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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3)-‘n번방’ 사건과 피의자 신상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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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3)-‘n번방’ 사건과 피의자 신상공개
  • 신종범
  • 승인 2020.05.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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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은 뒤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n번방 사건 관련하여 모두 3명의 신상이 공개되었다. 이들은 모두 기소가 되기도 전에 신상정보가 공개되었는데, 각자 다른 사유로 최초라는 기록을 달았다.

제일 먼저 신상이 공개된 n번방 주범 조주빈은 성폭력범죄 관련하여 기소 전에 최초로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기소 전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람들은 모두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제8조의2에 따라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였다. 이영학('어금니아빠' 살인사건), 김성수(‘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김다운(‘000’ 부모살해사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조주빈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25조에 따라 최초로 기소 전 신상정보가 공개되었다.

조주빈의 주요 공범 중 한 명으로 박사방 참여자를 모집하고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 유포하는데 적극 가담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훈(만18세)은 미성년자로는 최초로 신상이 공개되었다. 강훈의 신상정보공개 근거도 조주빈과 같이 「성폭력처벌법」이다. 그러나, 「성폭력처벌법」은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의 청소년인 경우에는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미성년자인 강훈은 어떻게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일까? 강훈이 신상정보공개 당시 19세 미만으로 미성년자인 것은 맞지만 『청소년 보호법』은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청소년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 강훈이 이에 해당하여 공개대상이 된 것이다

조주빈과 박사방을 공동 운영한 또 다른 공범 ‘이기야’는 현역 군인인 이원호 일병이었다. 그는 군사재판 관할 피의자로 최초로 신상이 공개되었다. 신상정보공개의 근거는 조주빈, 강훈과 같이 「성폭력처벌법」이지만, 현역 군인으로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갖기 때문에 군에서 신상정보공개 결정을 한 첫 피의자가 된 것이다.

이처럼 n번방 사건의 주요 혐의자 3명 모두 각기 다른 최초의 사유로 신상정보가 공개되었지만, 기소되기 이전인 피의자 상태에서 신상이 공개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소도 되기 전인 피의자 신분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기소되어 유죄판결과 함께 재판에 따라 그 공개가 이루어지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기소 전 신상정보공개는 헌법상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할 수 있고, 사법부의 재판이 아닌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우리 법은 재판에 의한 신상정보공개는 특정한 범죄에 해당하기만 해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피의자 신상정보공개의 경우는 보다 엄격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 신상정보공개를 규정하고 있는 「특정강력범죄처벌법」, 「성폭력처벌법」 모두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이나 성폭력범죄사건이어야할 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때이어야 하며,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상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야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공개를 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여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의자 신상정보공개에 대하여는 여전히 ‘무죄추정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피의자 외 피의자 가족 등의 피해가 발생하며, 대중들의 공분에 따른 여론재판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감안하여 현행 법체계에 문제는 없는지 법 집행 과정이 형평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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