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뜨거운 감자, 기본소득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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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뜨거운 감자, 기본소득의 미래는?
  • 법률저널
  • 승인 2020.06.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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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코로나 19시대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가 있다. 바로 기본소득 논쟁이다.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 등과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역사 속에서 기본소득의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 몽테스키외는 1748년 ‘법의 정신’에서 “국가는 모든 시민에게 안전한 생활수단, 음식, 적당한 옷과 건강을 해하지 않는 생활 방식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지프 샤를리에는 1848년 ‘사회 문제의 해법 혹은 인도적 헌법’에서 진정한 기본소득을 최초로 정식화했다.

18세기에 등장한 기본소득이 21세기에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한 배경은 무엇일까. 선별 복지 제도의 한계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심화할수록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세계 각국에서 선별적 복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완벽한 선별이 어려워서 부적격자가 혜택을 취하거나,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오히려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일들이 발생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등장한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영향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기계만으로도 생산이 가능해 지면서 실업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침체는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가야한다는 담론을 강화시키면서 기본소득 도입 논란에 불을 붙었다. 이런 메가 트랜드 속에서 기본소득 이슈는 21세기 초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실제로 스위스는 2016년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핵심 내용은 모든 복지를 없애는 대신 전 국민에게 매달 2500스위스 프랑, 약 3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국민 76.9%의 반대로 부결.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기본소득제도를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다른 하나는 서민층은 현재의 복지제도가 매월 약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는 것보다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핀란드나 캐나다 등은 일부 자치단체에서 소수의 사람들을 선별해 시험적으로 테스트하는 과정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13총선을 전후로 ‘긴급재난지원금’이란 명목으로 소득·재산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가구원수별로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이상 가구 1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한시적인 지원제도였으나, 이를 계기로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도 도입여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2년 뒤에 있을 대통령 선거의 큰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본소득도입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찬성론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개인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사회적인 구조 자체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아가 현금성 복지는 소비를 증가시키는 직접적이고 확실한 수단이 되므로 내수 진작과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될 것이라는 근거를 댄다.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많은 국민들이 근로를 거부할 것이라는 생각은 상당히 과장된 가정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반대론은 기본소득은 국가권력이 개입하여 부를 분배하는 배급주의 경제로써 이미 실패한 것으로 확인된 공산주의 경제체제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박한다. 특히 기본소득 지급 재원 마련에 따른 조세부담 증가가 필연적이며, 생산성을 높이거나 재투자 가능성이 없는 소비성 복지 부문에 과도한 국가 재정이 지출되어 재정 적자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사회 심리적으로 근로의지를 떨어뜨려 모럴해저드를 발생시키고 사회 전반적인 경제 활력을 저하시키는 위험성도 경고한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모두에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해 찬성 응답이 48.6%, 반대 응답이 42.8%로 찬반 의견이 오차 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누구의 말이 더 맞을까? 흔히 기본소득은 진보주의자의 제도라 생각한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에 따라 보수주의적 제도가 될 수도 있다. 스위스의 예에서 보듯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대신에 국가차원의 상당수 복지제도를 중단하는 등 신자유주의적인 측면에서도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시장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만도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즉 고소득자에게는 세금을 징수하고 저소득자에게는 보조금을 주는 소득세 또는 그 제도를 주장한 적이 있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는 제도인 셈이다.

기본소득 도입의 핵심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달려있다. 한마디로 돈을 어떻게 마련하며, 현금 지원이 지속가능한지에 대해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기존 복지 제도를 없애고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여전히 사회보장시스템이 취약한 한국 실정에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필요성이 커지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대선을 2년 앞두고 여야는 재원, 증세, 취업, 기존 복지와의 관계 등 기본소득 추진과 직결되는 문제에 치열하게 해법을 내놔야 한다. 가열찬 토론 과정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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