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아침의 눈)
7급 공무원시험 합격
<아공법 4.0>, <아공법 외전> 저자
결국, 문제집이다
기본서는 스마트한 수험생에게는 매우 유용한 학습수단이다. 하지만 공부구력이 부족한 수험생에게는 백이면 백, 헛발질 공부로 유도한다. 기본서는 한 문장을 읽어도 이 문장이 도대체 어디까지 변형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 막연하게 고민하는 시간만 많아진다. 효율적이지 못하다.
□ 회독시간의 단축
문제집 중심으로 공부하면 기본서에서 다루는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저절로 스킵된다. 시험에 나오지도 않을 것들에 쓸데없이 에너지 쓸 일이 없다. 나의 한정된 시간과 두뇌의 저장 공간을 의미 없는 일에 낭비하지 않게 된다.
(다른 칼럼에서도 얘기했듯)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한 번 본 내용은 적어도 4회에 걸쳐 복습해야 기억에 영구 저장된다. 첫 회독까지 합쳐 대략 5회독 정도는 해야 장기 기억으로 전환된다는 얘기다. 여기서 말하는 회독과 복습은 그냥 대충 보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곱씹어서 읽는 것을 1회독으로 여긴다. 그래야 2회독 때 어렴풋이 생각나고, 그걸 다시 꼼꼼히 봐야 3회독 때 다시 기억난다.
4회독부터는 내용이 상당히 익숙해진다. 3회독 때 봤던 내용이 덩어리째로 사진 찍듯 기억나는 부분도 생겨나기 시작한다. 5회독에 이르면 비로소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차원에 이르는 부분도 생긴다. 여기까지 공부하면 일단 이해를 위한 학습이 종료된다. 기본서를 중점적으로 보는 것에 비하면 회독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기본서를 활용하여 위의 방식으로 5회독 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게 되면 5년을 공부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여기에다 강의까지 동반되면 답이 안 나온다. 학습수단을 강의부터 기본서까지 총동원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쉽게 가야 한다. 안 그래도 갈 길이 멀다. 쉽게 갈 길도 어렵게 가면 나중에 자신에 대한 회의만 생기고 결국 시험을 포기하게 된다.
□ ‘문제의식’ 있는 공부
문제집은 자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학습을 유도한다. 항상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이건 왜 옳고 저건 왜 틀렸는지 매 순간 ‘한정된’ 고민을 하게 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자동 암기되는 효과가 뛰어나다. 틀린 보기를 옳은 보기로 고쳐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자동암기 과정이다. 도대체 뭘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고, 뭘 어디까지 암기해야 하는지 보통의 사람도 파악할 수 있다.
객관식시험에 필요한 이해는 문제풀이로 얻는 게 가장 빠르다. 우리는 아무리 학습내용이 어려워도 이게 문제를 풀기 위해 불가피한 내용이라면 악착같이 달라붙어서 이해하려고 애쓴다. 이처럼 문제의식을 갖고 달려들면 공부 효과성이 훨씬 높아진다. 이해를 위한 이해가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이해’를 할 수 있다. 수험에 필요한 알짜배기 진액만 뽑아먹을 수 있다.
□ 현실적인 공부견적 산출
공무원시험의 공부범위는 넓다. 한 과목 문제집만 해도 기본적으로 1,000페이지가 넘는다. 1,500페이지 넘는 것도 있다. 문제집 중심으로 공부한다고 해도 학습할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1년 동안 문제집만 죽도록 공부해도 겨우 따라갈까 말까한 분량이다. 하지만 기본서와 달리 실현 가능한 목표다. 현실적인 공부견적이 나온다.
문제집 중심의 공부는 무조건 남는 장사다. 마치 ‘다금바리’(비싼 물고기) 가득한 어장에 낚싯대를 던지는 것과 같다. 문제집에 수록된 문제와 해설은 95% 이상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가려서 볼 내용이 거의 없다. 전부 다 본다고 생각해야 한다.
당락을 결정하는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다. 중요하지만 남들이 외우기 어려워하는 문제다. 이런 다금바리들이 문제집에 거의 다 들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