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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김정은의 빈자리 : 정치체제의 특성을 통한 미래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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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김정은의 빈자리 : 정치체제의 특성을 통한 미래예측
  • 신희섭
  • 승인 2020.04.2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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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br>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자리에 없다. 4월 11일 이후 사라졌다. 4월 12일의 최고인민회의와 4월 15일 태양절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의 공백에 대해 한국, 미국, 일본에서 다양한 설이 제기되고 있다. 사망설, 위중설, 코로나 도피설, 건재설, 전략적 시기 조율설 등등.

정부 차원에서 대한민국과 미국이 약간의 정보를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의 입장은 “북한에 특이동향이 없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상태에 대해 알지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의 입장확인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 행보는 매우 특이하다. 무반응. 북한이 미워하는 일본의 매체까지 최고 존엄에 대해 ‘사망설’까지 제기하는 마당에 반응이 없다. ‘주체’를 강조하는 북한답지 않다.

무대응. 이것은 북한 체제의 특성에 기초한다. 최고 지도자의 결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고정책결정자에게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다만 문제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릴 뿐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부재는 우리에게 한 가지를 뚜렷하게 제시한다. 시기가 언제든, 김정은 위원장이 부재한 상황 즉, 포스트 김정은에 대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언론매체와 기관들은 향후 누가 권력을 가질 것인지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회복되어도 건강상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여정 계승설, 김평일 계승설, 집단지도체제 전환설, 중국개입설이 나오고 있다.

북한 체제의 ‘특이성’상 선물시장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이 체제를 예측해보는 것은 잘 맞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정보 부족, 밀실 결정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좋다. 게다가 미래 대비라는 당위까지 작동하면 예측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도 한 가지 예측을 해보고자 한다. 조악하지만 정치학의 ‘정치제도’를 가지고 북한 체제의 특성과 그에 따라 예상되는 그림을 제시해본다. “무엇을 할지” 이전에 “정치체제상 권력 이전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집중하겠다.

‘북한 체제는 특이하다.’라는 명제는 진부하다. 하지만 진실이다. 북한 체제는 다른 독재국가와 비교를 무색하게 한다. 전체주의 체제의 대표인 독일의 히틀러나 소련의 스탈린도 자신을 신의 반열로 올리지는 못했다. 또 가족 세습제를 만들지도 않았다. 종교적 색채로 볼 때, 과거 일본의 천황제적 전체주의국가가 북한과 가장 가깝다. 하지만 일본의 천황은 권력의 중앙집중화 차원에서 북한에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아프리카의 독재국가들은 오직 폭력에 의존하여 권좌를 유지했지, 북한처럼 주체사상과 백두혈통의 논리는 없었다.

독재국가와의 비교에서 드러나는 차이점은 지도자 사후문제해결방안이다. 북한을 가장 뚜렷하게 구별하는 것은 지도자가 “사후에도” 권력을 유지하고자 한 것이다. 이유를 유추하는 것은 수월하다. 스탈린으로부터 받은 ‘권력 유지’방식으로서 숙청과 경쟁자 제거. 스탈린 사후와 마오쩌둥 사후에 대한 경험.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체스쿠 처형목격과 같은 말년의 경험. 이는 가족 내 권력 계승과 세습만이 답이라는 확신을 강화했을 것이다.

사후 세상에서 권력 유지 목표가 이 정권에 종교적인 특성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만든 것이 ‘가족정권체제(family regime)’다.

이것은 ‘유사’국가체제다. 따라서 북한 체제는 국가가 아닌 다른 ‘사회조직’과 비교할 때 그 특성이 더 명확해진다. 먼저 ‘종교’적 속성 때문에 사이비 종교집단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3대 세습을 이루어냈다는 점과 북한은 핵을 비롯한 어마어마한 폭력으로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또 ‘폭력’을 중심으로 모인 ‘야쿠자’ 조직과도 다르다. 야쿠자는 조직의 유지가 ‘탈퇴=죽음’의 공포심과 갈취를 통한 ‘이익’ 때문이지만, 북한은 신성화된 지도자와 주체사상의 이데올로기가 있다. 게다가 야쿠자는 공적인 권위체(중앙정부)를 위협하지 않는데, 북한은 세계패권 국가 미국에 핵과 미사일로 위협한다. ‘세습’ 운영이란 차원에서는 재벌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재벌은 다음 세대로 내려가면서 조직을 ‘계열 분리’한다. 또 필요하면 전문경영인을 둔다. 그러나 북한의 세습은 ‘계열 분리’가 없고 전문경영인에게 결코 한 점의 권력도 부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다른 사회조직과도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예측 1. 북한의 “거의 종교화된” 가족정권체제(family regime)는 결코 집단지도체제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예측 2. 주체사상 때문에 외세의 주도적인 개입도 거부할 것이다.

창업자인 김일성 이후 북한이 그동안 체제를 운영한 방식은 ‘공포정치’였다. 하지만 주변 인사를 무제한 제거할 수는 없었다. 통치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부에노 드 메스키타가 『독재자의 핸드북』에서 분석한 대로 독재자는 혼자 통치할 수 없기에 최소한의 ‘필수적인 충성파(essentials)’가 있어야 한다. 대들지 않으면서도 북한 체제에 충성하는 그룹의 유지. 김정일과 김정은 시대에는 이 목표를 ‘혁명화 교육’과 ‘공개처형’을 통한 공포정치로 이루어냈다. 북한 내 최고 좋은 집안이라던 최룡해를 보라! 그런 점에서 공포정치의 대상(당, 정, 군)과 신성화된 백두혈통이 집단통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북한식 군주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소련과 중국의 갈등 시기 만들어진 북한의 주체사상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시대 모두를 지배했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기 위해, 핵무기를 이용해 미국을 위협해왔다. 그런 점에서 포스트 김정은 시대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립으로 버티는 북한이 대한민국에 의존하기는 더더구나 어렵다.

북한의 포스트 김정은 체제는 다시 백투혈통으로 계승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언제가 되었든 말이다. 이 현상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정치체제의 ‘극단적 개인화’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의 부재에 대한 수많은 시나리오와 그 예측의 불확실성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포스트 김정은 체제 운영 역시 유사할 것이다.

하지만 비가 그치면 해가 뜨기 마련이다. 더 긴 호흡으로 볼 때 종교적인 개인화에 기초한 ‘가족정권체제(regime)’의 장래가 밝지 않다. ‘개인화된’ 국가의 명운이 ‘권력 계승’의 성패에 달렸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은 약점이 있다. 사이비종교는 ‘환몽(disenchantment)’한 신도들이 떠나면 문을 닫는다. 야쿠자는 공권력에 의해 무너지거나 다른 야쿠자 조직에 흡수된다. 재벌은 실적이 나쁘면 시장에서 사라진다. 이렇듯 북한 체제는 ‘가족세습’이 체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다음 계승자가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음 계승자가 건강하지 않으면! 그런 점에서 우리는 포스트 김정은을 고민하며,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권력이 넘어갈지 뿐 아니라 길게 이 체제의 궁극적 위기를 헤쳐가는 방안과 역량을 키워야한다. 가족 내부의 알력과 경쟁이 강한 북한 정권의 특성상 ‘가족정권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김정은의 공백.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것을 대비할지가 중요한 때이다. 그런 점에서 완벽한 답을 제시하진 않지만, 정치체제는 미래를 바라보는 중요한 거울이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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