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19는 우리의 시험을 어떻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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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 19는 우리의 시험을 어떻게 바꿀까
  • 이성진
  • 승인 2020.04.21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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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변호사인바스켓 대표
김용욱 변호사
인바스켓 대표

지난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채용, 자격 등을 위한 각종 시험 시행 운영과 관련한 코로라19 방역 수칙을 제시했다. (관련 법률저널 기사)

수험생 입장에서 의미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적어도 필기시험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응시하게 된다.

둘째, 발열, 기침 등 증세가 있는 ‘의심환자’나 자가격리 중인 자 등 유증상자는 별도 지정된 시험실에서 응시할 수 있다.

셋째, ‘환자, 의사 환자 및 감염병 의심자 등 현재 자가격리자’(이른바 확진자)는 시험장 출입이 불가하다.

넷째, 화상면접이나 마스크 착용 면접을 치르게 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방역 수칙은 비록 권고적 성격의 가이드라인이기는 하지만, 공무원 임용 및 공기업 채용, 변호사시험 등에서 지켜야 할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의 채용에도 참고할 기준이 될 것이며, 채용·자격시험은 아니더라도 법학전무대학원(로스쿨)의 법학적성시험(LEET)·면접 과정 등의 운영에도 적용될 기준이 될 소지가 높다.
 

마스크 착용하고 문제를 잘 풀 수 있을까

위 방역 수칙에 따르면 ‘신분 확인시를 제외하고는 시험 마칠 때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시험 시간이 장시간에 걸친다는 점이다. LEET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5시 50분까지 치르며, 5급 공채 등 공직적격성평가(PSAT)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18시까지 치르게 된다. 사전 입실시간까지 감안하면 1시간가량 더 늘어난다. 이 점은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나 법학전문대학협의회의 입장에서는 우려할 만한 민원 사항이었을 텐데,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부담을 한층 덜어낸 셈이 되었다.

수험생들 중에는 마스크를 끼는 것이 매우 답답할 경우 입만 가리고 코는 내놓고 치르는 학생들도 적지 않게 있을 텐데, 이러한 것에 대한 단속은 시험 관리자의 재량이 작용하는 영역이기도 할 것이다. 마스크를 어디까지 착용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수험생들은 가급적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에 나가서 맑은 공기라도 마시고 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느니만큼 마스크는 1장 정도는 여분으로 준비해 두는 것도 필요할 것이고...
 

코로나 19 확진이 되면 시험은 못 치르나

해법이 간단치 않아 보이는 문제는 자가격리자 등 확진자의 시험장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이다. 빈틈없는 방역 대책의 관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다년간 모든 것을 투자해온 수험생들의 일반적 정서와는 괴리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4·15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가격리자의 경우 ‘발열·기침 증상이 없다는 조건 하에서’ 격리 장소에서 지정 투표소까지 자차 또는 도보로 편도 30분 미만인 경우에 한하여 일반 투표가 끝나가는 시점인 오후 17시 20분부터 19시까지의 한정된 시간에 투표를 허용한 바 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자가(自家) 응시 허용 등 별도의 조치가 없는 한, 응시 기회 자체가 박탈되는 결과가 초래되어 법률상 분쟁 발생의 소지가 다분히 존재한다. 문제는 공무원시험, 변호사시험, 공기업 필기시험 등의 응시 대상 인원이 적지 않게 많다는 점이다.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의 경우 연간 20만 명가량이 치르며, 7급 공채의 경우 2만 5천 명가량, 5급 공채의 경우 1만 2천 명가량이 치른다. 로스쿨 LEET의 경우도 연간 1만 명가량이 치른다. 주관 기관 입장에서는 확진자의 응시기회까지 보장해야 한다면 적지 않은 재정상, 행정상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확진자 출입금지 조치는 수험생들로 하여금 발열·기침 등 몸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진단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방역 측면에서도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어려운 문제다.
 

면접은 어떻게 치를까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가이드라인은 면접시험에 대해 원칙적으로 비대면 시험(화상면접)이 원칙이라 하였으며, 불가피하게 대면 면접시험을 시행할 때에는 필기시험에 관한 사항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상 면접이 아니라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면접을 하게 된다. 현재 블라인드 면접 방식에 따르면 면접관이 보는 자료에는 사진이 부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면접이지만 면접관은 지원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면접이 진행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블라인드 면접이 올해는 치러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면접관들이 신원 확인을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고 얼굴 좀 보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제출된 블라인드 채용 이력서에는 사진이 부착되어 있지도 않을 것이라 차후 분쟁 발생의 여지만 남기게 된다. 얼굴을 통한 신원 확인은 면접 전에 채용 프로세스 관리자의 역할로 남겨지게 된다.

