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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4)-스크린골프와 지적재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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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4)-스크린골프와 지적재산권
  • 신종범
  • 승인 2020.05.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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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골프가 귀족스포츠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소수의 회원들 위주로 운영되던 회원제 골프장이 사라져 가고, 일반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제 골프장이 대세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 굳이 멀리 있는 필드에 나가지 않아도 주변에서 손쉽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곳곳에 스크린골프장이 있기 때문이다. 자장면을 먹으며 당구를 즐겼듯, 이제는 자장면을 먹으며 골프를 즐긴다.

스크린골프가 나왔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스크린골프가 필드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이용해 보니 필드와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필드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줄만 했다. 새 소리, 풀벌레 소리 등 효과음도 그렇지만 각지의 골프장을 재현한 화면은 실제 필드에 나온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후 당양한 골프장 특징이 더욱 세밀하게 반영되면서 굳이 필드에 나갈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되었다. 스크린골프가 실제 각 골프장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스크린골프가 재현하고 있는 각 골프장은 각기 특징적인 코스와 주변 경관 등을 갖추고 있다. 각 골프장은 이러한 특징적인 코스와 경관 등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를 활용하여 코스 설계를 하고, 조경, 인공물 설치 등을 하는데 많은 자금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골프장의 골프 코스와 주변 경관 등은 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을까?

2014년 3월 골프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골프장 운영자들은 골프존이 자신들이 소유·운영하는 골프장 코스 등 종합적인 이미지를 무단 사용해 3D 골프코스 영상으로 제작한 후 이를 스크린골프장에 제공해 사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최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은 “골프 코스 자체는 설계자의 저작물에 해당하지만, 코스를 실제로 골프장 부지에 조성함으로써 생기는 경관이나 조경 요소 등 골프장의 종합적인 이미지는 코스 설계와는 별도로 골프장 운영자들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라며 “골프장 운영자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골프존이 허락을 받지 않고 골프장의 모습을 3D 골프 코스 영상으로 거의 그대로 재현해 사용한 행위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 정한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골프존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골프존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골프 코스’ 자체에 대한 골프장 운영자들의 저작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골프 코스’ 자체는 저작물에 해당하여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지만 그에 대한 저작권은 골프장 운영자가 아닌 코스를 설계한 사람에게 있다고 보았다. 저작권법이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을 저작자로 보고(제2조 제2호),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로부터 발생한다고 규정(제10조 제2항)하고 있음을 볼 때 골프장 운영자가 코스 설계자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지 않은 이상 저작권자는 설계자이므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대법원이 골프 운영자들에게 ‘골프 코스’ 자체에 대한 저작권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골프 운영자들의 손해배상청구는 일부 인정했다. 그 근거는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이다.

대법원은 ① 골프코스 설계를 실제로 골프장 부지에 조성함으로써 외부로 표현되는 지형, 경관, 조경요소, 설치물 등이 결합된 골프장의 종합적인 이미지(여기에는 골프장 명칭도 포함됨)는 골프장을 조성·운영하는 운영자들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하고, ② 골프장 운영자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스크린골프업체가 이러한 골프장 운영자들의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제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스크린골프업체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골프장 운영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보아 골프존의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2013년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되면서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가 규정되었지만 이에 대한 판단기준이 없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어느정도 그 기준이 제시되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개별 지적재산권법(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저작권법 등)으로 보호받기는 어렵지만, 보호할 필요성이 큰,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진 성과 등(트레이드 드레스, 퍼블리시티권 등)에 대한 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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