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김정은 건강이상설 : 딜레마와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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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김정은 건강이상설 : 딜레마와 아이러니
  • 신희섭
  • 승인 2020.04.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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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죽어도 문제 살아도 문제다. 만약 열심히 산 자신이 이런 평가를 받는다면 어떻겠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 이야기다. 북한 최고 존엄인 김정은이란 인물은 대한민국에는 딜레마다. 힘이 넘쳐도 걱정이고 많이 아파도 걱정이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건강 이상설이 돌고 있다. 시간별로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4월 15일. 태양절에 김정은 위원장 불참. 4월 20일. 한국 뉴스 매체의 “김위원장이 4월 12일 묘향산에 있는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 보도. 4월 21일 오전. 미국 CNN의 “김정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는 긴급뉴스 발표. 4월 21일 같은 시간. 한국 언론사들의 전달받은 뉴스 발표. 4월 21일 오후. 청와대의 “김정은 위원장이 지방에 있으며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도 없다”는 발표. 4월 22일(미국 현지 시간 4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의 내용을) 우리는 모른다”며 “그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 발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건강 이상설은 반복되는 주제다. 2012년 그가 집권한 이후 정말 “잊을 만 하면” 등장한다. 2014년에는 실제 40일 동안 잠적했던 적도 있었다. 나중에 지팡이를 짚고 나온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발목의 물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뻔 한 이야기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반복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김정은 자신의 문제다. 그는 체중이 과하게 불어났다. 그리고 평소 폭음과 폭식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6년 국정원 관계자는 국회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은의 몸무게가 2012년 90kg에서 2014년 120kg으로 2016년에는 130kg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짧은 기간의 과도한 체중 증가는 다양한 성인병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김일성-김정일의 심장병과 같은 유전적 요인도 작동할 수 있다.

둘째, 정보의 희귀성 문제다. 북한에 대한 정보출처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북한의 고위층이나 중국 고위관료를 인용한 방식의 뉴스는 대체로 다른 출처를 통한 교차확인이 어려워서 우선은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확대된다.

셋째, 정치체제의 문제다. 북한 체제는 예측력이 떨어진다. 민주주의 국가는 대내외적으로 투명성을 가진다. 그래서 어떤 지도자가 통치하는지 그리고 지도자의 유고 사태에서도 그 체제가 어떻게 운영될지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는 비민주주의 중에서도 특수하다. 유교적 사고방식을 토대로 하면서도 왕조식 전제주의와 국가 중심의 전체주의가 결합하고, 사회주의와 함께 주체사상이라는 북한식 독자노선과 백두혈통이라는 민족주의와 종교주의가 뒤섞여있다. 그래서? 이 체제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에 대해 예측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단순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복잡하다.

넷째, 희망적 사고의 문제다. 김정은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이들과 지도자의 위중에 따른 급변 상황에서 다양한 상상을 해보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 희망적 사고는 정확한 정보검증을 방해한다. 그리고 빨리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언론사, 찌라시를 뿌리는 증권사, 유튜버, 인플루언서가 대표적이다. 만약 보도한 사실이 틀려도 책임을 질 일이 없다. 또 자신들을 지지하는 구독자들의 강렬한 열망을 잠시나마 충족하게 한다. 이들에게 이런 주기적 보도는 중요한 자양분이다.

이번 건강이상설은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이다. 그래도 이런 이슈는 반복될 것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게 하는 흥미로운 주제지만 소모적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만약 김정은의 권력이 누군가에게 넘어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관건은 대한민국의 입장이다. 만에 하나 유고 사태가 생긴다면 대한민국에 득보다는 실이 클 수 있다. 새로운 권력 승계 과정에 따른 불안,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개입, 북한의 붕괴가능성과 한국의 흡수가능성과 같은 다양한 시나리오 모색, 북한의 새 정권과 안보와 외교적 탐색전, 한국 선거에서 블랙홀이 될 가능성. 이외에도 수많은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아이러니지만, 전략적인 차원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살아있는 것이 좋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말이다. 이것은 북한 체제를 인정하거나 옹호하자는 도덕성과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이해득실의 전략 문제다.

그리고 더 구체화해볼 것은 북한을 관리하는 방법들이다. 특히 개인에 끌려 다니지 않고 체제 차원에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짜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방안은 북한을 내부적으로 붕괴시킨다는 점이다. 체제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면 북한이 개방성을 높이고 북한내 권력경쟁이 투명해져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북한식 ‘가족국가체제(family state system 혹은 family regime)’를 부정할 때에만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폐쇄성을 고집하는 주체사상을 거부할 때나 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우리 의지대로 움직일 리 만무하다. 그래서 북한 문제는 2020년 현재가 2014년(김정은 발목 수술)과 2011년(김정일 사망)과 2008년(김정일 뇌졸중)의 ‘도돌이표’다.

과거의 지속적 반복. 맘에 들지 않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아이러니. 아이고 어렵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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