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93) /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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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93) / 최선을 다했다
  • 정명재
  • 승인 2020.06.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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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 시험합격 8관왕 강사)

지난 토요일,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지방직 시험 여정이 끝났다. 4월 국가직 시험이 미뤄진 탓에 지방직 시험에만 매달려 한 해의 절반 이상을 준비하였으니 그 허탈함과 공허함도 컸으리라 생각한다. 시험은 고작 100분의 향연(饗宴)이었지만 한 장의 OMR카드에 담긴 의미는 각자에게 남다르다. 시험을 마치고 드는 몇 가지 생각을 반추해 본다.
 

시험을 앞둔 한 주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는 걸 느꼈을 것이다. 마음의 질서가 무질서로 바뀌고 일상의 평정심이 조바심과 두려움으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중요하고 헷갈리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강조한 페이지를 뒤적이며 시험에 나올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게 된다. 여러 과목을 한 주에 정리하려니 시간은 부족하고, 공부할 분량이 갑자기 밀어닥치니 머리는 복잡하고 무거워진다. 잠시의 게으름이 큰 충격처럼 다가오는 시간이 바로 시험을 앞둔 한 주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시험일 전야는 어떠했는가? 판도라의 상자처럼 누구도 알 수 없는 시험의 난이도를 두려움으로 기다리는 순간이다. 통상적으로 문제가 어렵게 출제되면 오래 공부하거나 깊이 공부한 수험생들에게 유리하지만, 반대로 쉽게 출제되면 고득점자가 많이 나오기에 공부의 깊이를 따지기 보다는 운(運)에 좌우되는 경우도 있다. 누가 실수 하나를 덜 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케이스다. 하지만 시험 전야(前夜)에는 아무도 모른다. 시험이 어떻게 그리고 어느 파트에서 많이 출제될지를 말이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취약한 과목과 헷갈리는 부분을 찾아 분주히 자신의 약점을 보충하기에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새 돌아오는 아침이 시험이었다.
 

시험장에 도착했다. 떨리는 마음도 시험 볼 교실에 앉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기 마련이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스피커에서 나오면 한결 마음이 온화해진다. 그리고 9시 30분이면 감독관이 들어오고, 가지고 갔던 수험서와 소지품은 모두 교실 앞으로 내려놓는다. 그리고 잠시의 침묵이 흐른다. 정적을 깨는 시작 신호와 함께 시험은 시작된다. 1문제당 1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정신없이 문제를 풀다보니 국어 시험은 이미 시간이 오버(over)되는 경우도 생긴다. 무리하게 첫 과목인 국어부터 힘을 주다 보면 다음 과목에서부터 시간의 압박이 종종 생긴다. 20분에는 다음 과목으로 넘어가야만 한다. 그래야 다음 과목에서 시간의 병목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영어, 한국사, 전공과목 등 분주한 전투가 끝날 무렵이면 어김없이 답안지를 바꿔달라는 수험생이 한두 명 보인다. 이미 승부가 결정된 순간에 또 다른 위험을 자초하는 경우라 생각한다. 답안 마킹에 실패하는 경우에는 전반적인 평온이 깨져 올바른 판단을 그르치는 일이 생긴다. 타종 소리와 함께 시험이 끝나고 시험은 막을 내리게 된다.

자리에서 일어나 시험장을 빠져 나온다. 어느 정도 시험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는 순간이다.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시험을 치른 경우에는 입가에 미소도 생기지만 실수와 헷갈리는 문제에 봉착한 경우가 많았다면 얼굴은 굳어지게 마련이다. 긴 한숨과 짧은 탄식도 이미 지난 순간에의 아쉬움일 뿐이다. 전날 잠을 충분히 이루지 못하였고 기억의 불충분 그리고 경험의 부족을 내세우지만 못내 억울하고 속상한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아는 문제를 틀리는 경우 그리고 쉬운 문제를 실수한 경우에는 마음이 더욱 상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평화로운 정적의 순간을 지나 우리는 시험이라는 전투를 치르고 교정을 빠져 나왔다.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가? 시험이 끝나고 마주한 주말은 여느 주말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밀린 잠을 보충하고 억눌린 스트레스에서 잠시 해방되어 시험이 끝난 여유를 즐긴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 시험 후유증으로 시험 전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주말을 보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 번의 기회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되고자 노력한 그 시간과 땀과 눈물이 한 번의 시험으로 지난 것이다. 최선을 다한 시험이었고 다시 되돌아간다 해도 이보다 더 간절하지 않을 시간을 보낸 것이다. 모든 수험생들에게 격려와 수고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결과가 어떠한지는 나중에 필기합격 발표 일부터 고민하도록 하자.

경기가 끝난 운동장에는 선수들이 없다. 객석이 떠난 무대에는 가수와 연주자가 없다. 우리는 시험을 본 그 교실에서 떠나 각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 수험생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시험을 잘 치른 경우이건 만족스럽지 않는 결과이건 상관없이 다음 시험을 준비할 차례인 것이다. 필기합격이 최종합격을 의미하지는 않기에 다음 시험을 대비하여 준비하는 것이다. 남은 시험에 다시 혼신의 노력과 최선을 다하기를 권한다. 지난 시간, 많은 수험생들과 시험이라는 전투에서 전장을 누벼왔다. 다양한 직렬과 직류에서 합격을 하였고 그들을 합격으로 인도하였다. 시간은 흘렀고 시험장에 다니는 일도 이제는 힘에 부친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약속한 첫 다짐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대들의 첫 약속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포기하고 뒤처지고 아파하던 인생에서 시작한 시험이었기를 바란다.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경험했을 실패의 순간들은 많은 울림을 주곤 한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는 법이다. 수험 초보생의 경우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다. 생각보다 정신없이 지나는 시험시간에 적잖이 놀랐을 것이고, 시험이란 기술이라는 말에도 무게를 두게 될 것이다. 많이 공부한다고 해서 많이 기억하는 것은 아니기에 자신의 역량을 살펴 공부기술이 필요한 것도 깨쳤을 것이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에 정답을 골라야만 한다. 전반적인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정답을 찾아내야만 한다. 시험이란 단순한 지식의 측정도구일 뿐이란 걸 알아야 한다. 어쩌면 남을 이기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도록 느끼는 게 시험이 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정신적인 강인함, 시험에서의 배짱, 평소의 성실함 그리고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결기(結己)를 지녀라. 시험이란 단순한 지식을 축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노력한 열정이 온도계의 수치로 환산되지는 않겠지만 시험을 치르면서 느낀 그 압박감과 무게를 견딘 그대의 심장은 분명 요동치며 승리를 갈구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최선을 다했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음 시험을 기약할 시간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지금보다는 더 강인하게 변한 그대를 만나야 한다.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루라고 있는 것이기에 그대의 약속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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