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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지속적인 투표율의 상승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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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지속적인 투표율의 상승은 무엇 때문일까?
  • 신희섭
  • 승인 2020.06.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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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66.2%.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이번 21대 총선의 투표율이다. 12년전 2008년 총선에서 기록한 역대 최저 투표율 46.1%와 비교하면 20.1%p가 증대한 것이다. 21대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4월 3일 기준 대한민국의 유권자는 총 4,339만 4247명이었다. 그러니 20%p정도가 늘었다면 대략 860만 정도 되는 유권자가 투표를 한 것이다. 4년전 20대 총선이 58.0%였던 것과 비교해도 8.2%p정도가 늘었다. 그래도 OECD 평균 투표율 70%보다는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OECD 평균투표율에는 호주와 같이 의무투표제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66.2%는 꽤 의미있는 수치의 상승이다.

이번 선거는 저조한 경제실적과 교착된 남북관계에 더해 코로나사태까지 겹친 선거였다. 또한 정당들에 대한 지지도가 그리 높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더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게 된 것일까?

높아진 투표율의 원인을 여론조사 기법 등을 동원해 체계적으로 통해 찾아보는 것이 이 글의 목표는 아니다. 다만 20대 총선과 비교해 어떤 원인이 투표를 견인했는지 고려해보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잠정적으로 4가지 요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사전투표제’의 효과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높은 사전투표율이다. 26.69%로 역대 모든 선거 통틀어 최고치이다. 코로나사태로 인해 한적한 시간에 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들이 늘면서 사전투표율이 올라갔다. 사전투표율 증가는 어느 후보와 어느 정당으로 사전투표의 표가 갈 것인지에 대한 유권자들 관심을 끌면서 본 투표에서의 경쟁심리를 부추겼다. 정치적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유권자들은 자신의 한 표가 당선에 미치는 효과가 커진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사전투표율은 정치적 경쟁구도를 강화하고, 강화된 경쟁구도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불러 모은 것이다.

둘째, ‘시민적 의무감’이 증대했다고 볼 수 있다. 유권자가 투표라는 행동을 할 때 자신의 표가 자신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이익(benefit)’을 가져다 줄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유권자는 투표를 함으로써 자신에게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할 일을 마쳤다는 의무감과 만족감을 준다. 이번 선거는 20대 총선보다 시민적 의무감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16년-2017년의 탄핵은 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이들이나 태극기집회에 참여한 이들 모두 서로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애국의 첫 번째가 선거를 통한 정치참여라는 인식이 늘면서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유도했다.

투표를 했을 때 뿌듯함을 가중 시킨 것에는 ‘지인들의 독려’라는 문화적 측면도 있다. 카톡으로 투표를 독려하는 문화가, 세대별로 좀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넓게 퍼져가고 있다. 젊은 층의 ‘투표인증샷운동’과 같은 문화현상이 제법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실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촛불과 태극기로 대표되는 ‘세대효과’를 들 수 있다. 이번 선거 역시 세대간 갈등이 잘 드러난다. 18세부터 시작해 20대(민주당지지율 56.4%. 이하 민주당지지율)와 30대(61.1%)와 40대(64.5%)에서 진보성향의 민주당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반면에 60대 이상은 보수성향의 통합당 지지율(59.6%)이 높게 나왔다. 한편 2004년 진보정당의 기수였던 386세대가 50대가 되면서 50대의 민주당지지율이 높아졌다. 바로 이전 선거에서 50대는 새누리당 지지율 39.9%, 민주당지지율 19.6%, 국민의 당지지율 28%를 보였다. 국민의 당을 중도보수로 보면 70%에 가까운 50대가 보수성향의 정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49.1%로 통합당지지율 41.9%보다 높게 나왔다.

선거에서 60대를 기준으로 세대가 갈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인구 분포상 유권자 총수에서 60세 이상은 27.3%에 불과하다. 50대 19.7%이고 40대 19.0%, 30대 15.9%, 20대 15.5%이고 10대(118세와 19세)는 2.6%이다.

모든 세대가 일률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아직도 30%정도의 무당파층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세대결정론’적으로 미래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의 수치로 볼 때 세대간 대립은 격화될 것이다. 특히 50대를 기준으로 하는 구조도 향후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와 22대 총선으로 가면서 점차 중간지점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세대 정치를 더욱 극단화할 것이다. 일명 ‘꼰대’정치와 ‘애송이’정치로 양진영이 갈라서게 될 것이다.

넷째, 준연동형혼합선거제도라는 새로운 제도를 악용한 것도 아이러니하게 투표율을 높였다. 기존의 양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들고 나와 “한 석이라도 더 가져가야 한다” 즉 “한 석이라도 빼앗기면 안된다”를 외치면서 지지층을 끌어모았다. 이 효과가 앞서 본 ‘정치경쟁구도 강화’와 ‘세대정치’와 결합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비례의석을 가져간 더불어시민당(33.35%), 미래한국당(33.84%), 정의당(9.67%), 국민의 당(6.79%), 열린민주당(5.42%)의 정당지지율을 합치면 89.07%이다. 즉 11%정도의 표가 소수정당에게 갔지만 사표가 된 것이다. 소수의 가치나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열혈 지지자들이 많다. ‘준연동형’이라는 이름이 소수지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더 많이 불러모은 측면이 있을 것이다. 20대총선에서 의석을 얻은 정당들의 정당득표율은 93.01%(새누리당 33.50%, 국민의 당 26.74%, 더불어민주당 25.54%, 정의당 7.23%)였던 점과 비교해보라. 소수정당을 위해 만들었다던 ‘준연동형’선거제도는 4%나 더 많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에 불렀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투표를 무효화했다.

21대 총선의 높은 투표율은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와 ‘참여’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반면에 최저 수준의 정당 신뢰도와 낮은 정당제도화 수준을 고려하는 한편 세대정치가 강화되는 측면을 보면 과연 한국의 대의민주주의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지는 의심스럽다. 유권자의 기대는 높지만 과연 21대 국회는 이 기대를 만족시킬 준비가 되었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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