통상 공무원 면접은 다대일(多대一) 방식, 공기업 면접은 다대다(多대多) 방식으로 진행된다. 9급 공채 면접은 두 명의 9급 출신 5급 사무관이 면접관으로 들어오며, 7급 면접(공채, 지역인재)은 세 명의 7급 출신 4급 과장과 외부 교수 등이 팀을 이루며, 5급 공채(행정고시) 면접은 세 명의 국장급과 외부 교수가 면접관으로 들어오는 것이 관례이다. 공기업 면접이나 로스쿨 면접에서는 다대다 면접이 많은 편인데 이 또한 다대일 면접으로 재편될 소지가 높다. 면접자간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최근 시행되는 면접에서는 종래 다대다 면접이었던 경우가 다대일 면접으로 대체되는 편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면접자에게 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면접관의 질문이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고 면접자의 답변 역시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질문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솔직하게 잘 들리지 않았다고 묻고, 답변을 할 때에도 또릿또릿하고 다소 큰 목소리로 면접관이 잘 들을 수 있도록 전달하도록 하여야 한다. 면접장에 따라 개인별로 마이크를 설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공무원 면접이 종종 시행되는 장소들은 대규모 개방형 컨벤션 센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고, 이러한 장소에서는 공간이 개방형 구조로 임시 부스를 설치한 형태이기 때문에 마이크 설치가 용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통상 화상면접은 해외 지원자들을 위한 면접 수단으로 예외적으로 활용해왔다. 중앙방역대책 본부는 원칙적으로 비대면 면접(화상면접)을 원칙으로 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화상면접이 실제로 시행되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대면면접에서는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지원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아 탈락시킬 수 있지만, 화상면접에서 네트워킹이 끊긴 경우나 아예 처음부터 연결되지 않은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사전에 받아둔 비상연락망을 가동한다 해도 전화상의 면접을 유효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세부지침이 마련되지 않는 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면접자의 얼굴을 직접 보지 않는 전화면접은 면접자에게는 심리적으로 매우 유리한 방식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화상면접이 시행되었을 때, 면접자 중에는 화상면접 전체 과정을 녹화/녹음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을 것이다. 국내 법령상 대화자 일방에 의한 녹음의 증거능력은 판례상 ‘아직까지는’ 상당 부분 인정되기 때문에 차후 면접 탈락자의 유력한 재판상 증거 자료가 될 소지가 높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이러한 점에 대해서 까지는 생각을 미처 못하지 않았을까?

집에서 행해지는 화상면접은 면접 부정의 소지도 높은 편이다. 면접 질문 중에는 지성면접이라 하여 때로는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을 커닝페이퍼 내지 제3자의 도움으로 답변할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하게 된다. 화상면접 운영자는 면접자의 웹캠 뒤쪽에 실시간으로 도와주는 조력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래서 아마도 화상면접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집에서 편안하게 자유로운 장소에서 하기보다는 사전에 정해진 장소에서, 이를테면 실제 면접장 내의 별실에서 진행되지 않을까? 그러한 경우 마스크를 굳이 쓰지 않아도 무방할 것이지만, 스크린 너머로 전해오는 모습은 종종 실제 대면하면서 느끼는 모습과는 또 다를 수 있다.

코로나 19는 우리의 삶을 매우 많이 바꾸고 있다.

화상면접으로 진행된다면 수험생들은 스터디를 하면서 웹캠으로 멋지게 보이는 얼짱 각도와 방법은 있을까를 놓고 치열하게 연구할 것이고, 마스크를 쓰며 대면면접을 해야 한다면 마스크 색깔은 붉은색이 나을지, 청색이 나을지, 아니면 혹은 디자인이 예쁜 천 마스크가 좀 더 어필할 수 있을지를 거울 앞에서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며 고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면접은 평범한 수험생 개인의 입장에서는 모든 수험생활을 마무리 짓는 화룡점정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인바스켓 김용욱 변호사(inbasket@inbask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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