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68)-공화정의 본질과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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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68)-공화정의 본질과 위기
  • 강신업
  • 승인 2020.06.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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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한다. 민주공화국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기반으로 한 나라, 즉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군주나 특정한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를 말한다.

우리 헌법 제1조가 민주공화국을 천명한 이유는 자명하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대한민국의 나라 운영은 개인의 사리사욕이 아닌 공공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주권이 과연 국민에게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한다고 해서, 국민이 국회의원을 선출한다고 해서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말 할 수 있는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공화정의 제1원리인 공공선과 배치되는 정책을 펼 때,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국회의원이 국가 이익이나 국민의 이익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일 때 이를 제제하고 그들로부터 권력을 회수할 방법이 있는가.

대한민국 국민은 대표를 선출할 수 있을 뿐 사실상 대표가 민주정과 공화정의 가치를 배신해도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 일단 선출된 대통령이 국가권력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면서 국민 전체의 이익이나 공공선을 위한 정치가 아닌 권력생산이나 권력유지를 목적으로 일부 국민만을 위한 정치를 해도 국민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공화정이 1인이 지배하는 전제정이나 몇몇이 지배하는 과두정과 다른 이유는 공화정은 어떤 경우에도 권력의 집중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화정은 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정치라고 믿는 까닭에 사익이 공익을 침해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권력의 균형과 견제를 매우 중시한다. 이런 이유로 공화주의 사상이 낳은 정수가 바로 삼권분립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권분립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이미 공화제 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문재인 청와대는 행정은 물론 사실상 사법과 입법 권력까지 장악하고 이들을 마치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고 있다. 심지어 시민단체마저 대통령 권력에 편승해 삼권분립을 위협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시민의 권력이 공공선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 권력 외에 시민의 권력도 견제 대상으로 보는 공화주의 원리에 반한다.

공화주의(republicanism)는 원래 라틴어 res publica(공적인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정치를 구현하는데 있어 사적행위와 대비되는 공적 원리를 강조한다. 또한 공화주의는 공공선에 대한 헌신, 공적 결정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모든 시민이 공동체로부터 배제되지 않고 권리와 혜택을 누리는 시민권의 원리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 점에서 대통령이나 여당이 야당을 배제하고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국정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공화정의 원리에 반한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을 차지했다고 해서 국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한다면 이는 공화주의 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 된다.

사실 공화주의는 자유주의와 더불어 현대 국가를 형성하는 두 개의 큰 축인 동시에 자유주의를 견제하는 이념이기도 하다. 즉, 사적 자유와 권리로부터 국가의 기능을 도출하고 공적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자유주의라고 한다면, 공익을 우선시하면서 사익이 공적 영역을 침해하면 정치가 부패하고 공공선이 훼손된다고 믿는 것이 공화주의다.

따라서 정치권력은 법을 제정하거나 법을 집행함에 있어 권력 담당자들의 사익을 철저히 배제하고 공공선의 실현을 특히 염두 해 두어야 한다. 여기서 특히 주의할 것은 만약 공공선이라고 여긴 것이 실현되어도 개개인에게 돌아갈 혜택이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면, 그건 이미 공동체 구성원의 동등성과 평등을 부정하는 셈이므로 공공선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권력에 위한 법의 제정과 집행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실현되고 그 이익이 공동체 구성원 전부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공화주의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그런 까닭에 공동체의 법질서라고 하는 도구가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을 지켜주는 훌륭한 방패가 아니라 권력자의 권력을 지키는 칼로 기능할 때 공화정의 몰락은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분명 공화정의 위기다. 국민의 각성된 인식으로 눈을 부릅뜨고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된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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