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87): 5월의 시간은 ‘깐깐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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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87): 5월의 시간은 ‘깐깐오월’
  • 정명재
  • 승인 2020.05.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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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 시험합격 8관왕 강사)

농사가 주업이던 시절에 일컫는 말이 있었다. 깐깐오월, 미끈유월,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 했다. 봄이 무르익어 모내기에 한 해 농사 준비하느라 이것저것 챙기고 준비해야 할 게 많아 바쁜 5월이라 깐깐오월이라 했고, 그렇게 농사일을 시작해 타작하랴 모내기하랴 바쁘게 설치다 보면 미꾸라지 빠지듯 바쁘게 도망가 버리니 미끈유월이라 하였다. 곡식과 과일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는 7월이 되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봄에 비해서는 하는 일이 적어 어정어정하는 사이에 한 달이 가버린다. 추수를 하고 추석이다 뭐다 축제 분위기에서 건들건들 들떠 있다 보내버리는 것이 8월이다. 5월은 깐깐오월. 수험생에게도 5월의 시간은 하루를 한 달처럼 써야 할 시간이다.
 

시험이 다가오니 마음은 바쁘고 몸은 어찌할 바를 몰라 헤매는 친구들이 눈에 띈다. 막상 시험일이 정해지고 공부할 분량을 정리하자니 할 게 많고, 무엇부터 정리할지를 모른다고 한다. 이러한 수험생들을 위해 나의 경험담을 하나 들려주려 한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적이 있었다. 매일 눈을 뜨면 회사에 가는 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싣고, 졸린 눈을 감고 멍하니 시간을 지나면 회사에 도착했다. 이런저런 일과를 마치면 점심시간, 다시 오후 일과를 마치면 긴 한숨을 돌리는 밤이 찾아왔다. 시계태엽처럼 늘 같은 일상이다 보니, 꿈을 꾸고 희망을 생각하기보다는 매일의 일과에 치여 살았다. 무엇을 위해 바쁜지도 모른 채 시간을 바쁘게만 보냈다. 그러다가 회사의 구조조정이 찾아왔고 나는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친숙한 무언가와 이별하는 것은 회사를 그만둘 때도 마찬가지였다. 익숙한 환경과 익숙한 업무에서 낯선 세계로 나아가는 것은 두렵다. 나는 회사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고, 나를 위한 시간을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불안하고 초조한 순간이 불쑥 찾아오곤 했다.

직장인에서 자영업으로 접어들었을 때, 나는 식당과 여러 가지 허드렛일을 하곤 했다. 나의 적성을 찾아 여기저기를 기웃거린 순간이었다. 회사라는 울타리조차 없는 삶은 오로지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는 야생의 삶과 같았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했다. 피하려 했지만 바람이 세차니 비는 바람을 탄 채 나를 엄습했다. 추위와 배고픔도 간혹 나를 단련시켰다. 그렇게 세상의 바람과 비를 맞았다. 며칠을 고민한 후, 어느 날 책을 쓰고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의 하루를 잊지 못한다. 추운 겨울 아침, 수험생이 되기로 결심을 하고,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공부로 수험교재를 주섬주섬 챙겨 도서관으로 향했다. 따뜻한 온기에 한 시간을 버티지 못했다. 잠이 들었다. 공부를 오랫동안 하지 않던 습성에서 책상에 앉아 있으려니 좀처럼 잠이 깨질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지나니 조금씩 익숙해졌고 내가 왜 여기에서 책을 보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오로지 나와의 시간을 갖게 되었고 나와의 대화를 시도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무언가를 위해 바쁘게 살아왔지만 늘 허기진 희망은 배고픔처럼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이제라도 내가 하고픈 하나를 이루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책 한 권, 글자 하나 들여다 볼 시간이 없었을 때도 많았던 삶에서 오로지 책만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글자가 주는 힘을 천천히 느끼려 노력했고, 문장이 주는 의미를 곱씹어 음미하려 애썼다. 어려서는 무조건 암기를 외쳤지만, 지금은 왜 이러할까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작은 약속 하나를 품기 시작했다. 늘 나중에 하면 될 것이라는 막연함이 나이를 먹을수록 후회로 다가왔다. 그래서 일단 그날의 공부 분량은 허리가 끊어지게 아픈 날도 참고 견디며 완성하려 하였다. 당시 주어진 시간이란 고작 2개월도 안 남은 시간에 나는 수험생이 되었고 시험 준비를 하였다. 한 시간을 한 달처럼 분, 초를 아꼈다. 그렇게 하루를 한 달처럼 여기며 시간을 보낸 것이다.

수험생에게 묻는다. 아직 누리고 싶은 게으름과 누리고 싶은 욕망이 많다면 시험공부를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누군가와 다른 것이 아니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보다 많이 부족한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작은 약속 하나를 이룬 것은 내가 경험한 고난의 시간이 나를 훈련시킨 덕분이라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밤을 새우지 않는 날이 없다. 꼬박 5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이렇게 살고 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위해 작정을 하고 시작한 일도 아니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 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우연히 내가 한 것이다.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일이 때론 지루하고 힘들다 느낄 때도 있겠지만, 세상의 바람은 생각보다 차고 무섭다. 수험생활에서 싸워야 하고, 이길 상대는 다른 수험생들이 절대 아니다. 바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함에 한탄하는 것이며, 자신에게 부여한 신념을 져버린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

아직 시간은 있고, 아직 기회는 있다. 얼마의 시간을 더 주어야 만족함에 배가 터지는 포만감을 느끼고 싶은가? 적당한 시간이면 된다. 공부의 맛을 알고, 공부의 기술을 어렴풋하게라도 터득한 순간이면 충분하다. 그 다음은 연습을 할 시간이다. present is present. 지금은 선물 같은 시간이다. 이렇게 좋은 날을 어이없이 흘려보내지 말자. 5월의 하루를 한 달처럼 값있게 써라. 5월의 한 시간을 하루처럼 알차게 활용해라. 6월이면 시험장에서 결전의 날을 맞이해야 한다. 노래하는 가수는 무대에서의 한 번의 곡을 멋지게 부르기 위해, 공연을 앞둔 배우는 무대에서 멋진 연기를 보이기 위해 평소 많은 연습을 한다. 우리도 시험장에서 이처럼 가수와 배우가 되는 것이다. 경연(競演)에서 누구는 노래를 잘 하네, 누구는 연기를 참 잘 하네, 이렇게 우리는 남을 품평하기 바빴다. 시험장에서는 우리 모두가 경연(競演)의 주인공이다. 누군가를 품평하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기량과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 자리이다. 적게는 수개 월, 많게는 몇 년을 공부한 것을 쏟아낼 시간이 다가온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모의고사를 보면서 자신이 약한 부분은 보충하여 완벽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시험이 다가오고 공부의 범위를 정리하다 보면, 핵심이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헷갈리는 부분에서 틀리는 일이 많다. 평소에 공부한 것도 시험지에서 마주하면 헷갈리는 일이 많은 것이다. 연습은 그래서 중요하다. 전 범위를 통합하여 넓은 시각으로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시험에서 자주 다루는 부분에서 자신의 약점이 발견되면 심화학습을 통해 그 부분에 전문가가 되도록 해라. 이러한 시행착오(trial and error)를 반복하면서 합격생이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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