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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주객전도(主客顚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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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주객전도(主客顚倒)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6.12 10:5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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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오탈제 문제가 다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기자의 눈을 통해 오탈제, 넓은 의미에서 ‘기회의 박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지만 새로 헌법소원이 청구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오탈제 문제에 대해 짚어보려고 한다.

오탈제는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로스쿨을 수료한 후 5년간 5회로 제한하는 제도다. 오탈제의 근원을 살펴보자면 사법시험 폐지의 이유 중 하나로 제시된 ‘고시낭인’의 방지를 꼽을 수 있겠다.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에만 매달려 세월을 허송하는 인력의 낭비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로스쿨 제도 하에서는 ‘교육 효과의 유지 기간’이라는 이유가 하나 더 붙었다. 사법시험과 로스쿨의 가장 큰 차이는 ‘대학원 과정에서 이뤄지는 전문적인 교육’에 있다. 물론 사법시험에서도 법과대학이나 사교육, 독학 등을 통한 교육과 학습이 이뤄졌고 합격 후 사법연수원에서 실무에 중점을 둔 강도 높은 교육이 이어졌지만 ‘교육의 주체’에서 로스쿨과 차이가 있다.

오탈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되는 대표적인 두 가지 이유 중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부당함을 지적했다. 사법시험 지원자가 가장 많았던 시점인 2008년 기준 2만 3천여 명, 로스쿨 도입 이래 최다 지원이라는 올 법학적성시험 지원자가 1만 2천여 명 수준이다. 이 정도 규모의 인원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기 않고 도전을 이어간다고 해서 국가 인력 낭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들 중 기회비용을 무시하고 십 수 년을 오직 수험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이런 관점에서라면 연간 수십만 명이 지원하는 각종 공무원시험을 비롯해서 대학 입시 등 모든 시험과 채용, 나아가 사업 도전이나 국회의원 선거 출마 같은 데에도 도전 기회를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굳이 ‘법조인’에 도전하는 이들의 기회만을 제한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가 말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납득할만한 설명을 들어보지 못했다.

두 번째 이유도 어불성설이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오탈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선고하면서 응시제한 규정은 로스쿨에 재입학해 다시 수료를 하고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영구적 응시결격 사유라고 본 것은 모순이다. 교육적 효과의 소멸이 문제가 된다면 재교육을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애초에 그 ‘교육’이라는 것을 대학원에서, 그것도 오직 25개 대학으로 한정해 허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로스쿨에 진학한 많은 이들이 기존 법대 학부과정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커리큘럼을 비판한다. 물론 법대 학부에 비해 실무적인 교육이 강화된 면이 있다고 하지만 그런 교육이 반드시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큰 대학원 교육을 통해 이뤄질 필요는 없다. 더욱이 애초에 실무교육 기관이 아니었던 법대에 비해 강화됐다는 실무교육도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수준에는 크게 미달한다는 비판도 많다.

법조인에게 요구되는 지식과 역량은 고정된 형태의 교육을 통해서만 익혀야 하는 유형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경험이 필요한 직역이라는 점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현행 제도 하에서 로스쿨 진학이 4년제 학부 졸업 후 로스쿨로 직행하는 형태로 고착되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의 법조계 유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오탈제와 대학원 방식의 로스쿨 제도, 입학정원 통제 등의 수많은 제한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법조인 배출 수의 통제에 의한 법조 기득권 보호와 로스쿨 교수들의 입지 상승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문제점을 지적하고 뭔가 개선책을 제시하려고 하면 제도가 흔들리니 안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지켜야 할 것은 제도가 아니라 그 제도를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목표와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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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안혜성 2020-06-13 22:04:55
안혜성 기자님 천사네 천사

ㅋㅋㅋ 2020-06-13 21:17:00
결국... 주객전도된 국가의 억지로 멀쩡한 시험이 없어졌고... 또 그 억지때문에 로스쿨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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