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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정당체계(party system)는 강한 것일까 약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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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정당체계(party system)는 강한 것일까 약한 것일까?
  • 신희섭
  • 승인 2020.05.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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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020년 21대 총선 이후 정당체계(party system)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총선용 비례 정당들의 거취가 대체로 정해지고 있다. 17석을 얻은 ‘더불어시민당’은 5월 13일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하였다. 그 뒤 19석을 얻은 ‘미래한국당’도 ‘미래통합당’과 합당을 합의하였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과 ‘소수 정당보호’와 ‘위성 정당의 등장’으로 말 많던 21대 총선의 결과는 명확하다. 정당과 유권자들이 만들어낸 ‘양당제의 강화’다. 새로 도입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제도적 취지와는 무색하게, 거대 양당이 만든 비례정당들이 한 석이라도 더 많이 비례의석을 챙기며 다시 양당제로 돌아섰다.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거대 양당을 제외한 정당들이 확보한 의석은 총 11석에 불과하다.

지역구에서 선전하기 어려운 군소정당들의 상황에서 비례대표제도는 의석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실제 최근 선거들에서 비례대표제도의 정당별 의석수는 변화가 눈에 눈에 띈다. 20대 총선에는 거대 양당인 새누리당이 17석과 더불어민주당이 13석으로 전체의석 47석중 총 30석을 얻었고 군소정당들이 17석(정의당 4석)을 확보했다. 이때 ‘국민의당’은 정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 13석이나 의석을 얻었다. 19대 총선에서는 거대 양당인 새누리당이 25석과 민주통합당이 21석을 얻어 전체 비례대표 의석수의 54석중에서 46석을 얻었다. 군소정당으로는 통합진보당이 6석, 자유선진당이 2석을 얻어 총 8석 만을 얻었다. 18대 총선에서는 거대 양당인 한나라당이 22석을 얻고 통합민주당이 15석을 얻어 전체 54석 중 37석만을 얻었을 뿐이다. 반면 자유선진당(4석), 친박연대(6석), 민주노동당(3석), 창조한국당(2석)이 합쳐 17석을 확보하였다. 17대 총선에서는 신생정당인 열린민주당이 23석을 얻고 한나라당이 21석을 얻어 전체비례의석 수 56석에서 44석을 차지했다. 새천년민주당(4석)과 민주노동당(8석)이 합쳐 12개의 의석을 획득했다.

최초로 비례대표제에서 ‘1인 2표 제도’로 바뀐 2004년 총선부터 2020년 총선까지를 보았을 때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들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통로다. 반면에 이번 선거에서 본 것처럼 거대양당이 어떤 선거전략을 짜는지에 따라 제3 정당이나 군소정당의 진입은 막힌다. 지역구 선거에서 거대 양당은 프리미엄을 가진다. 이에 더해 거대양당은 비례대표제도에서 우호적인 제도적 지분을 가진다. 이것의 정치적 의미는 단순하다. 유권자들이 현재 거대 정당 정치가 아무리 불만스럽다고 해도, 새로운 대안이 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정치에 대해 좀 낯선 질문을 던진다. 한국의 정당들 자체는 제도화가 부족한데 비해 한국의 정당체계는 양당제라는 제도적인 특성이 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잦은 당명교체로 상징화되는 개별정당들의 낮은 제도화 수준은 정당체계수준에서도 당연히 낮은 제도화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의외로 양당제로 자리잡은 정당체계수준의 제도화는 튼튼할 수 있다.

“한국정당체계가 양당제라고?” 혹 이런 의심이 들 수 있다. 특히 2016년의 20대 총선에서 38석의 국민의당이 등장해 다당제를 만들었던 최근 사례를 감안하면 더욱 의심이 생긴다. 그렇다. 20대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다당제를 선택했다. 그간의 양당제가 깨지고 1987년 대선과 1988년 총선에서 만들어진 ‘지역주의에 기초한 다당제’와는 다른 다당제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 다당제의 선택이 “일시적”이었다는 것이다. 20대 총선이 만든 다당제는 20대 국회에서 다시 분당과 합당과정을 거치면서 과거 양당제로 회귀하였다. 그리고, 21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수월하게 양당제를 선택하였다.

학문적으로 정당체계를 구분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정당별 의석수기준, 행정부에 대한 견제 가능성기준, 유효정당수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수월한 기준은 의원수 20인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 기준으로 보면 지역주의(충청권 지역주의 쇠퇴)가 약화되고 진보-보수의 이념적 기준이 들어온 17대 국회이후 한국의 정당체계는 양당제로 유지되어 왔다. 다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지역구의석 25석과 비례의석 13석으로 38석을 얻으면서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는 다당제로 ‘일시적’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20대총선의 정당체계가 ‘일시적’이었다는 점은 투표행태와 정당체계를 분석하는 이론을 통해서 충분히 설명가능하다. 비교정치학에서 선거로 인해 정당체계가 바뀌는 것을 설명할 때 ‘이탈(deviation)’과 ‘해체(dealignment)’와 ‘재편성(realignment)’이라는 개념을 이용한다. 이탈은 지지정당에 대한 일시적 불만에 따른 지지철회를 의미한다.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들은 지지정당이 “정신만 차리면” 원래 지지 정당에 다시 표를 준다. 반면에 ‘해체’는 유권자들의 기존 정당에 대한 충성심의 약화를 의미한다. 여기서 더 나가면 유권자들의 지지 정당 패턴이 달라진 ‘재편성’이 이루어진다. 즉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바뀌거나, 정당별 지지율이 역전되는 현상이 만들어지고 그 편성된 구조가 ‘지속’되는 것이다. 한 번의 선거가 아닌 반복되는 선거에서 이 지지패턴이 유지되면 ‘재편성’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뉴딜연합이 만들어져 공화당우위정치가 붕괴하고 민주당우위의 정치가 20여년 지속된 것이 대표적 ‘재편성’사례다.

위의 이론으로 볼 때 21대 총선은 19대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되던 양당제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20대 총선의 거대 양당에 대한 낮은 지지와 국민의 당에 대한 높은 지지는 결국 ‘일시적’ 현상에 해당한 것이다. 2020년 선거에서 4년만에 유권자들의 지지가 바뀐 것으로 볼 때 20대 총선은 양당제가 다당제로 ‘재편성(realignment)’이 된 것이나 양당제적 지지기반의 ‘해체(dealignment)’는 아니었던 것이다. 거대양당에 대한 실망과 불만에 따른 ‘이탈(deviation)’ 혹은 ‘저항 투표(protest voting)’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보면 한국의 정당체계는 놀랍게도 강한 정당체계일 수 있다. 정당이 아무리 유권자들로 하여금 알아차리기 어렵게 재빨리 당명을 갈아치워도, 유권자들은 정당체계 차원에서 크게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에 대한 지지를 보낸다. 개별정당들이 발빠르게 당명을 교체하고 인적 구성을 달리하는 낮은 수준의 제도화를 향해 달려가도, 정당체계는 끈덕지게 양당제를 향해 나가고 있다. 정의하자면 ‘개별정당 수준의 낮은 제도화와 정당체계 수준에서는 높은 제도화’다. 한국 정치 참 신기하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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