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165) / 금태섭, 윤미향, 그리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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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165) / 금태섭, 윤미향, 그리고 민주당
  • 강신업
  • 승인 2020.06.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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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동서고금을 통틀어 오만한 권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편견에 사로잡혀 소통하지 않는 권력도 바로 사라졌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박근혜의 몰락은 그가 오만에 빠져 소통을 차단하는 순간 이미 잉태되었다.

절대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일부 권력자나 권력기관에 존재하는 핵심적 심리적 기반은 오만과 편견이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결과물이 불통과 독선이다. 오만과 편견은 인간의 상대적 인식 능력에 따른 속성과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상황과 관계라는 조직 논리에 종속되기 쉬운 개념이다. 따라서 조직이기주의의 구축을 목표로 삼는 권력자나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오만과 편견에서 비롯된 불통과 독선이라는 바이러스를 조직에 전파한다. 이렇게 감염된 조직에 합리적 비판이나 보편적 정의가 침투할 공간은 없다.

민주당의 불통과 독선이 점점 그 몸집을 키우고 있다. 과거에도 정당 내 비판을 수용하는 데 몹시 인색하던 민주당은 177석의 거대 정당이 되더니 이제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식의 자신감을 오만과 편견으로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금태섭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린 것은 그 하나의 징표다. 민주당은 금 전 의원이 지난해 ‘조국 사태’ 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등 당내 현안에 대해 바른 소리를 낸 것을 문제 삼았다. 직접적으로는 금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표결에 기권표를 던진 것이 해당 행위라는 이유다.

그러나 이미 지역구 경선에서 탈락해 전 의원 신분이 된 금태섭을 이 시점에 징계하겠다는 것은 그 표적이 금태섭이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당의 이익이 아닌 국가이익을 우선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양심에 따라 의원 직무를 행한 국회의원을 징계한다면 이는 앞으로 민주당이 소속 의원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이고 공론 형성의 장을 폐장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 지도부의 의견과 다른 의견이나 국회에서의 표결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이자 가까이는 윤미향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함구령이기도 하다. 이것은 사실 그동안도 민주당 내에서는 윤미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는데 그나마 몇 명 있는 소신파 의원들의 목소리마저 잠재우겠다는 것이어서 악의적이다. 이것은 또한 민주당 지도부가 민주당 의원들을 민주당의 일개 조직원으로 대하며 상황 논리에 따라 오만과 편견을 작동시켜 오직 조직이기주의에 충실한 당을 만들려는 것으로 매우 비민주적, 파쇼적이다.

윤미향은 이미 그 개인적 도덕성과 정의연 운영의 정당성을 상실한 범죄 혐의자다. 정의연은 국제적 이슈를 다루며 예산규모도 적지 않은 글로벌 비정부기구(NGO)이고 때문에 회계 투명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표가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2007년 미국 의회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이 이용수 할머니를 지지하며 윤 의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게재문을 홍콩 매체에 보냈겠는가?
 

그런데도 그런 윤미향은 감싸고, 소신에 따라서 의정활동을 한 금태섭 전 의원은 징계한다는 것은 이미 민주당이 사당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것은 민주당 내 건전한 토론과 의사 형성의 장이 닫혔다는 징표다.

금태섭 전 의원은 자신의 징계에 대해 “어느 시대에나 논란이 되는 문제가 생긴다. 정치인들은 그에 대해서 고민해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다른 의견에 대해, 설령 그것이 잘못된 것일지라도 정치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책임을 들이대게 되면 그런 공론 형성의 과정이 사라진다. 그 폐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금 전 의원의 말을 깊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금 전 의원을 징계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비판이나 이견이 허용되지 않는 정당, 토론을 통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 정당은 이미 고인 물이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 동서고금 모든 역사에서 비판 세력과 반대 세력을 지워버린 ‘절대 권력’은 예외 없이 부패·타락·추락의 길을 걸었다. 이것이 민주당이 당내 언로를 활짝 열어야 하는 이유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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