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8)-‘웰컴투비디오’ 사건과 범죄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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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8)-‘웰컴투비디오’ 사건과 범죄인인도
  • 신종범
  • 승인 2020.07.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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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웰컴투비디오’. 왠지 훈훈하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영상들이 모여 있을 것 같은데, 실은 아동,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영상이 유통되는 사이트였다.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n번방’ 보다 이전에 생겼고,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유포 사이트였음에도 국내에서는 그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가 미국이 우리나라에 그 사이트 운영자를 인도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웰컴투비디오’ 운영자는 손정우로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Dark Web) 사이트를 운영하며 성착취물을 배포한 혐의 등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되어 복역 중 미국 법무부로부터 범죄인인도청구의 대상이 되었다. 미국 검찰은 손정우에게 아동 음란물 배포 등 9개 혐의를 적용해 미국 법원에 기소한 후 한국에 범죄인인도를 청구하였다. 인도청구를 받은 우리 법무부는 손정우의 만기출소 10일을 앞두고 인도구속영장을 발부받은 후 서울고등법원에 범죄인인도심사를 청구했다.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범죄인인도는 A국가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가 B국가로 도주한 경우 A국가가 B국가에 그 범죄자의 인도를 청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손정우는 국내에 서버를 두고 사이트를 운영하였을 뿐 미국에 간 사실이 없다. 또한, 관련 혐의로 기소되어 우리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과연 이러한 경우에도 인도대상이 될까?

‘웰컴투비디오’는 웹을 통하여 전 세계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었고, 실제 전 세계 100여만명의 회원들에게 20여만개의 음란동영상을 제공하면서 40여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올렸다. 손정우는 국내에만 있었지만, 그의 범죄행위는 전 세계에 걸쳐 있었던 것이다. 아동 음란물을 소지만 하여도 매우 강하게 처벌하는 미국에서 ‘웰컴투비디오’는 중대한 범죄가 벌어지는 곳이고, 그 운영자인 손정우는 중범죄자에 해당하니 미국은 당연히 우리나라에 그의 신병인도를 청구한 것이다. 우리 법무부는 미국이 인도 요청한 대상범죄 중 국내에서 처벌받지 않은 자금세탁 부분에 대해서만 범죄인인도심사를 청구했다.

이처럼 법무부가 미국에서 중범죄로 처벌되는 범죄를 범한 손정우에 대하여 이미 한국에서 처벌을 받은 부분을 제외하고 범죄인인도심사를 청구했음에도 심사를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법무부의 인도청구를 기각하고, 인도거절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미국으로 인도시 이중처벌의 위험이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 미국으로 인도하는 것은 비인도적이라는 손정우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자국민 불인도 원칙’, ‘웰컴투사이트’ 회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국 회원들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 범죄인을 더욱 엄하게 처벌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범죄인인도제도의 취지가 아닌 점 등을 이유로 인도거절결정을 하였다.

범죄인인도법은 대한민국 영역에 있는 범죄인이 대한민국과 청구국의 법률에 따라 사형, 무기, 장기 1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청구국에 인도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인도범죄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확정된 경우, 범죄인이 종교, 정치적 신념 등의 이유로 처벌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 경우 등에는 인도를 할 수 없고(절대적 인도거절사유), 범죄인이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인도범죄가 대한민국 영역에서 범한 것인 경우, 범죄인의 인도범죄 외의 범죄에 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또는 범죄인이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지 아니하거나 면제되지 아니한 경우, 범죄인을 인도하는 것이 비인도적(非人道的)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인도하지 않을 수 있다(임의적 인도거절사유).

서울고등법원은 손정우에 대한 인도심사청구 사건에서 범죄인인도법이 규정하고 있는 거절사유를 근거로 인도거절결정을 하였다. 그럼에도 법원의 인도거절결정 이후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아동 성착취물 등을 포함하여 성 관련 범죄에 대하여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법원이 이를 강하게 처벌할 수 있는 미국으로의 인도 마저 거부함으로써 중범죄자를 끝까지 비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권국가로서 자국민에 대한 사법권 행사는 스스로 해야한다는 ‘자국민 불인도의 원칙’에서 보면 이번 인도거절결정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비난하는 것은 그동안 성범죄자에 대한 우리 사법부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인도거절결정을 하면서 법원은 “우리나라의 해당 범죄 법정형 자체가 미국보다 현저히 가볍고 관련 입법이 불충분할 뿐 아니라 그동안 수사 기관과 법원도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범죄 관련 문제의식이 미약한 상태에서 형사사법 제도를 운영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잘 알고 있는 법원이 앞으로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재판을 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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