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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코로나 시대 식량안보: ‘거리의 중용(中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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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코로나 시대 식량안보: ‘거리의 중용(中庸)’
  • 신희섭
  • 승인 2020.07.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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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br>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아야 하는 시대. 코로나가 바꾼 가장 큰 변화는 ‘거리’다. 일명 ‘거리의 중용’이 필요해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거리의 중용’의 대표적 사례다. 너무 가까워지면 바이러스에 취약해진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고립시키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일정한 거리를 두어서, 자신을 지키면서도 경제도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때 떨어져야 하는 거리는 기계적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위험도가 높을수록 멀리 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맘에 부담이 적어진다. 거리는 실체 문제일뿐 아니라 인식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떨어지면 관계가 소원해진다. 그래서 거리에도 ‘중용(中庸)’이 필요한 것이다. 과하거나 넘침이 없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은 ‘거리의 중용’을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의 주류 패러다임은 세계화다. 이 세계화 패러다임의 핵심은 ‘거리의 축소’다. 거리를 줄이는 것은 시간을 줄이며 행위자관계를 밀착시킨다. 코로나사태가 세계화 추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냉각수 역할은 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과 공동체가 너무 가까워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사납게 가르키고 있는 중인 것을 보라.

흑사병이 돌던 시대처럼 인류는 완전한 고립화로 갈 수 없다. 그렇다고 코로나 이전처럼 완전한 세계화만을 주장할 수도 없다.

거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근 이슈가 있다. 바로 식량위기와 식량안보다. 코로나 사태로 국경들이 봉쇄되다시피 하면서 한국의 취약한 식량안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확실히 식량문제는 세계화의 완전개방구조와 식량자급이라는 고립화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택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완전한 개방과 완전한 고립 사이에서 적절한 거리, 거리의 ‘중용’이 필요한 것이다.

식량의 자유무역구조가 깨지면 어떻게 될까! 수치가 중요한 대답을 한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가축 사료용을 빼고 주식용 곡물만의 자급률)은 2019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45.2%에 불과하다. 사료용 곡물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019년 기준으로 21.7%이다. 소비가 줄어든 쌀은 자급률이 2018년 기준으로 97.3%나 되지만 쌀을 대체하고 있는 밀(1인당 쌀 소비량 61kg, 밀 소비량 32.2kg)의 자급률은 0.7%이다. ‘한국인의 곡물’ 중 하나인 콩의 자급률은 11.3%에 불과하다. 결론.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외국에서 가져다 먹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수급불안은 심각한 위기를 만들 것이다.

안보를 ‘위협(threat)’이나 ‘손상(damage)’으로 부터의 자유라고 규정할 때, 식량안보는 “식량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수급으로 걱정이나 우려가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직접 먹는 식량의 1/2 이상을 외국에서 가져다 먹는 취약한 상황이다.

자유무역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식량문제는 큰 걱정이 아니다. 현재 우리는 무엇을 더 잘 먹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게다가 먹는 것의 30%를 음식물 쓰레기로 내다버리는 ‘과잉’의 시대다. 보릿고개를 잊고 산 지 꽤나 오래된 시대다. 이런 시대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걱정을 위한 걱정’이라고 반론할지 모른다.

하지만 식량문제를 안보 차원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현재 코로나와 같이 상황과 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두 번의 식량 위기가 있었다. 2006년. 석유 가격이 오르자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에탄올로 대체해 보겠다고 하여 전세계 식량 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다. 2010년. 기상이변으로 러시아 밀 생산의 작황이 좋지 않게 되면서 다시 전세계적인 식량 가격 폭등이 있었다. 한국까지 고통을 준 이 식량위기는 아프리카와 중동을 강타했고, 식량부족이 경기침체와 더해져 ‘아랍의 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에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항공편과 배편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식량 공급사슬에 문제가 생겼다. 미국처럼 식량 자급률이 100%를 넘는 국가들은 자신의 식량으로 버티면 되지만, 식량을 수입해서 먹는 한국 같은 국가들은 이 상황이 그저 하나의 일회성 사건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식량 공급을 주도하는 것이 메이저 곡물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전세계에는 식량 시장을 장악한 4대 메이저 회사가 있다. 이들은 엄청난 자본력으로 전세계 농지에서 식량을 사들인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둔 보관창고이자 공급망인 ‘곡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전세계에 공급한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구매한 뒤 자신들의 카르텔을 이용해서 곡물가격을 높여 전세계에 분배한다. 여기에 더해 선물시장까지 만들어 투기자본이 곡물 시장 가격을 주도한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에 의해서 식량수급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손’인 곡물 카르텔에 의해서 공급받을 대상과 공급가격이 결정된다.

현재의 코로나 뿐 아니라 앞으로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변화 역시 인간이 원하는 대로 통제하기 어렵다. 또한, 시장 질서를 만드는 메이저기업들에 의해 시장이 교란당할 수 있다. 두 가지 이유는 현재뿐 아니라 언제든지 식량문제를 위기상황으로 돌변시킬 수 있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 산업화를 통해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농업이 방치되었듯이, 전세계적으로도 농업은 산업화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곡물을 키우던 농지면적은 줄어들어 전세계 1인당 수확 면적은 1981년 21아르에서 2002년에는 11아르로 반토막났다. 2015년 통계로 전세계 농가 1인당 경지면적이 60아르다. 한국의 농가 1인당 경지면적은 80아르다. 헥타르로 전환 시 0.8 ha(헥타르)다. 농업수출국인 캐나다가 81ha고 호주는 54.8 ha이며 미국은 31.5ha다. 경작지가 부족하다는 일본조차 1.59 ha로 우리보다 2배가 넓다.

한국의 식량문제를 걱정하게 만드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고령화다. 우리 농업인구는 현저히 줄고 있을 뿐 아니라 가파르게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되고 있다. 농업의 대를 이을 다음 세대가 없다. 그만큼 한국의 식량문제는 미래로 갈수록 심각하다.

한국은 그동안 자유무역질서 속에서 부유한 국가가 되었다. 자원이 부족하고 시장이 작은 국가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외부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코로나 이후에도 이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 내에서 성장해가야 한다. 한편으로 부유한 국가가 되면서 잊힌 농업 분야와 식량문제를 뒤돌아볼 때가 되었다. 우리 스스로가 버틸 수 있도록 식량 자급률도 높여야 한다. 완전한 개방과 완전한 고립 사이에서 식량문제는 한국에 ‘거리의 중용’를 고민하게 만든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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