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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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대한 단상
  • 오시영
  • 승인 2020.04.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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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이여, 미래통합당을 버려라 -

<strong>오시영</strong>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눈빛이 별빛보다 더 반짝이는 밤, 그 밤을 꼬박 새우며 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 방송을 시청했다. 간발의 차이로 위대한 거인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다.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대한민국이 안갯속을 휘젓고 걸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뒤에 처져 있다가 마치 대한민국 쇼트트랙 선수들인 양 선두를 제치고 앞으로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알리듯 대한민국 국민의 집단지성이 한 송이 향내 나는 꽃이 되어 피어났다. 제대로 된 선거제도를 통해 이렇게 민의가 모여 여당을 딱 60%, 180명이라는 패스트트랙 가능 국회의원을 뽑아준 기막힌 선거가 언제 있었던가? 이런 결과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여론기관들의 숨죽인 예단이 현실이 되는 상황을 전 국민이 보며 승자도 패자도 모두 함께 숨을 죽여야 했다.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결단이 우리에게 하나의 생생한 역사가 되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영향력은 단연코 코로나19 사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단순한 감염병에 대한 의료학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자연인으로서의 자아(自我)와 국민으로서의 타아(他我)를 동시에 성찰”하게 만드는 집단적 계기가 되었다. “빨리빨리”라는 이중적 가치에 묻혀 있던 우리들을 모두 올스톱시키고, 살아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살아갈 미래를 다시 한 번 음미하도록 우리를 깨우쳤던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 국민은 우리 정치를 들여다보는 정치성찰의 기회를 얻었다. 국가위난, 집단위난 상황에서 우리를 강제만 해 온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부여야 하는가를 우리에게 고뇌하게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착한 아저씨”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까, 어떻게 하면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보살펴 줄까, 어떻게 하면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할까에 골몰하고 있는 착한 아저씨가 떠오르는 것이다. 물론 국민 중 3분의 1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가 하는 모든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음을 잘 안다. 국민 세금을 자기 호주머니 쌈짓돈인 양 마음대로 이 사람 저 사람을 준다거나(그래서 나랏빚을 많이 져서 후손들에게 빚만 물려주려 한다거나), 북한 김정은을 무척 좋아해서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북한에 넘겨주려고 한다거나(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퍼준다거나 북한과 친한 중국 눈치를 본다거나 하면서 좌파 빨갱이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려고 한다거나), 부정부패를 많이 저질러서 뒤로 엄청난 재산을 챙기거나 추종하는 이들에게만 특혜를 주어 그들에게 권력과 부를 안겨준다거나(그래서 측근들이 저지른 부정부패가 말로 할 수 없이 많다거나) 등등 몹시도 부도덕하고 부정직하며 권력을 남용하는 부패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음을 잘 안다. 필자 연배의 많은 이들이 그렇게들 믿고 그 확신을 퍼뜨리고, 필자에게도 거의 매일 수많은 친구처럼 지내는 이들이 저주나 악담에 가까운 문자와 동영상 등을 보내는 이들이 참으로 많다. 처음에는 그런 문자나 동영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너무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것 아닌가?”하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하다가, 이제는 지쳐서 “어쩔 수 없구나!” 하고 포기하고 그냥 스킵하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총선 결과는 “착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의 승리”라고 정의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미래통합당의 선거 캐치 프레이즈는 “경제 폭망, 안보 불안에 대한 정권 심판”이었다. 그런데 지혜로운 국민은 이러한 야당의 선거 캠페인성 구호가 진실이 아님을 뼛속 깊이 감지하고 그러한 거짓 선동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거부의 몸짓을 선거를 통해 보여주는 집단지혜를 발휘하였다. 지난 3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경제 폭망, 안보 불안, 세금 폭탄, 정권 타도”만을 외치며 정부가 나아가는 길목에 대못질해온 야당에 대한 처절한 응징이 이번 선거결과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번 야권의 선거패배 최대 원인은 “야권 지도부의 무지몽매함”이라 할 수 있다. 정치는 국민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며,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바로 정치다. 그런데 야권 지도부는 그런 공감능력이 완전 결여되어 있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황교안 대표의 공감제로 품성은 이번 야권 총선을 망친 주요 원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황교안 대표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이들이 필자와 가까운 지인들 중에 더러 있어서 그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름 올곧고 착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잘 안다. 