 시험장에서 만난 응시생들의 반응과 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평가에 차이가 있지는 않을지 궁금해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커뮤니티 반응도 살펴봤다. 다행히도 온라인상의 평가도 시험장에서 나타난 평가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안도하며 게시된 글들을 쭉 읽어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로스쿨에 들어오라면서 시험 문제를 보니 오지 말라고 하는 것 같더라’는 농담 섞인 글부터 몇 번이나 법학적성시험을 치렀는지를 묻는 글, 분명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도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며 실망하는 글 등이 각 문제의 답이 무엇인지, 평균이 얼마나 될지 등을 묻는 글들 사이에 이어졌다.

그 글들을 보면서 기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법학적성시험은 로스쿨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 법조인이 될 자질을 검증하는 시험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실제로 여러 관련 토론회에서 로스쿨 교수님들도 법학적성시험과 로스쿨에서 이뤄지는 교육과의 상관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객관적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현행 로스쿨 입시 체제 하에서 법조인이 되고 싶어하는 많은 수험생들이 법 가까이에도 가보지 못하고 법학적성시험을 준비하는데만 몇 년씩 쏟아붓고 있다.

앞서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은 이미 법학적성시험을 포기했다. 일본의 선택이 꼭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고민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현행 법학적성시험이 법조인으로서의 역량 검증에 적합한 시험임을 입증하는 연구, 혹은 보다 직접적으로 법학 적성을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의 개발과 도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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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0-07-26 09:35:53
리트 고자들 정신승리 그만 좀 하세요.

맞는말이네요 2020-07-26 07:42:53
정말 LEET만을 고집해야할 필요가있을까 하는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미국에서도 LSAT점수 없이도 입학할 수 있는 로스쿨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글을 보았는데 그렇다는건 LSAT즉 적성시험이 만능은 아니라는걸 그리고 큰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못한다는걸 생각하게되며, 옆나라 일본의 경우는 큰 돈 들여서 적성시험으로 합격해 로스쿨에 입학한 인재보다 사법시험1차같은 예비시험을 합격한 인재가 신사법시험 합격률도 더 높고 실무에서도 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여 예비시험인재를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즉 적성시험의 효용성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적성시험이 진짜 법학수험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지 정말 필요한 시험인지 다시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천사안혜성 2020-07-24 12:47:28
안혜성 기자님이 로스쿨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많이 힘써주시네요 입법자들이랑 로스쿨관계자들이 만들어놓고 손만 놓고 있지말고 제도개선의 노력을 좀 해줬으면 좋겠네요... 십여년째 답보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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