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19) / 미국 법은 전 세계에 적용되는가 – 미국 해외 부패 방지법 (FCPA)의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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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19) / 미국 법은 전 세계에 적용되는가 – 미국 해외 부패 방지법 (FCPA)의사례
  • 법률저널
  • 승인 2020.05.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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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미국에서 사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않는 기업, 글로벌 기업의 해외 지사가 클라이언트인 경우 종종 왜 미국 법령 준수가 중요한지 자세한 설명을 하게 된다. 검사 출신의 선배 변호사가 종종 하는 설명은 이렇다. 미국 검찰이 사건 조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 밖의 사건이라도 미국 검찰의 관할권이 존재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거의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사의 개시에 앞서 역외 관할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조사를 포기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미국 법은 여러 근거와 이유로 미국 영토 역외에 적용되므로, 위반으로 인한 막대한 과징금의 부과, 모니터라고 불리는 감시 제도의 시행 등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법령의 적용을 가정하고 컴플라이언스 체제를 정비, 운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법이 미국 밖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외국 기업에 최근 많이 적용되는 FCPA의 사례를 통하여 살펴보려고 한다. FCPA는 크게 뇌물 금지 조항과 회계 관련 조항으로 구성된다.

뇌물 금지 조항은 외국 공무원에게 사업을 획득,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전이나 그 밖의 가치를 가진 물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어떠한 근거로 이 조항이 미국 법에 따라 설립되거나 미국을 주요 사업 소재지로 하는 미국 기업 외의 기업에도 적용되는가. 첫 번째는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되어 있거나 미국 예탁 증권(ADR)을 발행한 경우이다. 문제가 되는 뇌물 공여 행위가 미국 밖에서 발생한 경우라도 뇌물 공여 행위와 관련하여 미국의 우편이나 주간 통상 수단(instrumentality of interstate commerce)을 사용했다면 FCPA가 적용된다. 미국 법무부는 주간 통상 수단을 전화 통화, 이메일, 메시지, 팩스, 미국 전산망을 이용한 송금 등을 포함하여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미국 상장, ADR 발행 기업이 아니라도 미국 영토 내에서 우편이나 주간 통상 수단을 쓰거나, 뇌물 공여의 제안, 약속, 허가 혹은 공여 관련 행위를 하는 경우 FCPA의 적용 대상이 된다. 또한, 미국 상장, ADR 발행 기업이나 미국 국내 관심 사항(domestic concern, 미국 시민이나 거주자, 미국 법에 의거하여 설립된 기업이나 주 사업 소재지가 미국인 경우를 지칭)의 대리인(agent)으로 활동하는 경우에도 FCPA가 적용된다. 또한, FCPA 위반을 방조, 공모하는 외국 기업에도 FCPA 뇌물 금지 조항이 적용된다.

FCPA의 회계 관련 조항에 따르면, 장부, 회계 기록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남기고 적절한 내부 통제 절차를 시행해야 한다. 실제로는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이나 접대비용인데도 다른 명목으로 장부에 기재하면 FCPA의 회계 관련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하지만 회계 관련 조항의 위반에 반드시 뇌물이 연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장부를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회계 관련 조항 위반이 성립할 수 있다. 이 회계 관련 조항은 미국 기업과 미국 상장, ADR 발행 기업에 한해서 적용되지만, 그 외의 기업 역시 회계 관련 조항의 위반을 방조, 모의할 때에도 적용된다.

미국 법무부나 증권거래위원회가 FCPA 위반 조사를 개시할지를 판단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있다. 미국 국내에서는 미국 기업을 주로 위반 조사의 타겟으로 삼음으로써 미국 기업에 불리한 경제 환경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있는 한편, 미국 밖에서는 미국 기업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을 위협하는 도구로 FCPA를 이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은 조사 개시에서 대상이 미국 기업인지, 외국 기업인지 아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뇌물 금지, 반부패 법제는 다른 법제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고, 또 관련된 국가 간 협조 활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밖에서 뇌물 공여와 관련된 위반은 FCPA의 역외 관할권이 어떤 이유로든 성립한다면 FCPA의 뇌물 금지 조항의 위반이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과징금 규모, 모니터 설치, 조사 대응 관련 변호사 비용 등을 감안하면, FCPA의 역외 적용에 대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역외 적용과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FCPA의 공소 시효인 5년이 지난 사안에 대해서도 FCPA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안심하기 어렵다. 미국 법무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5년 이상이 경과된 행위에 대해서도 FCPA를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일부 행위에 대한 기소 후 공소 시효 계산이 중지(tolling)되기도 하고, 또 조사가 진행 중인 경우라도 조사 대상인 기업에 협조를 요청하여 공소 시효를 중지하는 합의(tolling agreement)를 하기도 한다. 또 관련된 행위를 하나의 계획(scheme)으로 묶어, 가장 나중에 일어난 사건을 기준으로 공소 시효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입찰 과정에서 뇌물 공여가 있었다는 혐의가 있으면, 프로젝트 낙찰, 수행, 비용 지금 등을 하나의 계획으로 보고 가장 나중에 발생한 사건(비용지불)부터 5년간을 공소시효로 계산하는 것이다.

물론 FCPA 위반 혐의 조사 대상인 기업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FCPA를 적극적으로 역외 적용하고 공소 시효를 실질적으로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클라이언트 대리(representation)의 관점에서, 형사 조사 과정에서 검찰 측의 주장 중 어떤 측면에 이의를 제기하고 또 (정중하게) 싸울지를 경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경험을 통해서 배워왔다. 특히 다른 로펌과 형사 사건 조사를 공동 대리하는 경우, 대응 방향과 전략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이런 부분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반론을 제기한다고 해서 검찰 측이 이를 수용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또 변호사들의 대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다. 내부적으로 FCPA 위반 리스크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에게 미국 상장 기업은 물론이지만, 미국 기업과의 프로젝트 수행, 위반의 여지가 있는 행위 수행 과정에서 미국 은행 전산망, 미국의 통신망 이용만으로도 FCPA의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조사 과정 (변호사비용, 시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전념해야 할 임직원들의 시간, 이에 따른 기회비용도 포함한다), 조사의 결과로 과징금 부과, 모니터 제도의 시행 가능성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라는 것도 통감하였다. 그래서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잔소리’를 써보게 되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park@lw.com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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