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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7)-조영남 대작(代作) 사건과 저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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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7)-조영남 대작(代作) 사건과 저작자
  • 신종범
  • 승인 2020.07.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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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던 가수 조영남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최근에 있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 A씨에게 추상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이를 그림으로 그려오라고 한 후 A씨가 90%정도 그려온 그림에 약간 덧칠을 한 다음 자신의 서명을 넣어 사람들에게 팔면서 A씨의 작업내용은 알리지 않고, 마치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린 것처럼 사람들을 기망하여 판매대금을 편취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제1심은 조영남씨에게 사기죄를 인정하여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지만, 제2심은 제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한다" 며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그 작품이 친작(親作)인지 혹은 보조자를 사용해 제작되었는지 여부가 작품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그림은 조영남씨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A씨가 그림의 상당 부분을 그린 것은 다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번 사건에서 문제된 그림의 저작자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궁금했는데, 법원은 이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검사의 “그림의 저작자는 A씨이고 피고인을 저작자로 볼 수 없음에도 이와 다른 취지로 판단한 제2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라는 상고이유에 대하여, 대법원은 “검사는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고, 공소사실에서 누가 저작자인지 표시하지도 않았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창작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관여한 사정을 알리지 않은 것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될 뿐”이라며 검사의 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 오해 주장은 불고불리 원칙에 반한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그림의 저작자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기망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하여만 “피고인이 문제된 그림을 판매하면서 그림의 제작과정에 A씨가 관여한 사실을 매수인에게 고지할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사기죄에 대하여 무죄를 확정하였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서 법원에서 판단한 사기죄와는 별개로 문제가 된 그림의 저작자는 조영남씨일까? A씨일까?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제2조) 즉,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창작한 사람이 저작자가 된다. 또한,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제2항).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이 저작자로서 원시 저작권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처럼 저작물을 만드는데 여러 사람이 관여한 경우 누가 저작자인지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 저작자를 결정함에 하나의 기준이 되는 저작권법의 대원칙이 있다. ‘저작권은 표현을 보호하지 아이디어를 보호하지는 않는다’(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라는 것이다. 아이디어에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게 되면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어 문화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원칙에 따라 저작물에 대한 아이디어나 힌트를 제공한 사람은 저작자가 될 수 없다. 사진촬영, 건축, 연구용역을 의뢰한 경우에 저작자는 촬영자, 건축가, 연구자이지 의뢰자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

한편,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성립에 아무런 절차나 형식을 요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저작자가 누구인지 몰라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저작물의 원본이나 복제물에 저작자로서의 실명 등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표시된 자를 저작자로 추정하고 있다(제8조). 여기서 ‘대작(代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실제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유명인이나 저명인사가 저작물의 저작자로 표시된 경우에 누가 저작자인지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문제된 그림에 조영남씨의 서명이 있으므로 저작권법에 따라 조영남씨가 저작자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 그림의 상당 부분을 그린 사람은 A씨였다. 추정은 추정일뿐이므로 이제 실제 그 그림의 창작적 표현이 누구에 의해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저작자가 결정된다.

만약, 조영남씨가 주요 콘셉트를 지시하고 그 표현에 있어서도 구체적으로 지시, 감독하였다면 조영남씨가 저작자가 된다. 하지만, 조영남씨는 단순히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A씨가 대부분의 작업을 하고, 조영남씨가 미세한 부분만 보충한 것이라면 A씨가 단독으로 저작자가 되거나 최소한 공동저작자로서의 귄리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한편, 저작권법은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법인 등)의 기획하에 그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업무상저작물이라 하고(제2조 31호),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등에 다른 정함에 없으면 법인 등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영남씨와 A씨가 이러한 업무관계에 있었다면 저작자는 조영남씨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이 사건에서 문제된 그림의 저작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작권법이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ㆍ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제137조 제1항 제1호)하고 있음에도 이번 사건에서 검사가 조영남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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