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기판력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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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기판력Ⅰ
  • 이창현
  • 승인 2020.05.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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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이창현</strong>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례 1 : 일사부재리의 효력과 공소사실의 동일성]

甲에게 노숙자 B가 다가와 “이 도둑놈아, 내 시계를 내놔라”라며 시비를 걸어왔다. 화가 난 甲은 주먹으로 B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고 B는 쓰러져 있다가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런데 B는 甲을 만나기 30분 전에 乙에게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고 쓰러진 후 차고 있던 시계를 강탈당했고, 乙에게 맞은 때로부터 20분 후에는 지나가던 丙에게 “도둑놈아, 내 시계 내놔라”며 시비를 붙다가 역시 심하게 얻어맞은 바 있었다. 병원에 후송된 B는 중상해를 입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그 원인된 행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위 사실로 인해 甲, 乙, 丙은 폭행치상죄로 기소되어 공동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았고, 제1심 법원은 甲에게 징역 1년, 乙에게 징역 2년, 丙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丙은 항소를 하지 아니하여 형이 확정되었고, 甲과 乙은 항소하여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B는 항소심의 심리가 진행되던 도중에 사망하였다.

검사가 丙을 상해치사죄로 다시 기소할 수 있는지 논하시오. (10점)

(2016년 제1차 모의시험 사례형 제2문)

1. 문제의 제기

丙은 이미 폭행치상죄에 대해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으므로 검사가 다시 기소할 상해치사죄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게 되므로 이를 살펴본다.

2. 일사부재리의 효력 (5점)

일사부재리의 효력이란 유죄와 무죄판결인 실체재판과 면소판결이 확정되면 동일사건에 대해 다시 심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효력을 말한다. 일사부재리의 효력과 기판력의 관계에서 ① 동일하게 보는 견해, ②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기판력에 포함되는 개념이라는 견해, ③ 서로 구별하는 견해가 있는데, 기판력을 좁게 해석하여 일사부재리의 효력과 동일하게 보는 견해가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일사부재리의 효력에서 주관적 범위는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에 대해서만 발생하고, 객관적 범위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와 같고, 시간적 범위는 사실심리가 가능한 최후의 시점인 판결선고시까지 미치게 된다.

사안에서 丙에 대해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데도 만일 기소를 하게 되면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쳐서 이미 확정판결이 있은 때에 해당되어 면소판결을 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없으므로 유무죄의 실체재판1)을 할 수 있다.

3. 공소사실의 동일성 판단 기준 (5점)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과 관련하여 학설은 ① 기본적 사실동일설, ② 죄질동일설, ③ 구성요건공통설, ④ 소인공통설 등이 있으나 기본적 사실동일설이 다수설의 입장이고 판례는 기본적 사실동일설을 취하면서 규범적 요소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2) 검토하면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면서 규범적 요소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사안에 의하면 같은 일시, 장소에서 같은 피해자에 대하여 같은 방법으로 폭행하여 치상에 이른 공소사실과 피해자의 사망에 따른 상해치사의 공소사실은 피해자를 때렸다는 사실에서 기본적으로 동일하고 폭행의 고의를 상해의 고의로 인정하면서 상해의 사실이 이후에 사망의 결과로 사정변경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규범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경우에도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4. 결 론

丙에 대한 확정판결인 폭행치상의 공소사실과 상해치사의 공소사실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므로 이미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해당되어 재기소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여 면소판결을 하게 되므로 검사는 재기소할 수가 없다.3)

[사례 2 :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

甲은 소매치기로 조사를 받아 절도죄로 공소제기가 되었다. 제1심 공판정에서 甲은 공소사실에 절취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금반지는 사실 乙이 혼자서 절취한 것이고 절취한 직후에 자신에게 맡기는 바람에 乙로부터 받아서 보관하였을 뿐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래서 검사가 장물보관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을 하였고 제1심에서 장물보관죄에 대해서만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이후 장물보관죄에 대해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乙이 체포되었고 수사과정에서 위 소매치기는 甲과 乙이 합동으로 절취하였다는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가 甲에 대해서 특수절도죄로 다시 공소를 제기하였다면 법원은 어떤 판단을 하여야 하는지를 검토하시오.

1. 문제의 제기

甲에게는 이미 장물보관죄에 대해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으므로 특수절도죄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여부에 따라 만일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면소판결을 하여야 하고, 인정되지 않으면 유무죄의 실체재판을 할 수 있다.

2.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와 공소사실의 동일성 인정 여부

甲은 이미 장물보관죄에 대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는데 이후에 특수절도죄로 기소되었기에 장물보관죄에 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특수절도죄에 대해 미치느냐는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에 관한 문제이고, 만일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이내라면 확정판결이 있은 때에 해당되어(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甲에 대해서는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는 공소제기의 객관적 효력범위인 법원의 심판범위와 같으며 이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라 할 것이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학설로 기본적 사실동일설, 죄질동일설, 구성요건공통설, 소인공통설 등이 있으나 현재의 공소사실과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기본적 사실동일설이 다수설의 입장이고, 판례는 기본적 사실동일설을 취하면서 규범적 요소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4)

검토하면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면서 규범적 요소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3. 결 론

장물보관죄와 특수절도죄 사이에는 범죄일시가 근접할 뿐만 아니라 목적물이 동일하여 양죄는 재물을 취득하였다는 사실에서 기본적으로 동일하고, 피해법익이나 죄질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거나 판례에 의하여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는 경우에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장물보관죄에 대한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가 특수절도죄에도 미치므로 甲에게는 이미 확정판결이 있은 때에 해당되어 특수절도죄에 대해서는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사례 3 :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乙은 강도 범행에 사용한 흉기가 압수되고 이후 강도죄로 공소제기가 되었다. 강도사건은 乙이 1년 전 친구 F와 함께 저질렀는데, 乙이 강도 범행 후 F와 헤어져 강취한 물건을 지닌 채 귀가하던 중 경찰관의 불심검문을 받자 친구가 훔친 물건을 헐값에 샀다고 둘러댔고, 그 후 乙은 장물취득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강도사건에 대한 제1심 공판 중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다.

