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사법시험 폐지와 유리천장(5)-승자의 저주에 볼모 잡힌 로스쿨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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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사법시험 폐지와 유리천장(5)-승자의 저주에 볼모 잡힌 로스쿨 학생들
  • 이성진
  • 승인 2020.04.08 10:4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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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년간 법조인력선발 및 양성의 근간을 맡아왔던 사법시험이 2017년 12월을 끝으로 폐지됐다. 평균 경쟁률 20대 1, 평균 합격률 3~5%라는 일회성 시험에 의한 선발을 지양해 고시낭인 및 다른 학부전공의 황폐화를 방지하고 교육에 의한 양성이라는 기치아래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로스쿨제도를 두고 고비용, 입시 불공정 등에 문제가 많다며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미 사법시험은 역사적 소명을 다했고 입법부가 새로운 제도를 정립한 만큼 더 이상의 사시존치 주장은 없어야 하며, 로스쿨에 문제점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익명으로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해 왔다는 한 수험생이 ‘기회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본지에 “사법시험 존치와 유리천정”이라는 글을 지난 네번에 걸쳐 보내온 바 있다. 그가 다섯번째 글을 보내왔다. 내용 전문(全文)을 게재한다.
본지는 이에 대한 반박 또는 이해를 달리하는 독자투고도 열려 있음을 재차 밝힌다. - 편집자 주 -

 

기회공정(한 때 사법시험 준비생)
기회공정
(전 사법시험 준비생)

1. 프롤로그

2017년 1월 치러진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협회 회장 선거는 사법시험 세력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세력의 대리전(代理戰)이었다. 로스쿨 세력은 눈엣가시 같던 친(親) 사법시험 세력 최후의 보루(堡壘)였던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마저 ‘혀니’, ‘차니’라는 애칭으로 불린 친(親) 로스쿨 후보가 점령하자 상기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 사법시험 존치 목소리는 급격히 사그라졌다. 승자가 되기까지 의기투합했던 로스쿨 세력의 파죽지세는 당장이라도 사법시험 출신들을 모조리 삼킬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전리품(戰利品)인 ‘법조인 양성제도 관문(關門)’을 독점(獨占)한 문지기 세력들(법조인, 교수, 학생)은 뭇 청년들의 눈물을 재물로 거머쥔 현재의 법조인 양성제도에 안녕한가?

2.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 덫에 걸린 로스쿨 학생들

(1) 화(禍)를 당할까 두려운 학생들의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성명서

로스쿨 세력이 ‘자격시험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등을 기치로 내걸며 정한 ‘입학정원’ 대비 75% 이상 합격은 초기 로스쿨 학생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처럼 보인다. 그래서 응시자대비 87.2%의 합격률로 법조인이 된 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밉살스러운 1기 선배들은 ‘사다리충’이라 불린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2019년(변호사시험 8회)이 되자 총 678명의 오탈자가 발생했다. 합격률이 과도하게 낮아지는 것을 막아 자격시험화를 보장하려했던 오탈제도가 오탈자 당사자들에게는 재앙이 된 것이다. 승자에게 내려진 저주라는 뜻인 ‘승자의 저주’를 ‘승자의 재앙’이라고도 하는데 로스쿨 학생들 누군가는 그 화를 면할 수 없게 되었다.

2020년 3월 26일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동의서를 받고 있다. 성명서 요지는 현행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입학정원’이 아닌 ‘응시자’ 대비 75% 이상으로 재설정하라는 것이다. 또한 같은 날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이하 법실련)’는 “4월 24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인 9회 시험부터 합격선 720점 또는 ‘응시자’ 대비 75% 이상을 기준으로 합격자를 결정해야 한다”며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권을 압박했다.

(2) 공감 안 되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성명서

먼저 로스쿨 학생들은 법조인 양성의 패러다임을 ‘시험에 의한 선발’이 아닌 ‘교육에 의한 양성’으로 변모시키고자 한 것임을 근거로 합격률 상향을 주장한다. 문득 의문이 든다. ‘응시자’ 대비 75% 이상 합격시켜준다면 학원 온라인 강의 수강을 중단하고 로스쿨 수업에 더 집중할까? 로스쿨별 특성화 과목 전문가가 되기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일까? 답은 로스쿨 학생들이 잘 알 것이다.

또한 로스쿨 학생들은 의사 등 여타 전문자격시험의 합격률이 95% 정도에 비교하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이례적으로 낮아 로스쿨이 전문가 교육 기관으로서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선해(善解)하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아 로스쿨 교육이 형해화된다는 주장으로 생각된다. 과연 그럴까? 로스쿨 강의가 법학 소양 연마하기에 부족한 것은 아닐까? 수업만 듣고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소속 교수들이 부단히 연구해 튼실한 강의를 한다면 어떠한 로스쿨도 자력으로 75% 이상의 합격률을 달성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도움 안 되는 강의를 듣는 대신 강의실 구석에 앉아 부족한 과목을 자습할지 고민할 학생들이 애처롭다.

