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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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에 대해
  • 송기춘
  • 승인 2020.04.23 15:03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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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br>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법이 제정된 2007년 필자는 「입학총정원 1500명, 이게 로스쿨인가」라는 제목의 칼럼(『한겨레』 2007. 10. 19.)을 쓴 적이 있다. 1회의 시험결과에 의해서가 아니라 3년의 과정 중심의 충실한 교육을 통하여 변호사를 양성하고자 하는 제도에서 전국적으로 법전원의 입학정원을 총 1,500명으로 하는 것이 법전원의 취지 자체에 맞지 않고 게다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마저 통제하게 될 경우 법전원에서의 충실한 교육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글이다. 그리고 법전원 교육이 시작된 지 12년째인 지금, 안타깝게도 필자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입학총정원 2000명, 법전원 학사관리 강화를 위한 성적상대평가제도 강력한 시행, 변호사시험합격자 수를 입학총정원의 75% 수준으로 정한 것 등은 오늘날 법전원을 만든 큰 요인들이다.

현재 법전원의 교육과정은 전문성과 다양성을 추구한다 하면서도 실제 운영은 변호사시험 과목에 집중되어 있다. 각 법전원마다 특성화 분야를 두었으나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변호사시험 선택과목 가운데 비인기과목의 수강생도 매우 적어졌다. 심지어 변호사시험 필수과목조차도 시험준비에 도움이 되는 강의가 요구된다. 변호사시험이 시험의 취지대로 변호사활동을 위한 능력의 검증에 초점을 맞춰 과거 사법시험과 질적으로 변화되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변호사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싶은 강의는 기피대상이 된다. 3년 내내 학생들은 변시준비를 위한 프로그램에 편입된다. 3학년 과정은 시험대비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험 시기가 1월이라 3학년 2학기는 아예 시험만 준비하는 기간이 되었다. 그 결과 법전원 교육과정은 3년 과정의 시험대비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교육이라면 시험 대비에 특화된 신림동의 고시학원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전원 제도가 제대로 되려면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가 절실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지금처럼 합격률이 응시자의 반에 불과하다면 어떠한 법전원학생도 시험준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무리 깊고 훌륭한 내용을 가르치고자 해도 학생들의 관점에서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여 기피교수나 과목이 되는 ‘수모’를 당할 수만도 없다. 필수과목 담당교원이라도 학생들이 강의가 시험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강의는 뒷전이고 따로 시험에 특화된 학습을 하거나 불안해하는 것을 외면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하면 시험 준비에 올인하는 현실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격시험화 방안에 대해서는 걱정도 적지 않다. 실력이 없는 변호사가 많아진다는 거나, 변호사 수가 지나치게 많아진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도 왜 실력이 없다고 평가되어야 하는지 의문이거니와 유독 변호사 수를 왜 아직도 시험을 통해서 통제하려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자격시험화의 당연한 전제는 법전원에서의 충실한 교육의 실시이다. 변호사시험을 염두에 두고 교육을 실시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학생은 법률가 이외의 다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원의 교육과 평가에 대한 직업윤리의식이 철저해질 것이 요구된다. 보다 책임적으로 변호사를 양성하여야 한다. 변호사 업계도 법전원 교원에 대해, 그가 변호사이든 아니든 동업자를 교육하는 동료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충실한 교육을 통하여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누가 되지 않는 동료를 양성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때로는 호되게 비판을 해야 한다. 25개 법전원만이 법률가 양성을 독차지하는 것도 옳지 않다.

4월 24일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된다. 제도가 어떻든 변호사가 될 사람 1500명만 선발하면 그만인 것은 아니다. 국민에게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변호사를 만드는 제도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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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시험화 2020-04-23 16:21:06
의대 간호대 의전 약전 국시도 절대평가.

사범대 교대 교육대학원 나와도 교육자격증은 절대적으로 주는데

전문대학원이라는 교육기관에서 자격시혐이 상대평가라니

경쟁을 위한 시험때문에 학원이 되가고 있어요

변호사를 양성하는 '학교' 가 되기 위해선 자격시험화가 되어야 합니다.

경쟁을 위한시험X 인재양성을 위한 시험O

모두가 자격시험화인데 왜 변호사만? 2020-04-23 18:38:32
의사, 약사, 간호사까지도 모두 자격시험화.
엄청난 인재들이 몰리는 로스쿨이 과연 저 집단들에 비해 덜한가?
우리나라는 아직도 변호사 수가 세계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변호사 위상 지키는것도 좋지만,
국민의 법조비용을 볼모로 통제하는 것는 옳지 않을 것.

고통 2020-04-23 16:57:06
도대체 상대평가인 이유가 뭔가요?

누군가는 실력이 좋아도

3년간 고생시키고 탈락하는게 좋은가요?

오탈자들이 어떤삶을 사는지 아시기는 하나요?

당신들의 자녀라고 생각해보세요

이게 전문대학원인가요?

자살률이 괜히 높은 시험인줄 아세요?

정의와 양심은 어디에 갔나 2020-04-23 19:39:54
변협 법무부 등의 주장을 정리하면..

1. 자격시험이긴한데 선발시험이다. 뭔소린지 나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합격자수 줄여야하니 그게 옳다

2. 적게 뽑으면 양질의 변호사가 늘어난다. 수가 적어져도 수가 늘어난다. 오병이어의 기적이다.

3. 로스쿨의 도입목적이 특성화와 다양성이지만 우리가 평가해서 획일화시켜 줄세울거다. 다양해야하지만 획일화시킬거다. 뭔소린진 나도 모른다

4. 우린 변호사 배출수에 중립적이지만 과잉배출이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아무튼 중립이다

5. 로스쿨생 실력없고 로스쿨교육이 부실하다. 그렇지만 720점이면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이제와서 합격자수 줄여야하니 900점도 실력없다. 아무튼 로스쿨이 잘못이다

이 정도네요. 최고의 논리.. 감히 대들 엄두도 안나는....

선진국에 비해 변호사 수 크게 부족 2020-04-24 02:27:59
지금 합격률 침체로, 로스쿨제도 자체가 위기입니다.
로스쿨 교육의 본질은 잊혀지고 합격만을 위한 기계적 교육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로스쿨 학생들은 법학실력 뿐 아니라,
외국어실력과 LEET라는 논리적인 시험을 통과한 두뇌까지 보유한 다재다능한 전공을 가진 유능한 학생들입니다.
실제로 로스쿨을 졸업한 청년들의 평균 외국어실력은 기성세대의 그것을 능가하며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통제된 합격자 정책으로 유능한 청년들의 꿈을 막지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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