필자도 황교안 대표와 같은 기독교인이지만, 필자는 종교인으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인본주의를 무시한 신본주의에의 매몰현상”이라고 줄곧 생각하고 있다. 신본주의에 몰입하게 되면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분류하고 천국 아니면 지옥이라는 극단적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된다. 신실한 종교인에게 가장 위험한 단계가 바로 신본주의에의 몰입상태라고 할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처음 정치인이 되었을 때 필자는 “황교안 대표의 죽은 말”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다 맞는 말인데 이상하게 공감되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기독교인들이 낯선 이웃을 향해 “사랑합니다.”라고 앵무새처럼 뇌까리는 느낌 같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웃을 때 상대방이 머쓱해지는 그런 느낌이 전해져왔기 때문이었다. 그 공감 부재의 언어가 정치인이 되어 좀 달라지나 기대했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은 공허한 콘텐츠의 언어를 보면서 “참으로 그냥 듣고 있기가 힘들다.”라는, 설득되지 못한 지식인으로서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막말 정치인의 퇴출 현상”이다. 국민은 억지 쓰고, 무례한 말과 행동을 특권인 양 해대는 국회의원들에 대해 질려 있는 상태였다. 막말하고, 거짓말을 함부로 해대는 국회의원들을 심판하고 단죄하는데 망설임이 없었고, 단호했다. 정치인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유리거울처럼 투명하게 비치는 세상의 변화를 알지 못하는 “철갑 속의 왕자나 공주”처럼 행동해온 이들이 국민의 철퇴를 맞아 퇴출당한 것도 선거의 장점이라 할 것이다. 물론 지역적 몰투표가 행해진 곳에서 그러한 정치인 중 일부가 생환해 온 곳도 있지만, 집단주의에 빠지지 않은 현명한 유권자 구성비를 유지하고 있는 대부분 지역에서는 그러한 막말 정치인들이 모두 퇴출당하였음은 21대 국회 운영 과정에서 국민이 정치인들의 언어 스트레스를 그나마 덜 받게 되어 다행이다. 국민과 공감하며 소통할 줄 모르는 정치인들이 정치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모든 언행은 기록되고 있고, 날카로운 비수처럼, 예리한 송곳처럼 그 언행자의 심장을 찌를 비기로 자라는 세상, 그게 현대사회이다. 자신의 혀에 베임을 당한 이들,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자신의 마지막 선거 지휘에서 패배하였다. 그가 이전에 진영을 바꿔 가며 참여한 선거에서 그나마 작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변화의 케치프레이즈”가 작동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선거 지휘는 참여 당시부터 필패할 수밖에 없어서, 필자로서는 저 어르신이 왜 또 진영을 바꾸어 참여하나 하는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는데, 역시 결과는 필패였다. 지휘자로서 참으로 답답한 것은 “돌격 앞으로!”를 외쳐도 부하들이 꿈쩍하지 않을 때일 것이다. 지략 없는 황교안 대표와 반대 밖에 할 줄 모르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에 익숙해져 화석화 단계로 접어들어 버린 미래통합당으로서는 어떠한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할 수 없고, 신뢰를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한 인간의 마지막 올인 카드를 보며, 사필귀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패배는 영원한 패배로 기록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에 압승하였다. 이러한 압승이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서 주어진 상이 아님을 깊이 인식하고 은인자중하며 더욱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헌신할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사태로 붕괴 일보 직전에 있는 서민 경제를 살리고, 국가 경제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둘러 추경예산이 통과될 수 있도록 선거에 패배해 망연자실해 있는 야당을 설득하고, 야당 또한 추경의 긴급성을 이해하고 협조하는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혁 입법 중에서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금융관련, 공정거래관련, 세제관련, 건설교통관련, 정보통신관련 입법들을 마무리 지어 행정부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반이 넘는 의원이 확보되었다고 함부로 야당을 경시해서는 안 될 것이고, 정치적 파트너로서의 야당을 존중하고 신뢰하여 최대한 협조를 얻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대 화두가 되었던 고위공직자수사처가 하루속히 가동될 수 있도록 공수처장을 비롯한 조직과 예산을 확보하여 늦어도 7월에는 공수처가 개청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여당 우호 정치세력까지 합치면 190여 석에 이르는 거대 친여 입법부를 구성하게 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경계해야 할 첫 번째 문제는 바로 내부 권력 투쟁이다. 이번 선거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한 민생당이, 그보다 많은 세력이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를 따라 민주당에서 분리되어 나감으로써 겪어야 했던 정치력 약화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무시한 채 2년 후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몰입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은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이 요구한 사항 중에서 미처 입법으로 보완되지 않는 게 무엇이 있는지 되돌아보고, 어떻게 대한민국이 장차 추구해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는, 진정한 애국 정치인들이 되었으면 한다.