(3) 생뚱맞은 법실련의 ‘변호사시험 개선 방안’ 제안 논리

법실련은 ‘공정한 변호사 양성제도의 실현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하며 정치권의 응답을 요구했다. “우리 시대의 공정은 ‘부모 찬스’로 대변되는 부와 권력의 대물림이 없는 사회”라며 “‘부모찬스’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표준화시험을 공정하다고 여기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전체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특별전형 입학생의 합격률과 격차가 커지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특별전형 입학자의 합격률이 저조한 것을 걱정하는 것이 충심(忠心)이라면 변호사시험 총점 산정 시 특별전형 입학자에서 가산점을 주거나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 특별전형 입학자 비율을 현행 법령의 로스쿨 입학 정원처럼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7% 이상 할당(割當)하는 것은 어떨까? ‘부모 찬스’는 실력이 없는 고관대작의 자녀가 간신히 변호사시험을 합격할 수 있을 때 최대 효용을 발휘할 것인바, 변호사시험 문턱이 낮아져 고관대작 자녀가 턱걸이로 합격해 체계적인 실무 교육 받을 기회를 얻는다면 나머지는 들러리가 될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

(4)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로스쿨 세력과 버림 받은 ‘라이언 일병(오탈자:五脫者)’

공통의 적이었던 사법시험 존치세력을 쓰러뜨린 로스쿨 세력들은 현자타임을 잠시 가질 법도하다. 그러나 ‘인생은 고민의 연속이며 오르막은 오를수록 더 힘드니 현재의 어려움을 잘 참고 견디라’고 인생 선배가 꾸짖으며 조언해 주었었는데, 승자인 로스쿨 세력도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법조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속도보다 법조인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보니 이미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법조인들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응시자’ 대비 75%로 하자는 학생들 주장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로스쿨 교수들도 스승으로서 변호사시험에 낙방하는 애제자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기에 제자들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절차탁마(切磋琢磨)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학생들은 강의도 듣고 수험 준비도 하느라 바쁜 와중에 초시(기고자 주 : 初試, 변호사시험에 처음 응시)는 커녕 졸업시험에 낙방할까 노심초사하며 금 같은 시간을 쪼개 변호사시험 합격률 상향을 위한 집단행동도 해야 한다.

이쯤 되면 ‘입학정원’ 대비 75% 이상에서 합격자 수를 정하는 현행 방식법령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오탈자가 구제되면 경쟁만 더 치열해지기 때문에 4시생(기고자 주 : 변호사시험을 4번째 치는 수험생) 정도 되지 않는 한 오탈자문제는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2015년 12월 ‘사법시험 폐지 유예’에 반발하며 학사일정 전면 거부를 결의하고 집단자퇴서를 제출하는 대국민 쇼를 펼쳤던 로스쿨 세력의 ‘라이언 일병’인 오탈자는 외면 받고 있다.

3. 에필로그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를 주장하는 로스쿨 학생들의 건투(健鬪)를 빈다. 아울러 자격시험화가 성공한다면 여러 사정으로 오탈자가 된 분들의 구제도 살피는 따뜻한 동료애를 발휘했으면 한다. 다만, 잊지 않았으면 한다. 승자의 저주는 다른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컨대 출신 학부(로스쿨)별 법조 계층의 고착화, 국민이 ‘무변촌(無辯村)’을 걱정하는 시대가 가고 변호사가 ‘무수임(無授任)’을 걱정하는 시대의 도래, 법조유사직역과의 밥그릇 싸움 격화 등은 현재 재학생들이 승자가 될 경우 겪게 될 재앙이다.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 공개는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라떼는(기고자 주 :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유머 있게 표현한 것) 사법시험 1차든 2차든 동료의 합격 소식을 전화로 알려주고 싶어 합격자명단이 게시되기를 숨죽인 채 기다리며 F5를 무한클릭하곤 했다. 로스쿨 입시와 3년 동안 험난했을 과정들을 합격 축하 전화 받으며 날려 버리는 행운이 있길 빈다.

※ 본 기고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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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 2020-04-08 20:00:29
"부단히 연구해 튼실한 강의를 한다면 어떠한 로스쿨도 자력으로 75% 이상의 합격률을 달성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니 무슨 전체합격률이 50프로로 정해져있는데 어케 모든 로스쿨이 75프로 합격해 ㅋㅋ 초등학생도 이런글은 안쓰겠다

하나만 보자 2020-04-08 17:02:15
한국처럼 엄격한 정원제한으로 인해 로스쿨 진학자체가 특권인 나라는 전세계 단 한곳도 없다.
PS 1사시보다 로스쿨이 스카이 비중 줄었으니 로스쿤더 좋은제도다!!!! 라고 왜곡하는데..- 당연하지 1000명선발과 2000명 선발인데ㅋ비교를 할려면 사시천명과 인서울 대형로스쿨과 비교해봐라 결과가 어떤지 PS2 의과대학과 로스쿨을 비교하는데 의과대학은 수능만 잘보면 들어가지만 로스쿨은 왜 스펙(학벌 ,나이)을 보는데?? 대체 변호사자격증이 뭐길래 불공정한 룰을 갖다대는가??대한민국 가장 추악한 기득권집단이 로스쿨이다

법원협 2020-04-08 11:12:08
법원협 하위루들 실명공개발표로 누가 떨어진지 확실히 알겠네요~

민주주의 2020-04-08 19:24:45
변호사를 한 해 오천명씩 뽑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변호사 수는 oecd평균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꼬투리 2020-04-09 20:14:28
기우 거참 대단한거 계산해서 반박하고 있네ㅋ 역시 로스쿨생~^^ 그런데 합격률 50%즉 응시자중 절반은 합격하는 시험인데 왜 독학,학부와는 차원이 다른 로스쿨 수업보다 인강을 더 선호할까? 그리고 무려 전문대학원인데 교수저보다는 학원강사저를 선호함
이런것에나 반박이나 좀 해봐라ㅉㅉㅉ
단언컨데 변호사 기득권이 어쩌고 하면서 합격률 올리자는 인간들중 합격하고 5년안에 침묵하거나 변호사 숫자 줄이자고 또다른 선동질을 할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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