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초·중등 교원의 정치단체 가입 금지는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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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초·중등 교원의 정치단체 가입 금지는 위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4.2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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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성 원칙 등 위배…“정당 가입 금지는 합헌”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초·중등 교원의 정치단체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23일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 중 초·중등 교원의 ‘정치단체’ 결성의 관여 및 가입을 금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다만 초·중등학교의 교육공무원이 ‘정당’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하는 행위를 금지한 정당법 제22조 제1항 단서와 국가공무원법 조항 등에 대해서는 종례 견해를 유지, 합헌으로 판단했다.

먼저 초·중등 교원이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규정에 대해서는 명확성 원칙 위배가 문제 됐다. 헌재는 “국가공무원법 조항은 가입 등이 금지되는 대상을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문언상 ‘정당’에 준하는 정치단체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며 “단체의 목적이나 활동에 관한 어떠한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는 ‘정치단체’와 ‘비정치단체’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도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이라는 위 조항의 입법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정치적 중립성’ 자체가 다원적인 해석이 가능한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일치된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판단 주체가 법 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라며 “그렇다면 위 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청구인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석태, 김기영, 이미선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도 위배했다고 봤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그 외에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균형성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입법목적과 관련이 없는 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하는 행위까지 금지한다는 점,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그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결성 관여 행위 및 가입 행위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이들 재판관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의 지위에서 공직을 수행하는 영역에 한해 요구되는 것이고, 교원으로부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보장되는 이상 교원이 기본권 주체로서 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한다고 하여 교육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거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 “교원이 사인의 지위에서 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하게 되면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게 된다는 논리적 혹은 경험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직무와 관련해 또는 그 지위를 이용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감시와 통제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충분히 담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재판관은 ‘그 밖의 정치단체’에 관한 부분도 합헌이라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명확성 원칙과 관련해서는 “정치조직의 유동성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규율이 필요한 ‘정치단체’를 구체적으로 미리 열거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헌법의 취지, 국가공무원법 조항의 입법목적, 관련 규범들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국가공무원법 조항에서 가입 등을 금지하는 ‘정치단체’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지지·반대하는 단체로서 그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하는 경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은 단체’로 한정할 수 있다”며 “따라서 ‘정치단체’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거나 법관의 해석에 의해 무한히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수 의견에 반박했다.

정당법 조항 및 국가공무원법 조항 중 ‘정당’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로 합헌 6명, 위헌 3명으로 의견이 갈렸다. 다수 의견은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가 직무 내의 것인지 직무 외의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공무원의 행위는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직무 내의 정당 활동에 대한 규제만으로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정당에 대한 지지를 선거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자리에서 밝히거나 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등 일정한 범위 내의 정당 관련 활동은 공무원에게도 허용된다는 점, 정치적 중립성과 초·중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교육기본권 보장이라는 공익이 공무원들이 제한받는 사익에 비해 중대하다는 점 등도 합헌 판단에 고려됐다.

대학의 교원에게는 정당 가입 등을 허용하는 것과 달리 초·중등 교원에게만 제한하는 것이 차별이라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초적인 지식 전달, 연구 기능 등 양자 간 직무의 본질과 내용, 근무 태양이 다른 점을 고려한 합리적 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석태, 김기영, 이미선 재판관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 재판관은 “교원의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그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결성 관여 행위 및 가입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수단의 적합성 및 침해의 최소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정당법 조항 및 국가공무원법 조항 중 ‘정당’에 관한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나머지 청구인들의 정당설립의 자유 및 정당가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평등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서도 다수 의견과 생각을 달리 했다. 교원이 사인으로서 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하게 되면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게 된다고 볼 수 없는 점은 대학 교원과 동일하고,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은 초·중등학교에서부터 이뤄지는 것이므로 직무의 본질이나 내용을 고려하더라도 정당의 설립·가입과 관련해 대학 교원과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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