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71)-권색이원(權色異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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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71)-권색이원(權色異源)
  • 강신업
  • 승인 2020.07.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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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했다. 충남지사 안희정이 김지은을 성추행하고 성폭행한 죄로 실형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가운데 오거돈 부산시장은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부산시장 직을 내놓고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페미니스트를 자처해온 서울시장 박원순마저 성추행 혐의로 피소를 당한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박원순은 특히 부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 권인숙을 변호하는 등 여성인권과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평을 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성추행 피소는 대한민국 정계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여성계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더구나 안희정이나 오거돈과 달리 박원순은 스스로 생을 마감함으로써 권력의 위험함과 무상함을 더 크게 부각시켰다.

그렇다면 소위 ‘박원순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을 알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그가 서울시장을 너무 오래 했다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될 것이다. 권력은 물과 같아 고이면 반드시 썩는다. 그리고 자칫 썩은 물은 권력자의 파멸을 불러온다. 그런데 박원순은 오히려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이 조선시대 한성판윤을 통틀어도 서울의 수장을 가장 오래 했다고 자랑했다 하니(한성판윤의 평균 재직 기간은 6개월이었다) 권력 놀음에 위기가 닥치는 걸 몰랐다고 해야 한다. 박원순이 유방의 책사 장량이 자신과 가문을 지킨 상지상책, 성공불거(成功不居)의 교훈을 명심했더라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색욕을 방심한 탓일 것이다. 어쩌면 박원순은 ‘나는 도덕관념이 좀 남다르다’고 생각하며 경계를 늦추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 중에서 가장 큰 두 가지가 있다면 식욕과 색욕이다. 식욕은 생명을 유지하는 길이고 색욕은 종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식욕이 없다면 인간은 그 존재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고 인간에게 색욕이 없다면 존재를 계승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물을 보면 먹이를 찾고 짝을 찾는 일이 일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인간도 엄연히 동물인 이상 식욕과 색욕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따지고 보면 인간 역시 먹고 마시는 일과 남녀관계가 삶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인간은 누구도 색욕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특별히 경계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자가 주변에 여성들을 두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지 않는 것은 고양이 앞에 생선을 놓아두는 격이다. 자고로 역사상 실패하지 않은 계책이 있다면 미인계라고 할 정도니 권력자는 이 점을 특별히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권력과 색의 역학관계 때문이다. 권력의 행사는 본질적으로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작용인데 이 과정에서 마찬가지로 에너지 발산 작용인 성적 충동이 추동된다. 따라서 권력을 행사하는 자들은 특별한 자제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성적으로 일탈하기 쉽다. 권력자들은 특히 그들이 갖는 특유의 보상 욕구가 성적 일탈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즉, 권력자들은 자신들은 나라를 위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큰일을 하는 사람이니 자신같이 훌륭한 사람을 모시는 비서는 당연히 자신을 좋아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비극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과거로부터 재색동원(財色同源)이라 하여 재물과 색은 그 근원이 같아 재물이 많은 사람은 여자가 많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권력과 색욕은 그 근원이 같지 않아 권력을 가진 자가 여복이 많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과거 왕들은 여자가 많지 않았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엄밀히 말해 왕이 여자가 많았던 것은 권력 때문이 아니라 그의 돈 때문이다. 과거 왕조국가에서 왕보다 더 부자인 사람이 어디 있는가. 사실 권력과 색은 가깝지 않은 것인데 권력으로 색을 얻으려 들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쨌거나 한 자리에 너무 오래 머무르며, 색욕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권력을 이용해 색욕을 채우려 한다면 이는 패가살신(敗家殺身)의 지름길이다. 힘깨나 쓰는 권력자들, 특히 제왕적 권력을 누리는 사람들일수록 이를 특별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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