선거에 참패한 미래통합당은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을 지지한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세력을 버려야 한다. 계속해서 영남세력에만 매달리게 되면 이번 선거처럼 계속해서 축소지향의 정당으로 몰락해 갈 것이다. 안철수 돌풍이 불었던 19대 총선에서 그를 추종했던 모든 정치세력은 다 사라지고 이제 달랑 국민의당 비례대표 3명의 의원만 남은 초미니정당이 되고 말았다. 전국정당으로의 확장성을 상실하게 되면 앞으로 더욱 쪼그라들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구경북 등 영남권 국민도 미래통합당을 버려야 한다. 미래통합당과 영남권 국민들이 서로의 발뒤꿈치를 붙들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 무한 반복의 공회전을 계속한다면 기운만 빠지고 아무런 성과를 올릴 수 없다.

20대 선거에서 호남이 더불어민주당을 버리고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이 더불어민주당에게 철퇴가 되었고, 그로 인한 자각과 변화가 오늘의 대승을 거둔 원동력이 되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영남권은 시대착오적인 “좌파, 빨갱이, 사회주의, 북한 퍼주기, 북한에 대한민국 갖다 바치기” 같은 허황하고 황당한 선동구호에 묻힌 인식에서 벗어나 합리적 사고를 작동시켜야 한다. 서울, 경기, 충청, 호남, 강원, 제주 등 영남을 제외한 모든 권역의 국민이 “상대적으로 못 하는 미래통합당을 버리는 결단”을 내릴 때 반대로 나가는 영남권은 “사리 분별력이 없는 무공감 국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영남권이 합리적 결단을 할 때 “미래통합당은 변화”할 것이고, 그 변화를 통해 다시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것이고, 더불어민주당이 승리에 안주하여 잘못된 길로 나아갈 때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이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함으로써 미래통합당이 수권정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생즉필사 사즉필생(生卽必死 死卽必生)이라는 말을 모두 함께 음미하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을 더욱 발전시키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19여, 물러가라! 마지막 꽃구경 한 번 가자, 응?

오시영 전 숭실대 법대 학장 / 변호사 / 시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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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4-18 03:54:51
충청도 절반과 강원도가 경상도 였다니..
경상북도 강남 경상남도 분당
유권자 40%가 경상도...
나는 왜 내 고향이 경상도인 걸 몰랐지

근데 경제 폭망, 안보 불안, 세금 폭탄, 정권 타도
이거 몇년전에 준용아빠가 주문처럼 외우던 거 아닌가 그리고 착한 사람이 조국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부산저축은행 풍산그룹 변호사를 한다고?
문모씨나 지지자들이나 참 뇌하나만큼은 착한 거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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