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세대(generation)’ 정치: 인지적 무당파층과 이슈투표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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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세대(generation)’ 정치: 인지적 무당파층과 이슈투표의 관계
  • 신희섭
  • 승인 2020.07.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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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br>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022년 3월 9일. 2022년 6월 1일. 무슨 날인가 싶을 것이다. 먼저 3월 9일은 20대 대통령선거가 있는 날이다. 그리고 6월 1일은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2017년 탄핵으로 대통령선거일정이 5월 9일로 바뀌면서 20대 대선의 날짜도 3월이 되었다. 대선을 3월 봄에 치르게 되는 것도 낯설지만, 대선 이후에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도 처음이라 어색하다.

2년 후의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투표할까? 그때가 되어야 선거 이슈를 알 수 있겠지만, 우선 지역주의, 이념이 여전히 중요한 투표 기준일 것이다. “뭐야? 이런 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 이런 의심이 들 것이다.

그래서 좀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년 사이에 지역주의가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충청권 지역주의가 조용히 사라진 것처럼 지역주의 투표행태도 사라질 수 있겠지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진보-보수’라는 이념 투표도 사라지기는 어렵다. 유권자들이 대표선출을 단순화하는 것에서는 ‘정당일체감’이나 ‘이념일체감’ 만큼 편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뒤의 투표에서는 한 가지를 더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세대(generation)’정치다.

2020년 선거에서도 세대정치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약진했던 386세대가 현재는 586세대가 되었다. 그 결과 한국정치에서 60대를 중심으로 진보와 보수가 구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과거와 달리 50대에서도 민주당지지율이 높게 나오면서, ‘50대 이하 세대 = 민주당지지 vs. 60대 이상 세대 = 통합당 지지’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것은 50대 세대가 나이가 들면서 보수화되는 연령효과(aging effect)보다 특정 시점에서의 경험에 의해 이념이 구축되는 동년배효과(cohort effect)가 더 강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눈여겨 볼 것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서 정치적 성향이 586세대인 민주화세대와도 다르고 3, 40대의 민주화이후 세대와도 다르게 나타난다. 즉 다른 세대와 다른 ‘밀레니얼 세대’의 투표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이들은 과거 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통계가 잡힌)대선 투표율로 볼 때 20대는 18대 대선에서 68.5%가 투표했지만, 19대 대선에서는 76.1%가 투표했다. (통계가 잡힌)19대 총선에서 20대는 36.2%가 투표를 했지만, 20대 총선에서는 49.4%로 높아졌다. 둘째, 이들이 상대적으로 민주당을 더 지지하지만, 이것이 안정적인 정당일체감에 따른 것은 아니다. 실제 이들 세대는 무당파층이 많다. 또한 이슈에 따라 정당을 지지하는 투표 유동성 역시 높다.

2020년 6월 26일에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20대(19세 포함)의 민주당 지지율은 27%로 나타났다. 반면 미래 통합당 지지율은 13%였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20대의 무당파비율이 40%나 된다는 점이다. 유권자 전체 평균인 24%보다 16%나 높다. 두 번째는 특정정책에 대해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실제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책으로 인해 하락(6월 12일 조사에서 34%)했다. 셋째, 20대는 30대와 40대와도 다른 정치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3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45%이고 무당파비율은 26%이고, 40대의 민주당지지율은 55%이고 무당파비율이 17%라는 점과 대비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2020년 7월 17일 한국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결과는 좀 다르다. 19세에서 29세 사이의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올랐다. 하지만 무당파층은 45%(전체 유권자 평균 27%)로 더 높아졌다. 3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46%이고 무당파층 비율이 27%이고, 4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47%이고 무당파층 비율이 22%인점과도 확연히 구분된다. 앞의 3가지 분석결과와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전체유권자들 중에서 가장 무당파층이 많다. 둘째, 정당지지가 빠르게 바뀐다. 셋째, 이전 세대들과 다르다.

좀 더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겠지만 위의 자료에서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이들 밀레니얼 세대(현재 10대와 20대)는 민주화 이후 세대(30대와 40대)와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 둘째, 이들 세대는 이전 세대처럼 지역주의, 이념과 같은 거대 담론에 의해 움직이거나 정당일체감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이들세대는 다른 세대 보다 ‘공정성’에 더 관심이 많다. 한편 자신의 ‘현실적인’ 이익에 민감하다. 정보통신혁명의 수혜자들답게 ‘다양성과 변화’를 선호한다. 그런 점에서 아직은 인구 구성에서 소수인 이들 세대가 선거경쟁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 투표기준은 지역주의나 이념 보다는 특정 이슈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세대정치에 따른 변화에 좀 더 재미있는 분석도 있다. 정진민 교수가 무당파 유권자를 세분화한 분석이다. 정진민 교수는 러셀 달튼(Russell Dalton)의 분석틀인 ‘인지적 무당파층(apartisan)’과 ‘비인적적 무당파층(apolitical)’을 도입하여 ‘신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이들 세대에서 ‘인지적 무당파층’이 많다는 점을 입증하였다. 여기서 ‘인지적 무당파층’이란 정치에 대한 정보가 많고 관심도 있으며 높은 교육수준을 보이지만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을 의미한다. 즉 정치를 잘 알지만 딱히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다.

이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들 밀레니얼 세대의 인지적 무당파층은 정치에 관심이 있고, 공정성이란 기준과 현실적인 자신의 이익기준이 작동하기 때문에 ‘지역주의’와 ‘이념’이란 거대 담론이 아닌 특정 ‘정책’에 빠르게 반응한다. 앞서 여론 조사에서 본 인천공항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민주당 지지율 변화를 보라.

2022년 선거까지 밀레니얼 세대 인구가 갑자기 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386세대가 586세대가 된 것처럼, 이들도 점차 한국 선거에서 주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당들은 정책에 민감하고 매우 유동성이 높은 이들 세대의 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고 좀 더 신선한 선거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 세대는 한국 정치에서 그 어렵다는 제 3 진영을 만들 수 있고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2년 뒤 선거를 기대해보자.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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