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17) / 미국 로스쿨 진학, 궁금하고 많이 오해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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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17) / 미국 로스쿨 진학, 궁금하고 많이 오해하는 이야기
  • 박준연
  • 승인 2020.04.21 17: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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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박준연</strong>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처음 법률저널에서 기회를 받아 연재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는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겠다는 욕심 이외에도, 내 경험과 생각이 일부 독자들에게는 참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살아본 적도 없는 미국의 로스쿨에 진학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닥치는 대로 자료를 조사하면서 느꼈던 점은, 소위 토종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출신의 유학생이 미국 로스쿨에 유학해서 로펌에 취업하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쓰는 글이 특별히 가치가 있는 정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고, 나와 비슷한 진로를 선택하는 후배들에게 내 경험이 어느 정도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미국법 실무라는 새 연재 취지가 조금 무색하지만, 간만에 미국 로스쿨 진학과 로펌 취업에 관한 이야기를 좀 써보려고 한다.

높은 순위의 로스쿨을 가지 않으면 로스쿨 진학이 무의미하다?

듣기에 따라서는 굉장히 속물적(?)으로 들리는 이야기인데, 간단하게 줄이면 이런 취지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학생과 비교해서 유학생의 진로는 제한적인데, 유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핸디캡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가 글로벌 로펌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비롯한 해외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글로벌 로펌의 경우 채용 과정에서 로스쿨 성적뿐만 아니라 로스쿨의 순위도 채용과정에서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서 높은 순위의 로스쿨에 진학하여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로펌에서 우리나라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자 할 때에는 참고가 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걸러서 들을 필요도 있다. 모든 미국 로스쿨 유학생이 로펌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고, 높은 순위의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이 로펌에 취업하는 유일한 방법도 아니다. 또 한국 출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한국 관련 업무에 특화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토종유학생이 미국 로스쿨에 잘 적응하기는 불가능하다?

도쿄에서 두 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 외에는 유학 경험도 없고 영미권 생활 경험도 없는 내 경우가 토종 유학생이라면 토종 유학생이고, 로스쿨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 회화는 잘 몰라도, 영어로 읽고 쓰는 것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유학을 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 수업 중에 특히 혼란스러웠던 것은 내가 내용을 잘 모르는지, 교수님의 설명()100% 이해하지 못하는지, 둘 다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1학기를 마치고 몹시 나쁘지도 않지만 좋지도 않은 기말고사 성적이 나오자 수업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수업 외의 생활도 그랬다. 공부 외의 학교생활을 즐길 여유는 애초에 없었지만 공부로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보내고 새벽에 기숙사 방으로 돌아오면 창밖으로 보이는 맨해튼 미드타운의 불빛을 보며 외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고생이 내가 토종 유학생이라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변을 봐도 유학생, 미국 출신 학생 불문하고 로스쿨은 다들 고생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힘든 티를 내지 않던 기숙사 룸메이트는 세 학기를 마치고는 휴학계를 내 버렸다. 하지만 적응이라는 게 무서워서,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던 로스쿨 생활에도 점점 적응하기 시작했다. 공부 방법을 돌아보고 바꾸어야 할 부분은 바꾸기로 했다. 수업 이외에도 저널 편집을 시작하면서 저널 오피스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어졌다. 그렇게 어느 정도 적응했나 싶었는데 곧 OCI 인터뷰가 시작하고 취업을 고민할 시기가 왔다. 로스쿨의 묘미(?)라면 3년 과정에 여러 고비가 있고, 그 고비마다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한국 출신의 로스쿨 졸업생이 미국 로펌에 들어가면 얼마 후 아시아 오피스로 보낸다?

아시아 출신의 로스쿨 졸업생이 로펌에 채용되어 몇 년간 근무하고 나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시아 오피스로 보낸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나 역시 미국에서 일하다가 회사를 옮기고 도쿄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미국 로펌의 아시아 오피스는 미국 오피스에 비해 규모가 작은 만큼, 채용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편이고, 미국에서 아시아 오피스로 옮기려는 변호사도, 외부로부터의 지원자도 많은 만큼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다른 오피스로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경우 규모가 큰 오피스에서 경험을 쌓은 다음, 본인의 의사에 따라 미국 밖 오피스로 옮긴다. 또 유학생 출신 로스쿨 졸업생이 미국 로펌의 서울이나 홍콩 오피스 등을, 미국에서 기회를 못 찾으면 가는 최후의 보루쯤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 역시 경험상으로 보면 틀린 이야기이다. 뉴욕에서 일본으로 오면서 회사를 옮길 때, 미국 내외의 다른 회사와 면접을 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 밖의 오피스의 경우에는 규모가 작은 만큼 변호사 채용에 신중하고 더 까다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미국 로펌은 영주권 없는 외국 유학생의 채용을 기피한다?

내 경험으로는 최소한 대형 로펌의 경우에는 토종유학생이든 아니든 채용 과정에서 국적이나 영주권을 고려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론 재류 자격이 없는 지원자를 채용하고 나면 비자 스폰서를 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큰 조직의 경우 이런 비용을 고려하여 채용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즉 자리에 적합한 인재이면 국적이나 영주권 여부는 채용 과정에서 따로 확인하지 않고, 일단 채용을 마치면 영주권, 비자 등의 체류 자격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준다. 물론 회사가 비자 업무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재류 자격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비자 신청에 필요한 지원을 100% 해준다고 해도, 비자 추첨에 당첨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나 역시 비자 신청 접수후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던 기억이 있다.

로스쿨 재학 중에 졸업 후 진로는 100% 결정된다?

미국 로스쿨 과정이 다른 대학원 과정과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는 졸업 후 진로가 재학 중 인턴십과도 유사한 서머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크게 좌우되고, 그 서머 프로그램 참여는 첫 학년 성적과 면접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2학년 여름 방학, 심지어 1학년 여름 방학 때 어떤 서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지에 노심초사하는 로스쿨 학생이 많고 나 또한 그랬다. 1학년 여름방학 때 활동은 사실 졸업 후의 진로와 직결되는 경우가 드물다. 주변에는 여름방학 때 놀지만 않고’, 무언가를 하면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2학년 여름방학 때의 활동은 좀 다르다. 서머 프로그램 후 졸업 후 취업 오퍼 레터를 주기 때문에 2학년 서머 프로그램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드물게는 서머 프로그램을 마치고 구직 활동을 계속하여 좀 더 자기와 맞는 회사를 찾는 예도 있다. 그리고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은, 어느 정도 실무를 하기 전까지는 회사가 자신에게 맞는지 판단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몇 년 일을 해보고 업무 분야, 회사를 바꾸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불확실한 시기, 변호사의 역할

어수선하고 불확실성이 큰 시기이다. 특히 해외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경우 특히 불안과 근심이 클 수밖에 없는 때이다. 한 로스쿨 수업 첫날에 교수님이 지나가는 말처럼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로스쿨에 가기로 한 건, 물론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또 복잡다단한 현실에 관심이 있고 땅에 발을 딛고 서고 싶어서이기도 하잖아? 그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껏 만난 좋은 선배들은 시시콜콜해 보이는 사실관계에 관심을 두고 천착하는 타입이었고 나 역시 그런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미래를 읽을 수는 없겠지만, 미래에 대비하고 결심을 굳건하게 가질 수는 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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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z 2020-05-14 04: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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