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95) / 한 해의 반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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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95) / 한 해의 반을 지나며
  • 정명재
  • 승인 2020.06.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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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 시험합격 8관왕 강사)

시간은 어김없이 계절을 따라 흐른다. 모처럼 주말에 작은 산길을 올라 산책을 하였다. 오솔길을 따라 나무들이 무성하고 풀들이 바람과 손짓하는 계절을 만끽하였다. 1년을 시험 날짜에 맞춰 숨 가쁘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산중턱의 반을 오르듯 6월이 지난다. 내 기억을 스치는 많은 수험생들의 이야기가 맴돈다. 누군가는 합격을 하여 몇 년차 공무원이 되어 있었고, 누군가는 아직도 수험생으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듯 살아간다. 경쟁이란 승자와 패자가 나뉘게 마련이다.
 

박노해 시인의 <참나무의 숲에서>를 기억한다. 저 아이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금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겨울나무가 안에서 나이테를 키워가듯 긴 호흡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게 하소서. 진정한 성공은 시험성적에 있지 않고, 앞선 승부에도 자격증에도 있지 않고, 인생 전체를 두고 자신을 찾아가는 성실한 걸음 속에 있음을 알게 하소서. 도토리 안에는 거대한 참나무가 들어있듯 자기 안에는 더 큰 자기가 숨 쉬고 있고, 자기만의 리듬으로 자신의 때가 오고 있음을 어려운 순간마다 기억하게 하소서. 지금의 아픔이 남과 다른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하나의 이정표라는 걸 잊지 않게 하소서.

인생을 살면서 좋은 시와 좋은 글귀 하나는 품고 살아야 한다. 어지러운 세상을 살면서 힘이 되고 자양분이 되는 글 하나 정도 품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견디는 법이다. 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제는 힘이 들어 죽을 것 같은 하루였지만 살아갈 이유를 하나 둘 찾아가다 보면 오늘은 다시 힘이 생기고 활력을 찾곤 한다. 6월에는 시험이 참 많았다. 해마다 그렇다. 새해가 시작되면 시험원서 시즌이 찾아온다. 4월에서 6월 사이에 공무원 시험 일정이 빼곡하다. 그렇다면 수험생들은 언제부터 합격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까? 늘 떨어지는 것에 익숙한 수험생들이라면 시험이 끝나면서 망연자실하는 시간을 보내고 찬바람이 불면서 시험공부에 매진하는 일이 많았다. 습관적으로 말하는 것이 시간이 부족했고,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올해도 건진 것이 없는 한 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흔한 시험의 실패 분석은 진부하고 개선의 여지가 약하다. 냉철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경영학에는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이란 용어가 있다.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이란 경영의 프로세스 전반에 관하여 점진적으로 개선하기보다는 혁신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통해 경영환경이 개선될 수 있음을 말한다.

수험생활에서 혁신적인 개선은 철저하게 자신의 현재를 들여다보면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의 점수와 현재의 상황을 보수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막연한 자신감이나 낙관적인 시선을 경계하여야 한다. 만일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더한 악조건의 상황이 기다린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보통의 수험생들은 급하다는 이유로 바늘 허리에 실을 꿰듯이 어설픈 준비로 일관하기 일쑤다. 시험에서 합격을 하는 과정을 보면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경험하고 이룬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6월의 시험에 지방직, 경찰, 해양경찰, 소방직 시험 등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시험일정이 한 달에 모여 있었다. 미리부터 잘 준비한 수험생들은 소기의 성과를 이루어 편안한 주말을 보냈겠지만 그렇지 못한 수험생들은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남은 기회를 타진하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반기에 남은 시험은 7급 시험이 있을 뿐 기회는 이미 지났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급변하는 정세와 사회 분위기에 세상은 어지럽고 개인의 삶도 편치는 않다. 직업의 안정성은 날이 갈수록 위태로울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세상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코로나의 위기도 그러하지만 경제적인 위기와 맞물려 취업시장과 공무원 시험 시장도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곰곰이 그리고 천천히 되짚어 보자. 그리고 내 안에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남들이 손가락질 하고 남들이 나를 비판할 수 있을지언정 내 스스로가 이를 인정하는 우(愚)를 범하진 말자. 우리 안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인고의 세상을 살아남아야 할 시기이다.
 

노량진에서 처음 시작한 나의 수험인생은 이제 막바지에 이른다. 아홉 번의 합격을 다짐하였고 이제 그 약속을 이루는 해이다. 많은 편견을 무릅쓰고 다양한 직렬의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을 하였고 합격을 시켰다. 누군가를 위하여 한 일이지만 결국에 나와의 약속 하나를 이루기 위해 한 일이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시험의 세상 역시 넓고 기회는 도처에 있었다.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였으며, 전략이 있고 없고의 차이였다. 정보의 부재(不在)로 인해 누군가는 쉽게 합격을 하는 빈틈 역시 있었다. 공무원 시험이라는 제도를 누군가는 철저히 분석하고 각 직렬의 특성을 알고 있겠지만 다수의 수험생들은 이를 모른 채 지나치는 일도 많았다. 이제부터라도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 안에 깊이 내재한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갈 시간이다. 한 해의 반이 지났다는 것을 깨치는 순간 남은 절반의 시간도 아주 빠르게 그리고 정신없이 지나칠 것을 안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어떤 전략을 세워 공략할 것인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무턱대고 시작한 공부라면 이제부터라도 리엔지니어링을 해 보자. 하루의 가용시간과 한 달의 가용시간 그리고 6개월의 가용시간을 산정하여 어느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를 밑그림부터 그리면서 시작해 보자. 모든 계획에 완벽함이란 없다. 계획을 실천하면서 세부적인 계획을 수정하는 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불합격을 하고 온 수험생들에게 내가 자주 들려주는 말이 있다. 한 번만 더 해보자. 처음부터 전문가는 없다.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들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으며 성공을 위한 과정에 부여되는 시행착오를 우리는 실패와 불합격이라고 명명(命名)할 뿐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성공을 위한 도전을 한 것이었다.
 

산길에서 주어든 도토리 두 알, 한 알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 그리고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 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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