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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n번방 사건, 그 실체와 처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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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n번방 사건, 그 실체와 처벌에 관하여
  • 최진녕
  • 승인 2020.04.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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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
최진녕 변호사

이른바 ‘n번방 사건’. 2019년 2월부터 여중생 등 수십여 명의 여성을 협박하여 성착취 영상물을 찍게 하고, 이를 보안이 강력한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거래한 디지털 강력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여러 개의 단체 채팅방이 있다 보니 이를 이른바 ‘n번방 사건’이라 부른다. 그 중 악명 높은 두 가지 사건은 1번방부터 8번방까지 8개의 채팅방에서 성착취 영상을 판매한 닉네임 ‘갓갓’의 ‘n번방’ 사건과 입장 금액에 따라 채팅방 등급을 나눈 ‘박사’ 조주빈의 ‘박사방’ 사건이다. 이들은 수사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암호화폐로 성착취 동영상을 거래하거나, 서버를 국외에 두고 이용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텔레그램을 이용했다. 그만큼 계획적이고 지능적이며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사실관계가 충격적이다. 아직도 체포되지 아니한 ‘갓갓’은 2019년 2월 8개의 텔레그램 방인 일명 ‘n번방’을 만든 주범으로, 경찰을 사칭하거나 협박해서 만든 청소년 등에 대한 성착취물을 대량 판매했다. 전문대학 학보사 편집국장 출신 남성 조주빈(25세)은 ‘박사’라는 이름으로 2019년 9월 경 갓갓의 n번방이 폐쇄될 무렵 이른바 ‘고담방’에 등장했고, 성착취 영상을 유포하는 비밀방을 3개 만들었다. 이들이 유포한 음란물은 주로 청소년 피해자의 성착취 영상이었고, 가해자의 강요에 따라 동물 흉내 내기, 남성 공중화장실에서 음란행위 하기, 노예처럼 복종하는 영상 올리기 등 차마 인간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조주빈은 1단계 20만 원, 2단계 70만 원, 3단계 150만 원을 받는 식으로 방을 만들어 등급에 따라 더 자극적인 성착취 영상을 공유했다. 이러한 동영상 시청을 위한 동시 접속자가 최대 25만 명에 이르렀다고 하며, 피해자가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서 70여 명에 이른다.

국민들의 분노도 폭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3월 18일 핵심 피의자 ‘박사’의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을 요구하는 청원이, 3월 20일 텔레그램 비밀방 참여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4월 16일까지 각각 271만 명, 202만 명이 넘게 참여했고, ‘박사’에 대한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요구 청원은 청와대 국민청원 역대 최단기간, 최대 동의 수를 기록했다.

경찰은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n번방 성착취 대화방에 대한 수사 결과 최근까지 221명을 검거하고, ‘박사’ 조주빈 등 32명을 구속했다. 현재는 n번방 회원 26만 명에 대한 추적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주빈에 대해서는 얼굴을 포함해서 신상도 공개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다. 딱 10년 전인 2010년 4월15일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규정에 근거한 결정이다. 이 법에 따라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시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다만,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공개하지 아니한다. 최근 디지털성범죄 혐의로 검거된 223명 중 65명이 10대 미성년자로 밝혀지면서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추후 입법적 보완의 여지가 발생한 셈이다.

n번방 운영자와 가담자는 어떠한 처벌을 받을까. 검찰은 4월 13일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유포한 혐의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구속기소했다. 앞으로 검찰은 성착취 영상물 제작 사범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구형할 방침을 밝혔다. 영상물을 유포, 소지한 사범에 대한 구형 기준도 대폭 강화하면서 영상 공유방 회원 등 이른바 ‘관전자’에게도 징역형을 구형할 전망이다. 대검찰청은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처리기준’을 마련해 이날부터 전국 검찰청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이 기준은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 촬영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 등을 포함해 현재 수사 또는 재판 중인 사건에 모두 적용된다.

‘n번방’에 들어간 사람들 중 유료 회원 외에 무료방(맛보기방)을 이용만 한 단순 이용자의 경우 처벌될까. 현재 관련법상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가 아닌 단순 시청만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그런 점에서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텔레그램의 경우 동영상을 시청하면 휴대폰에 영상이 자동 저장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실무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단순 이용자가 해당 영상을 시청한 기기를 파기하면 증거가 부족해서 수사가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그 외에도 단순 이용자를 아동·청소년물 소지죄가 아닌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하는 것을 법무부가 고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범죄단체조직죄는 원래 조직폭력배를 단속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 조직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휘통솔 체계가 있는지, 범죄수익을 나누는 구조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단순 이용자의 경우 지휘통솔을 받지도 않고 범죄수익을 나누지도 않으므로 단순 이용자까지 범죄단체조직죄의 대상이 되기는 애매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양형위원회를 통하여 텔레그램 등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양형 기준 검토에 들어갔다. 국민의 법 감정과 정의감에 합당한 양형기준과 이를 실무에 반영하는 법원의 판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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