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원, “재심개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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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원, “재심개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라
  • 법률저널
  • 승인 2020.06.1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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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철 전 목원대 법학과 교수
이순철 전 목원대 법학과 교수

1. 사법개혁의 핵심은 재심의 문호 개방

요즘 우리 사회에는 유독 검찰만이 개혁의 화두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거듭남이 시급하기로는 법원조직과 법관들이 더하다. 사법부는 검찰과 달리,“독립하여”재판하기 때문에 공정할 수밖에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는 바로 그런 이유로, 즉 독립하여 재판하므로 오히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제 멋대로 -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층 더 강하게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든지, 억울하게 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국민은 다시 한 번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려있어야만 제대로 된 사법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법적 안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를 눈감고, 침대 길이에 맞추어 사람 다리를 잘라버리려 드는 법기술자들이 이제 더 이상 용납되어선 안 된다. 잘못된 재판을 바로잡는 일에 소홀한 자들은 애초의 오판에 이어, 그 오판으로 인한 잘못을 덮어두자는 것으로 이중적인 과오를 저지른다. 지난 70여 년간 재심에 인색했던 법원, 전향적으로 자기개혁을 이루고 당당할 때가 되었다.

2. 재심사유를 확대하라.

재심의 문호를 활짝 열자고 하니, 쥐나 개나 다 재심하라느냐고? 천만에, 그렇지 않다. 재심을 신청하려면 지켜야 할 엄격한 절차 외에도, 법률이 정한 사유, 이른바 재심사유가 인정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재심의 문호가 개방된다고 해서 누구나 함부로 재심신청에 나설 수 없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유독 법정 재심사유를 쉽사리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실제로 재심을 개시하는 일은 소가 바늘귀를 지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왜 그럴까? 이유는 법관들은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없고, 없어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관념과 ‘법관귀족들’의 독선, 조직적 아집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와 법관에 대한 존엄과 신뢰는 잘못을 덮는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잘못이 있으면 고칠 수 있다는 개방적인 자세에서 법원과 법관의 권위는 더 높아진다. 그래서 재심의 문호를 개방하라는 말은 제도적으로 재심사유를 좀 더 현실화 하고, 재심 사건을 다루는 법원은 법정사유를 실체적 정의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라는 요청이다.

3. 재심개시심의위원회?

재심의 문호를 넓히라는 법률가들에게도 이 명칭이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곧 발족할 공수처 기소심의위원회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라든지, 법원이 이미 자주 활용하는 국민참여재판제도를 연상한다면, 가칭 “재심개시 심의위원회”라는 것이 결코 생뚱맞지만은 아니할 것이다. 즉,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법원에 공정하고 중립적인 민간 위원회에 사건을 재심에 부칠지를 사전검토하게 하면 좋겠다는 말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재심사건은 재심대상판결을 했던 법원이 맡게 되어 있는데, 이는 말하자면, 법원더러 자아비판 하거나 자기모순에 빠지라는 셈이다. 법원 스스로 왜곡된 사건의 재심에 나서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나뭇가지 위에서 잉어를 찾는 것처럼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곧장 법원에 맡기기보다는, 사전에 심사하여 사건을 거름으로써 법원의 수고를 상당부분 거두어주면, 억울하다는 국민에게 더 넓은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더 높아질 것이고, 사법정의는 크게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재심에 인색한 사람들이 들먹이기 좋아 하는 헌법 제103조는‘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한다. 이 조항은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제멋대로 재판해놓고,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마저 봉쇄하라는 것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고 신뢰받을 재판을 하라는 주권자의 명령인 것이다. 사법개혁의 핵심인 재심의 기회를 확대하고, 그로 인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재심개시 심의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이순철 전 목원대 법학과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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