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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 채용 외치며 ‘부러진 펜’ 운동 펼치는 취업준비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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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 채용 외치며 ‘부러진 펜’ 운동 펼치는 취업준비생들
  • 법률저널
  • 승인 2020.06.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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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지난 22일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요원 1900명을 공사 직고용 형태의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이후, 취업준비생들의 분노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인국공은 이달 말까지 계약이 끝나는 보안요원들을 일단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에 편입시킨 뒤 채용 절차를 통과한 합격자를 올해 안에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인국공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당선 직후 달려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정규직화를 1호 정책으로 약속하면서 논란에 불을 댕겼다. 이후 노·사 간에 오랜 협상이 이어진 끝에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 1만 명 대부분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지만, 청와대의 간섭으로 인국공이 갑자기 보안 검색원을 본사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키로 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에 2030 취준생들이 부글부글하는 데에는 노력의 대가가 불공정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취준생들은 다른 공기업들도 인국공과 같은 방식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참할 경우 신입 공채 채용 규모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국공발(發) 공기업 채용 시장의 변화가 감지되면서 취준생들의 절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달라’ 국민 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인 동의 청원 20만 명을 넘겼고 25일 현재 23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은 충격적이다.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 현직자들은 무슨 죄냐.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는 게 공정이고 평등이냐”고 항의했다. 공사와 노조, 당사자인 보안검색요원들은 곳곳에서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취준생들은 이번 사태에 극도의 상실감과 배신감을 호소하고 있다. 취준생들이 공기업에 지원하는 것은 직장의 안전성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공기업이 채용 과정이 투명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작용한다. 그런데 이번 인국공 사태를 보면서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공부는 뭐 하러 하나” “누가 공부하래?” “노력했던 내가 호구” “토익 아닌 시위 배워야겠다” “허벅지 찔러가며 공부했는데” “필기시험이라도 한번 쳐보겠다고 자격증 따고 토익 보고 난리인데”라는 등 채용 역차별과 청년층의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청년들은 바늘구멍 같은 공채 시험에 매달리는데 이들은 시험도 안 보고 손쉽게 최고 인기 공기업 정규직이 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느냐는 반발도 폭발하고 있다. ‘부러진 펜 운동’ ‘로또 취업 반대’라는 글과 부러진 연필 사진을 퍼뜨리는 캠페인까지 등장하며 취준생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번 인국공 사태는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왜 누구는 본사, 누구는 자회사냐는 불만이 터졌고 노·노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만 특별한 기회가 돌아가 ‘일자리 로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인천공항공사의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한국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등의 비정규직들이 일제히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 논란은 정부의 무원칙과 공사의 졸속 일처리 때문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연중 9개월 이상, 향후 2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시·지속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 화를 키웠다.

인국공 사태의 본질은 백방으로 뛰어다녀도 구직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현실에 놓인 청년들의 절박함이다. 그런데 비정규직들이 아무런 노력을 들이지 않고 공을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젊은이들의 양질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깜깜이 채용’을 통해 우선 비정규직으로 뽑은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채용 비리는 반드시 근절하고, 경쟁의 룰인 ‘공정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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