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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2)-촉법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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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2)-촉법소년
  • 신종범
  • 승인 2020.04.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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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흐릿하게 처리되었지만 사진 속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V자 표시를 하면서 웃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기사는 사진 속 사람들이 아이들이고, 교통사고를 내고 경찰서에 잡혀 와서 사진을 찍은 후 이를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라고 전하고 있었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13세 A군으로 친구들과 서울에서 훔친 렌터카를 타고 대전으로 가던 중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위해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B군(18)을 들이받았다고 한다. B군은 사고로 숨졌고, A군 등은 차량을 버리고 달아났다가 검거되었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경찰서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분노의 질주…. 200 찍었지', '00경찰서 재낄 준비', '□□소년분류심사원 △△△ 편지 써줘. 건강하고 한 달 뒤에 보자 사랑하는 친구들아' 등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사망사고를 내고 경찰서에 잡혀온 A군 등에게 죄책감이나 두려움은 없는 것 같았다. 사실 죄책감을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자신들이 받을 처벌 수위를 알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들은 자신들이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규정되어 있는 개념이다. 소년법 제4조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소년보호사건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촉법소년’이라고 부른다. 우리 형법 제9조는 “14세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14세 미만자를 형사미성년자로 보고 어떠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더라도 형사처벌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사람이 범죄행위를 저지르면 소년법에 따라 ‘촉법소년’에 해당하여 소년보호사건으로 처리한다. 10세 미만인 자는 소년보호사건으로도 처리할 수 없어 어떠한 처분도 받지 않는다.

A군 등이 형사미성년자가 아니라면, 자동차절취, 사망사고 등 범죄행위에 대하여 구속 등 형사절차를 거쳐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A군 등이 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하는 이상 범죄성립을 전제로 한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이 적용되지 않고, 소년법상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규정을 적용받는다.

형법은 범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목적으로 하지만, 소년법은 ‘촉법소년’을 보호대상으로 보고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소년법은 ‘촉법소년’에 대하여 범죄자와는 전혀 다른 취급을 하고 있다. 우선, 수사과정에서 체포, 구속 등 강제처분이 인정되지 않는다. A군 등이 사망사고를 일으키고 도주하였지만, 수사기관은 이들을 체포하거나 구속할 수 없다. ‘촉법소년’에 대한 법원 관할은 가정법원 소년부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인데 수사기관이 A군 등을 법원 소년부에 송치한 이후에야 소년부 판사에 의하여 임시조치로 1개월을 넘지 않는 범위(1회 연장 가능)에서 소년분류심사원에 감호위탁이 가능할 뿐이다.

형사재판은 공개됨이 원칙이지만,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사건의 심리는 비공개가 원칙이고, 심리는 친절하고, 온화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형사사건은 범죄행위에 상응하여 사형, 징역, 금고, 벌금 등의 형벌이 부과되지만, ‘촉법소년’에 대하여는 소년법 제32조가 규정하고 있는 제1호부터 제10호의 보호처분(보호자 등에 의한 감호, 수강 및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 복지시설 또는 소년보호시설 감호, 소년의료보호시설 감호, 소년원 감호 등)이 내려지게 된다. 보호처분 중 가장 중한 처분은 제10호 장기 소년원 송치처분인데, 이 처분은 12세 이상인 소년에 대하여만 가능하고, 그 최장기간은 2년이다. 즉, ‘촉법소년’이 아무리 중한 범죄를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최장 2년의 소년원 감호처분이 가장 중한 처분인 것이다. 그 외 소년법은 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이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함을 규정하고 있는 등 소년 보호의 관점에서 규율하고 있다.

한편, 앞에서 언급한 사건 외 ‘가족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초등학생 사건’, ‘여중생들의 후배 집단폭행 사건’, ‘초등학생 차량 절취 후 뺑소니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소년사건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촉법소년’으로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가 급증함에 따라 현재 14세로 되어 있는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더 낮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고, 그 범죄 또한 흉폭해지는 반면,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은 너무 경미하여 범죄에 상응하는 응보도, 범죄 억제를 위한 위하력(威嚇力)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러한 목소리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가 힘을 얻음에 따라 형사미성년자와 촉법소년의 연령을 하향하고, 소년사건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안들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소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응보에만 중점을 둔 엄벌주의만으로는 소년사건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처벌강화만으로 소년사건을 해결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소년사건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사회, 문화, 교육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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