장물취득죄 유죄판결이 강도사건의 공소에 미치는 영향은? (20점)

(2017년 제2차 모의시험 사례형 제2문)

1. 문제의 제기

乙에게는 이미 장물취득죄에 대해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으므로 강도죄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여부에 따라 만일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강도죄에 대해 면소판결을 하여야 하고, 인정되지 않으면 유무죄의 실체재판을 할 수 있다.

2.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와 공소사실의 동일성 판단 기준

기판력 내지 일사부재리 효력의 객관적 범위는 현실적 심판대상인 공소사실 및 잠재적 심판대상인 그 공소사실과 단일하고 동일한 관계에 있는 사실의 전부에 미친다. 사안에서 乙은 이미 장물취득죄에 대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기판력은 장물취득죄에 미치고 그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이후에 기소된 강도죄에 대해서도 기판력이 미치느냐는 장물취득죄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고, 만일 기판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 이내라면 확정판결이 있은 때에 해당되어(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乙에 대해서는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는 공소제기의 객관적 효력범위인 법원의 심판범위와 같으며 이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라 할 것이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학설로 기본적사실동일설, 죄질동일설, 구성요건공통설, 소인공통설 등이 있으나 현재의 공소사실과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기본적 사실동일설이 다수설의 입장이고, 판례는 기본적 사실동일설을 취하면서 규범적 요소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5)

검토하면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면서 규범적 요소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3. 결 론

장물취득죄와 강도죄 사이에는 범죄일시가 근접할 뿐만 아니라 목적물이 동일하여 양죄는 타인의 재물을 취득하였다는 사실에서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고 하겠고, 이에 따라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의하면 양죄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므로 확정된 장물취득죄의 기판력이 공소제기된 강도죄에도 미치므로 법원은 강도죄에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그러나 장물취득죄와 달리 강도죄에 있어서는 흉기를 사용하는 등 수단과 방법이 다르며, 상대방이나 구체적인 일시, 장소도 달라 행위가 별개이고, 죄질이나 피해법익에 있어서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서 판례의 입장과 같이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는 경우에 양죄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결국 장물취득죄에 대한 기판력의 효력이 강도죄에 미치지 않으므로 법원은 강도죄에 대해 유무죄의 실체재판을 하여야 한다.

각주)----------------------------------------

1) 실체재판은 모두 종국재판이고 판결의 형식을 취하므로 ‘실체판결’과 같은 의미이다.

2) 대법원 2019.4.25.선고 2018도20928 판결,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법률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그 규범적 요소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8.23.선고 2015도11679 판결; 대법원 2017.1.25.선고 2016도15526 판결; 대법원 2013.9.12.선고 2012도14097 판결; 대법원 1994.3.22.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3) 대법원 2017.9.21.선고 2017도11687 판결, 「상상적 경합은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형법 제40조). 여기에서 1개의 행위란 법적 평가를 떠나 사회관념상 행위가 사물자연의 상태로서 1개로 평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상적 경합 관계의 경우에는 그중 1죄에 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다른 죄에 대하여도 미친다.」 <피고인이 ‘2015.4.16. 13:10경부터 14:30경까지 갑 업체 사무실에서 직원 6명가량이 있는 가운데 직원들에게 행패를 하면서 피해자 을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피고인은 ‘2015.4.16. 13:30경부터 15:00경 사이에 갑 업체 사무실에 찾아와 피해자 병, 정과 일반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음에도 피해자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큰소리를 지르고 돌아다니며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이미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사안에서, 업무방해의 공소사실과 확정판결 중 업무방해죄의 범죄사실은 ① 범행일시와 장소가 동일하고, ② 범행시간에 근소한 차이가 있으나 같은 시간대에 있었던 일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으며, ③ 각 범행내용 역시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은 ‘직원들을 상대로 행패를 부렸다’는 것이고, 확정판결의 범죄사실은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는데도 욕설을 하는 등 큰소리를 지르고 돌아다녔다’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결국 양자는 동일한 기회에, 동일한 장소에서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행위로서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충분하므로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고,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에 미침에도, 이를 간과하여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상상적 경합 관계, 확정판결의 기판력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4) 대법원 2019.4.25.선고 2018도20928 판결; 대법원 2017.8.23.선고 2015도11679 판결; 대법원 2017.1.25.선고 2016도15526 판결; 대법원 2013.9.12.선고 2012도14097 판결; 대법원 1994.3.22.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5) 대법원 2019.4.25.선고 2018도20928 판결; 대법원 2017.8.23.선고 2015도11679 판결; 대법원 2017.1.25.선고 2016도15526 판결; 대법원 2013.9.12.선고 2012도14097 판결; 대법원 1994.3.22.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 시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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