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0-20 10:51 (화)
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69)-항룡유회(亢龍有悔)
상태바
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69)-항룡유회(亢龍有悔)
  • 강신업
  • 승인 2020.07.03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문재인 대통령이 소위 잘 나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업고 손쉽게 대통령이 되더니 김정은과 트럼프의 도움을 받아 6.13 지방선거에 압승하고, 코로나19 수혜까지 얻어 4.15 총선까지 대승했다.

지금으로선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년에 으레 나타나는 레임덕도 겪지 않을 전망이다. 176석을 가진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청와대의 지시를 일사불란하게 따르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소위 ‘문빠’라고 하는 일단의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라도 들어갈 태세다.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탄탄대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이렇게 운 좋은 대통령이 언제 있었나 싶다.

그러나 이런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걸리는 게 없는 건 아닐 것이다. 바로 대권계승 문제다. 대권계승이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되어야 퇴임 후를 보장받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퇴임 후엔 잊혀 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누구를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각종 여론조사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이낙연은 엄밀히 말해 친문적자가 아니다.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은 재판에서 살아남을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역시 친문적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문대통령 입장에서 썩 내키는 패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조국이나 김경수 정도가 딱 좋을 것인데 이들은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사실상 대권주자에서 멀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소위 친문들에게 잘 보이려 온갖 용을 쓰는 김두관이나 추미애 정도를 대권주자로 키우는 것도 용이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여권에서 호남 주자가 나서고 야권에서 영남 주자가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대선이 가까워오면 올수록 후계 문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머리를 아프게 할 가능성은 그래서 높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걸리는 게 또 하나 있다면 항룡유회(亢龍有悔)의 법칙일 것이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항룡유회는 하늘 끝까지 오른 용은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법칙, 인과율의 법칙이기 때문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야 ‘나는 권력농단을 한 일도 없는데 뭐 별일 있겠어?’라고 자문하며 안심하려 들겠지만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다.

공자(孔子)는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자칫 민심을 잃을 수 있으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항룡의 지위에 오르면 후회하기 십상이므로, 이것이 바로 ‘항룡유회’라는 것이다. 즉, 높은 자리에 있는 자, 많은 것을 얻은 자는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나대다가는 오히려 일을 망치고 자신을 망치게 된다는 것이다. 공자의 말은 결국 지위가 높을수록 겸손을 잃지 말 것이며 스스로 분수를 알고 만족한 삶을 살아야 화를 당하지 않는다는 경고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권력자들이 항룡유회의 세상사 법칙을 과연 피해갈 수 있을지는 이들이 역사를 거울삼아 어느 선에서 하늘로 오르는 것을 멈추고 하강할지에 달렸다. 장량(張良)은 전한(前漢)의 고조(高祖)를 도와 공을 세운 개국공신이었지만 항룡유회의 교훈을 일찍 깨닫고 지극한 영예를 스스로 멀리해 일신과 가문을 보존했다. 천하를 평정한 한 고조 유방은 한나라 황실의 안녕을 위하여 전쟁에 공로가 있었던 여러 장수를 차례로 주살하여 뒷날의 걱정거리를 없앴는데, 고조의 이러한 의중을 살핀 장량은 일체의 영예와 권력을 마다하고 시골에 운둔하는 삶을 선택하여 고조를 안심시키고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반면 진(秦)나라 때의 정치가 이사(李斯)는 본인이 재상에 올랐을 뿐 아니라 그의 일족 모두가 고위고관에 올라 최고의 권세와 번영을 누렸지만 장량과 달리 진시황이 죽은 후 실권을 장악한 조고(趙高)의 참소로 몰살당하는 비운을 맞았다.

권력이란 물이나 불과 같은 것이다. 잘 이용하면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할 수 있지만 잘못 이용하면 자신을 망치고 가문을 망친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권력자들이 항룡유회의 교훈을 다시 마음에 새길 때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