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33.35% vs. 64.42% : 유권자들의 투표 결정요인으로 본 21대 총선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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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33.35% vs. 64.42% : 유권자들의 투표 결정요인으로 본 21대 총선결과
  • 신희섭
  • 승인 2020.06.0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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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br>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33.35% vs. 64.42%. 이것은 무엇인가? 33.35%는 ‘더불어시민당’이 유권자로부터 받은 정당 지지율이다. 64.42%는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에서 확보한 의석수 163석을 전체의석수 253석으로 나눈 값이다. 이 지표의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질문은 시시하다. 답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제도는 유권자의 ‘진실한 투표(sincere voting)’를 반영한다. 반면 지역구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세련된 투표(sophisticate voting)’ 혹은 ‘전략적 투표(strategic voting)’를 담고 있다. 그렇게 볼 때 민주당은 진실한 투표와 전략적 투표를 합쳐 압도적 승리를 했지만 진실한 투표에 따른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실제 미래한국당의 득표율이 33.84%로 민주당보다 0.5% 더 높다. 물론 민주당계열인 열린민주당의 5.42% 지지율을 합치면 범민주당계열의 지지율이 높아진다. 그래도 정당지지율은 38.77%에 불과하다. 지역구 득표율 64.42%와는 격차가 크다.

그러면 질문을 살짝 바꿔보자. 정당지지율과 지역구 의석수상의 거대한 차이는 무엇 때문인가? 이 질문에 대해 대단히 많은 주장들이 있다. 각각의 분석에 기초한 주장들이 가진 이념 편향성이나 정권편향성을 배제하고 설명할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대한 이론을 통해서 대답을 찾아보았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이번 선거에서 정부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런 차이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본부장으로 상징화되는 질병관리본부의 방역성과와 문재인대통령의 청와대인사들에 대한 평가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답이 너무 뻔한 것 아니냐고? 그래서 준비했다. 이 결론을 도출한 논리를.

유권자가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선택할 때는 4가지의 다른 요인이 제시된다. 첫째, 후보자와 이슈투표. 둘째, 당파투표. 셋째, 사회환경투표. 넷째, 합리적투표가 그것이다.

첫째, 후보자요인이나 이슈를 강조하는 요인은 이번 선거에서 크게 작동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선거가 아닌 총선에서 어떤 후보자가 253개나 되는 선거구에서 집합적으로 특정 정당의 지지를 높이기는 어렵다. 게다가 코로나 선거로 불린 이번 선거에서 지지를 끌어들일만한 이슈가 별로 없었다. ‘K-방역’말고는. 다른 선진국들의 늘어나는 확진자수와 사망자 수는 한국에게 의료선진국이자 방역선진국으로 위상을 부여했다. 이것은 뒤의 정부평가로 이어진다.

둘째, 당파투표는 유권자가 자신의 이념과 유사한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을 계기로 한국 진보 인사들은 ‘혁신(Radical)’ 대신에 ‘진보(Progressive)’의 타이틀로 ‘진보 vs. 보수’라는 이념대결을 시작했다. 이번 총선 역시 진보와 보수를 중심으로 선거전이 치러졌다. 실제 ‘투표’라는 ‘행동(behavior)’으로 자신의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여부를 확인한 유권자들이 많다. 이때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후보와 지지정당을 합리적 잣대로 평가하여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념이 동일한지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여러 연구와 조사에서 최근 한국 선거패턴에서는 지역주의보다 이념의 규정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이 설명은 다 맞는데, 문제는 정당지지율과 지역구의석률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즉 정당선거에서는 정체성공유가 안되지만 지역구에서 표를 민주당과 민주당후보에게 준 사람이 어림잡아도 25%가 넘는다.

셋째, 사회환경투표에 따르면 ‘지역주의’, ‘세대’, ‘계층’이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과거 소위 ‘386세대’가 50대가 됨에 따라, 이번 선거는 60대 세대와 나머지 세대로 구분될 수 있을 정도로 50대 이하 세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2016년 선거와 크게 세대구성이 다르지 않다. 4년만에 계층의 변화가 뚜렷하게 커졌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넷째 요인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합리적 투표. 이 합리적투표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정부와 대통령 소속 정당이 어떤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었는지를 기준으로 투표한다. 내가 받은 ‘혜택(benefit)’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혜택이 대체로 경제정책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선거는 ‘경제투표’가 된다. 즉 경제적 지표가 좋으면 여당 후보들이 총선에서 많이 당선되고, 경제적 지표가 나쁘면 야당후보들이 많이 당선된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경제투표가 작동하지 않았다. 만약 경제투표가 작동했다면 여당후보들은 불리했을 것이다. 최저임금상승과 부동산가격인상에 따른 임대료 상승이란 국내요인과 수출감소의 국제요인이 여당후보들을 많이 공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사태가 경제 이슈를 덮었다. 또 코로나 긴급생계비지원 방식은 합의를 못한 상태에서 총선을 치렀다. 오히려 총선과정과 그 이후 전국민에게 코로나 긴급생계비지원 방안이 정해졌다. 그러니 민주당은 경제이슈에서 특별히 유리할 것이 없었다.

합리적 투표에서 또 다른 것이 ‘성과투표’이다.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가 작동하는 것이다. ‘회고적 투표’의 논리는 좀 복잡하다. 정부와 집권정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그동안 이룬 실적이나 정부의 성과를 보고 보상(지지유지)하거나 처벌(지지철회)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실적을 기준으로 여당의 미래 비전과 새로운 공약을 제안한 야당의 비전을 ‘전망적(prospective)’으로 비교해보는 것이다.

성과논리로 보았을 때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회고적 투표의 기준이 답보중인 북한 문제는 아니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짧은 시간 내 인상적인 평가기준을 남긴 것이 있다. 그것은 정은경 본부장으로 상징화되는 질병관리와 통제체계이다. ‘투명성’과 ‘자기 헌신성’을 보여준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헌신이 보건복지부와 문재인 정부전체의 유능함으로 이어져 지지표로 자동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 사태를 통제하고 있다”는 믿음이 이번 선거에서는 중요했던 것 같다.

물론 확고한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유권자들이 질병관리본부만을 보고 민주당에 표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보다 높은 지지율의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청와대인사들의 총선출마도 회고적 투표의 중요 요소로 보인다. 게다가 전망적 비교의 대상인 미래통합당의 전략부재나 선거직전에 보인 후보들의 ‘막말 자살골’도 민주당에게 의석수를 선사했을 것이다.

이 분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결론 역시 단순하고 명확하다. 더불어민주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여당으로서는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이것이 안정적인 지지층에 기초한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받은 지지율과 의석률의 차이는 지지정당 없이 전략적으로 표를 주는 유권자들이 아직도 많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어떤 정당이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냉정하게 처벌할 수 있다. 경쟁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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