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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58)-민생조곡(民生弔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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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58)-민생조곡(民生弔哭)
  • 강신업
  • 승인 2020.04.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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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국회의 구성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례성은 국민의 지지율에 비례하는 만큼 각 정당에 의석수가 배분되는 것을 말하고, 대표성이란 각계각층, 특히 세대별, 지역별, 직능별로 고르게 국회 의석이 배분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일부 정당은 비례대표 의원의 대표성을 간과한 공천을 했다. 형식적으로 대표성을 충족한 것처럼 보이는 정당마저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사실 비례대표선거에서 청년이라고 해서 아무나 청년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여성이라고 해서 아무나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청년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청년을 대표할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은, 여성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여성을 대표할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을 초래해 꼭 필요한 사람의 등원을 방해하게 된다. 무위도식하며 정치권에 줄을 서는 데 능한 사람이 국회의원만 되면 하루아침에 정치를 잘하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큰일을 할 리 없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를 추천함에 정치적으로 훈련된 사람, 공익에 복무할 준비가 된 사람을 공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천은 공직선거법과 각 당이 정한 당헌·당규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당헌과 당규를 어긴 공천은 불법공천이다. 불법공천은 아니라 하더라도 지도부의 사익이나 특정인의 사익을 위한 공천은 공천이 아닌 사천이다. 그런데 이번에 민생당은 공공연히 불법공천, 사천을 일삼았다. 민생당 공동대표 김정화와 원내대표 장정숙 등은 자신이 앞 순번을 차지하기 위해 공천관리위원회가 적법하게 의결한 비례대표추천 안을 아무 이유 없이 뒤집었다. 김정화 등 일부 민생당 지도부는 공관위원회가 의결한 비례대표 추천안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재의를 요구하고 공관위원장 안병원이 이에 불응하자 불법적으로 해임한 뒤 다시 불법 공관위원회를 구성해 제멋대로 비례대표후보를 추천했다. 이 때문에 김정화는 공관위원장 해임 및 불법공관위원회 구성 등 불법공천과 관련하여 검찰에 공직선거법위반 등으로 형사 고소된 상태다.

그 후유증 등으로 민생당은 선거에 참패했다. 우리 정당 역사상 교섭단체 지위를 갖고 선거를 치른 정당이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참패를 당한 적은 없다. 그야말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참패를 당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철저하게 망한 것은 지도부의 사심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및 민평당이 합해서 민생당을 탄생시켰지만 민생당은 그 탄생과 동시에 극심한 갈등에 휩싸였고 더구나 호남 자민련으로 불리며 중도개혁 정당으로서의 위치를 상실했다. 3당 합당은 가치와 이념의 연합이라기보다는 지역연합의 냄새를 강하게 풍겼고, 무엇보다 합당의 이유와 당위성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렇게 된 데는 바른미래당 당 대표였던 손학규가 좀 더 일찍이 당을 쇄신하지 못하고 젊은 세대와의 연합이라는 진정성 없는 공염불만 외친 데 그 원인이 있다.

이유야 어떻든 이제 국민의 당에서 시작해 바른미래당으로 이어진 한국의 중도정치 실험은 실패했다. 책임 있는 사람들은 머뭇거리지 말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 불법공천으로 비례대표 0석 지역구 0석이라는 참사를 부른 김정화 공동대표는 응당 그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손학규 전 대표 역시 이 시점에서 정계 은퇴를 포함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혹 자신에게 역할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를 신진정치인을 통해 실현할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계를 떠나야 할 이가 비단 민생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왜 정치를 하는 것인지,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정립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서둘러 여의도를 떠나야 한다. 자신의 분수를 알지 못하는 사람, 제가(齊家)는커녕 수신(修身)도 되지 않은 사람도 서둘러 여의도를 떠나야 한다. 21대 총선에서 승리해 여의도에 입성하게 된 선량 중에도 분명 준비되지 않은 정치인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은 일단은 여의도를 떠날 수도 없는 일이니 제발 진지한 성찰을 통해 국민과 나라에 피해라도 끼치지 않길 바란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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