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여성 지도자의 등장과 북한의 강경정책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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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여성 지도자의 등장과 북한의 강경정책전환
  • 신희섭
  • 승인 2020.06.1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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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br>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020년 6월 15일. 6.15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두 가지 때문에 기념식의 의미는 퇴색했다. 첫째, 6월 9일 통신선 차단과 함께 북한이 강경입장으로 돌아섰다. 둘째, 기념식 다음 날인 6월 16일, 북한이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건물을 폭파했다. 남북관계를 상징화하는 남북연락사무소가 폭발 수초만에 잿더미가 되면서 남북관계 역시 시계제로가 되었다.

금강산과 개성공단 군대전개, 비무장지대 초소진출, 서울불바다 발언. 이처럼 북한이 남북관계의 파탄을 가져올 수도 있는 초강경정책으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놀라운 것은 외신들은 ‘북한’에 주목하는 반면 한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북한측 불만과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든다. 북측이 그동안 얼마나 비핵화에 노력했는지와 국제제재를 풀기위한 조치를 취했는지는 논의의 전제에서 애초에 빠져있다. 그저 북한이 화가 난 이유를 분석한다.

문재인 정부와 그동안 우리 정부들이 들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약속을 저버린 북한 행동의 원인을 북한 이외에서 찾는 것은 정공법이 아니다. 그렇다고 북한을 도덕성차원에서 분석하고 비난만 할 것만도 아니다. ‘비민주주의’ 정치체제와 북한의 ‘인권관’을 근거로 ‘근본부터 나쁜 놈’이라고 비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야 후련해지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북한전문가가 아니어도, 북한이 왜 막나가는지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가장 단순한 논리는 ‘나쁜 경제여건’과 막혀있는 대미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 대선에 대한 개입’의지다.

첫째, 북한 경제상황이 나쁘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자료들을 종합해서 보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19년 1.8% 경제성장으로 돌아섰다. 이것은 북한 경제상황으로서는 눈여겨볼 수치이다. 북한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1%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다 2015년 –1.1%로 경제가 주저앉을 뻔하다 2016년 3.9%로 다시 반등했다. 하지만 대북제재의 강화로 2017년 –3.5%와 2018년 –4.1%로 경제가 빠르게 나빠졌다. 그런데 2019년에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도 북한이 플러스 경제로 전환한 것이다. 경제규모가 작은 북한에서 자력갱생이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여건에서 UNCTAD는 올해 북한이 5.0%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신용평가사인 피치솔루션스 역시 3.7% 성장세를 점쳤다. 하지만 올해 초 코로나로 중국국경이 봉쇄되면서 대중무역이 90%이상 감소하였다. 피치솔루션스가 올해 북한 경제가 –6.0% 쇠퇴할 것으로 변경한 이유다. 이 수치는 고난의 행군 기간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1997년의 –6.5%와 비슷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해결해야만 북한경제는 숨통을 틀 수 있다. 해결책은 미국밖에 없다. 이를 잘 아는 북한 입장에서 미국이 뭔가 조치를 취해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우한 바이러스’와 ‘홍콩민주화’를 들어 중국을 타겟으로 삼았다. 북한문제는 뒷전이다. 지금 북미정상회의를 해도 선거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북한입장에서 미국의 관심을 끄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밖에 없지만, 이 조치도 발사 비용 대비 얻을 것이 별로 없다. 국제제재만 더 강화될 것이다. 그러니 북미간의 중재자를 자청한 대한민국을 도발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도발하면 대한민국이 급해질 것이고, 미국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할 것이라는 셈법으로.

그런데 이번 도발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위원장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여성지도자가 북한 정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남북관계의 중심무대를 차지했던 김정은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김여정이 차지했다. 실제 김여정은 ‘대남전략’을 ‘대적전략’이란 용어로 바꾸었다. 문재인 정부에 ‘정신이 잘못된 것’이니 ‘철면피한 궤변’이라며 거침없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김여정이다.

김여정이 ‘전방공격수’로 나선 것은 분석할 가치가 있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 그녀는 ‘북한대표’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2018년 정상회담 내내 ‘비서역할’을 수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치의 주변이 아니라 ‘전방공격수’로 나선 것이다.

유교의 영향이 아직 강한 북한사회에서 여성 지도자의 등장은 어색한 일이다. 북한의 신격화된 지도자 사상에 장자상속제를 덧대 만든 ‘3대권력세습’은 북한주민들에게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정치전면에 나서는 여성지도자는 낯설다. 조선의 왕정체제 이후 일본 제국주의 지배를 받다가 다시 수령이라는 이름의 왕정체제로 전환된 북한이지만, 이 현상은 ‘백두혈통’의 신화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최근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에서 본 것처럼 김정은의 권력 승계문제는 안보사안이다. 아직 자식들이 어린 김정은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백두혈통인 김여정 뿐이다. 김정은에게만 의존하지 않으려면 권력의 대안이 필요하다. 한동안 행적이 묘연했던 김정은이 복귀한 이후 김여정이 정치의 중심에 섰다는 것은 ‘개인’독재라는 정치제도의 약점 때문이다.

여성지도자. 북한 상황에서 필요는 하지만 명분이 떨어진다. 하지만 필요한 만큼 내세워야 한다. 그것도 ‘강한 지도자’로 내세워야 한다. 그것이 이미지이든 실체든 상관없다. 김여정은 무대에 등장한 이상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나 자신이 ‘강성’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1988년생, 이제 33살이니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호락호락하면 지도자로서 인정받기 어렵다. 게다가 북한체제는 군대를 통제하지 못하면 정권과 체제가 위험하다. 그러니 등장 초반부터 군부의 기세를 잡아야 한다. 군기 잡기에는 적대적인 대상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6.15선언 20주년이 다가온 것이다. 선대와도 다른 강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와 함께.

한 가지 더. 북한 입장에서 현재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면 그 책임을 김정은이 져야 한다. 그가 자력갱생을 외쳤기 때문이다. 핵경제병진정책에서 경제건설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2018년 공식적 선포까지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동생 김여정은 궁지에 몰렸을 때 책임을 전가시킬 수 있는 좋은 카드도 된다. ‘수령 무오류’를 내세우며 지도자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북한 입장에서 남매간 역할 분담은 김정은에 대한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에도 체제 안정성 과시, 여성 지도자라는 세계적 추세 부합, 필요시 책임전가. 그런 점에서 김여정의 정치전면 등장은 주목할 일이다. 만약 여성지도자의 등장 동기가 이렇다면, 당분간 김여정은 초반 군기를 다잡기 위해 강력하게 도발해올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워 힘이 든 상황인데, 북한은 참 이해하기 힘들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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