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최초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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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최초 인정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6.11 16: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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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 보장의 전제, 법률로써도 침해 불가”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대법원이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특히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으로, 법률로써도 침해할 수 없음을 선언해 주목된다.

신청인 A는 2013년 6월 5일 귀화허가를 받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중국 국적의 여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다. A는 2018년 9월 8일 청주시 소재 병원에서 출생한 자녀 B(사건본인)에 대한 출생 등록을 하려고 했으나 B의 모(母)가 2009년경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갱신이 불허됐고 그 후 일본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중국 여권이 아닌 일본 정부가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이용해 대한민국에 출입했기 때문에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출생등록이 거부됐다.

이에 A는 2015년 5월 18일 신설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의한 관할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하기 위해 가정법원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원심(1심)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이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은 사건본인인 B의 모가 외국인이지만 출생증명서에 모의 성명, 출생연월일, 국적이 기재돼 있고 그 내용이 출생증명서의 ‘출생아의 모’란의 기재내용과 일치하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는 “원심은 이 사건 조항의 적용범위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사건본인의 모는 중국 당국의 여권 무효화 조치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하였는바 이러한 경우도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불복,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권순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고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며 A의 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파기(대법원 2020. 6. 8.자 2020스575 결정)했다.

국적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子)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되는 점,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갖춰야 하고 사회적 신분의 취득은 개인에 대한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해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그 절차가 복잡해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그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랑이법’으로 불리는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도입 배경과 취지도 고려됐다. 사랑이법은 모의 인적사항을 모르거나 모가 자녀의 출산 후 잠적해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가 단독으로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고 후견인 지정 신청, 가족관계등록 창설 및 성본 창설, 인지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부자관계가 확정될 수 있는 사정으로 인해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를 못하고 버려지는 사태마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은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질병 또는 상해로 치료가 필요한 때에도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아동수당 등의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며 취학연령에 이르러도 학교에 다닐 수 없다.

또 출생기록이 없어 불법입양이나 인신매매 등의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있는 등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법의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제기된 것.

이에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를 간소하게 함으로써 출생 아동의 인권을 보장할 목적으로 해당 조항을 신설했고 그 취지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규정해 아동 인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출생신고가 객관적 진실에 부합되도록 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에 규정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라 함은 문언 그대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모의 인적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모의 소재불명,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이 사건과 같이 모가 외국인으로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등을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논거를 바탕으로 대법원은 유전자검사결과를 통해 사건본인 B가 신청인 A의 친딸임을 인정할 수 있고, 사건본인의 모가 외국인으로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해당하므로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B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사례로 대법원은 “하급심에서는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본건 대법원 결정에 의해 미혼부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보다 간소하게 혼인 외 자녀에 대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의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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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빈 2020-06-17 00:59:38
아이가 출생등록이 거부되었다고 그랬는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는 필수적인 예방접종도 못 받을뿐더러 적절한 의료조치도 받기 어렵다고 그랬다 그 외에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되는 것이 많은데 그래도 출생등록될 권리가 최초로 인정이 됐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이언 2020-06-23 09:12:19
2시간만에 바뀐 대법원판결...황당하네요! 지금 아래에서 국민청원중이네요..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wmzv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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