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직선거와 허위사실공표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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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직선거와 허위사실공표죄
  • 송기춘
  • 승인 2020.05.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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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표의 선출 과정에서 거짓의 사실을 퍼뜨려 유권자를 속이는 행위를 처벌하여 선거의 공정을 확보하려는 취지이다. 이 조항이 가지는 불명확성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선거는 민주주의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이므로 공정한 선거를 위한 이 조항의 목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2019년 9월 수원고등법원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당시 후보자)가 지방선거의 TV토론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였다는 혐의를 인정하여 300만원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벌이다. 법원은 ‘피고인의 이 사건 공표발언은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KBS, MBC 공중파 방송에서 행해졌’으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 내용은 매우 쉽게 전파될 수 있’었으며, ‘현재와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는 이와 같은 공중파 방송에서의 발언이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더욱 쉽고 방대하게 전파·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피고인의 위 지시 행위에 어떠한 위법성이 없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성남시장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여 자기의 친형에 대하여 강제력을 행사하여 진단 또는 치료를 받게 하려고 했는지 여부는, 적어도 선거인들로서는 피고인의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도덕성에 관한 중요한 사항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보았다. 현재 대법원의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위 공직선거법 조항의 해석과 적용에는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 위 공직선거법 조항이 공직선거와 관련한 사람의 거짓말을 모두 처벌하자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행위자의 고의의 내용으로서 그 사항이 허위라는 것의 인식이 필요하며, ‘단순한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불과한 경우’에는 허위의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종적인 판단은 유권자가 하므로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 허위사실의 공표는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선거과정에서의 공방은 의견과 사실의 주장이 섞여 있고 그것은 최종적으로 선거인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선거인이 판단을 행여 그르칠까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은 과도한 후견주의적 시각이다.

둘째, 정치적 영역, 특히 선거에서의 표현행위는 정치적 의견의 투쟁이 최고도로 강화되는 상황 속에서 행해지는 것이므로 보다 더 강한 자유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에 비추어 피침해이익과의 법익형량에 의해 후자의 법익이 보다 중요한 경우에 한하여 위법성이 인정된다 할 것이고 특히 선거과정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더 폭넓게 인정되어져야 할 것”이라는 판결(서울지방법원 1995. 8. 17. 선고 95고합661 판결)의 설시는 타당하다. 그것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해석이기도 하다.

특히, 방송토론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 방송토론은 상대후보자의 면전에서 즉시 반론 및 해명기회가 부여되므로 검증을 위한 의혹제기나 주장은 당연히 예정된 것으로 공직선거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이고, 연설이나 유인물배포와는 달리 방송토론에서의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은 제한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8952 판결)고 판결하였다. 또한 발언과 해명에 시간제한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방송토론에서 후보자가 한 발언 하나만 분리하여 곧이곧대로 믿고 그것만으로 결정적 판단을 할 사람은 없다. 유권자는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을 하여 의사결정에 이른다. 유권자는 어리석지 않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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