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66)-시민단체 세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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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66)-시민단체 세도정치
  • 강신업
  • 승인 2020.06.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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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국왕의 위임을 받아 정권을 잡은 특정인과 그 추종세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조선의 정치형태를 세도정치(勢道政治)라고 한다.

조선의 세도정치는 정조 초의 총신 홍국영이 정치기반을 굳히기 위해 자신의 누이를 정조의 원빈(元嬪)으로 봉하게 하면서 시작됐다. 홍국영은 궁중의 숙위소(宿衛所)에 머물면서 인사를 비롯한 모든 정사를 독단했는데, 그가 정조에게 발탁된 뒤 4년 만에 추방되면서 막을 내리긴 했지만, 그의 권력은 한때 세도재상(勢道宰相)이라 불릴 만큼 막강했다.

홍국영 이후 세도정치가 다시 시작된 것은 정조가 죽고 순조가 11세의 나이로 즉위하면서부터다. 정조의 유탁을 받은 김조순이 자신의 딸을 왕비로 들여 순조를 보필하게 하면서 안동김씨 세도정치가 시작됐다. 이후 헌종 때는 풍양 조씨의 세도정치가 15년 가까이 계속됐고 이어 다시 안동김씨에 의한 세도정치가 약 15년간 이어졌다. 이후 고종의 생부로 정권을 장악한 흥선대원군이 안동 김씨 세력을 몰아내고 독재적 세도정치를 폈다. 그러나 그가 다시 10년 만에 명성황후에 의해 실각한 뒤로는 한말까지 여흥 민씨 일족에 의한 세도정치가 계속되었다. 민씨 세도정치가 극에 달한 시점에는 국가 요직을 차지한 민씨 일족이 무려 1,000명을 넘었다. 이렇듯 조선 후기는 외척의 세도정치가 만연하면서 그 일족이 요직을 독차지하고 갖가지 비행을 저질러 백성의 삶이 피폐해지고 급기야 나라가 망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런데 그 경국지세(傾國之勢) 세도정치가 21세기 대한민국에 다시 나타났다. 다름 아닌 시민단체라는 일단의 세력에 의한 세도정치다. 시민단체들, 그중에서도 좌파 시민단체들은 그 조직력과 자금력을 이용해 승리에 상당한 기여를 한 뒤 청와대나 정부 요직을 독차지하거나 당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공천을 받아 그 소속원들을 국회에 입성시켰다. 이런 식의 영향력을 가진 대표적인 단체가 민변, 참여연대, 경실련 등인데, 멀리 갈 것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민변 출신이고 서울 시장 박원순은 참여연대 출신이다. 또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내고 지금도 계속 중용되고 있는 김상조나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고 법무무장관에 임명됐다가 대한민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조국 역시 참여연대 출신이다. 그런가 하면 조국 후임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상기는 경실련 출신이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포진한 변호사 출신 의원들은 박주민을 비롯한 대다수가 민변출신이다.

그 외에도 시민단체 출신들이 정부 요직이나 국회에 많이 포진하면서 정부나 여당은 시민단체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정치성향을 띤 일부 좌파 시민단체는 시민단체가 마땅히 경계해야 할 정파성을 오히려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스스로 권력기관화 되었다. 권력을 경계하고 견제해야 할 시민단체가 권력행사의 주체가 되면서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가 되고 만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 특유의 감성 논리가 국회와 정부에 여과 없이 침투되면서 국회와 정부에 아마추어리즘이 성행하게 되었다. 그것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 ‘인터넷전문은행’ 개정안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입김에 휘둘리며 국회에서 부결된 사건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銀産) 분리’를 일부 완화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핀테크 혁명’에 필수로 꼽힌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여야합의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의결되고 본회의 표결 전 여야가 통과에 합의까지 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좌파성향 시민단체와 보조를 맞춘 몇몇 의원의 반대에 막혀 법 개정이 무산되고 말았다.

시민단체의 세도정치의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령 정의기억연대라는 시민단체를 통해 위안부 운동을 해 온 윤미향이 정의연 활동을 하며 회계부정과 횡령을 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더불어민주당은 금태섭 징계 등을 통해 소속의원들에 대한 입막음까지 시도하며 윤미향 지키기에 올인했다. 이를 두고는 더불어민주당이 시민단체의 눈치를 살피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금 대한민국 시민단체의 세도정치는 조선의 외척 세도정치만큼이나 해롭고 위험하다. 시민단체 세도정치 더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여기서 멈춰야 한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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