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집 중심의 공무원시험 공부법 _ 제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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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집 중심의 공무원시험 공부법 _ 제23회
  • 김동률
  • 승인 2020.04.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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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아침의 눈)

7급 공무원시험 합격

<아공법 4.0>, <아공법 외전> 저자
 

이해 만능주의라는 관성

우리는 이해가 미덕인 교육환경에서 자랐다. 암기를 잘하는 것은 스마트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암기는 고급스러운 지적 능력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무식하게 암기하지 마라는 말은 거의 진리에 가까웠다.

문제는 공무원시험 진입 후에 발생한다. 공무원시험 교육환경 역시 여전히 이해 만능주의인데, 정작 시험은 순 암기식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정작 시험은 순 암기식인데?

공무원시험을 우습게 보고 첫발을 들인 사람들은 공시 과목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그냥 그 옛날 고교 암기과목 수준 아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정작 수험생활에 들어와서는 도무지 암기라는 걸 할 생각을 안 한다. 학창시절 체화된 이해 일변도의 관성을 그대로 이어간다.

이해는 학습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결코 만능은 아니다. 이해도 정도껏 해야 한다. 우리가 특정 과목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10년 이상 걸린다.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한 황남기 강사는 그 기간을 2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이해만으로 수험을 끝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해라는 게 도대체 뭔지 먼저 생각해보자.

이해란 무엇인가

수험서에서 어떤 문장을 만났다. 우리는 이 문장을 일단 이해해야 한다. 이해라는 건 뭔가? 문장의 문자를 눈으로 인지하는 수준은 아니다. 그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동일하다. 이해는 문자 인지를 넘어 해당 문장에서 어떤 심상(心傷, 이미지)을 떠올릴 수 있는 상태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지나간다란 문장을 만나면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자동차라는 개념을 떠올리고, 그 자동차가 어떤 공간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이 정도면 그 문장의 뜻을 파악한 거다. 이게 이해다.

어려운 문장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다르지 않다. 처음엔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문장을 거듭해서 계속 만나다보면 그 주변 문장을 이해한 것과 맞물려 어느 날 특정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이해를 포기해야 할 때

하지만 모든 범위에 걸쳐 넓고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모든 것을 이해하려 들면 한도 끝도 없다. 뭔가 막연하게 도모하면 결과 역시 막연하다. 모든 수험행위는 점수를 향한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우리가 합격을 위해 중·장기계획을 세우는 것은 각 순환마다 시간제한을 둔다는 의미도 있다. 제한된 시간을 의식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을 실속 있게 활용해야 한다. 이해해야 할 쟁점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면 다음 순환으로 적당히 넘기는 요령도 필요하다.

만약 다음 순환에서도 이해가 안 되면 적정시점(34순환)에서 이해하는 걸 포기해야 한다(수험 초기부터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다). 이해 대신 그냥 익숙해지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 또는 그냥 악착같이 외우는 걸로 갈음해야 한다.

이해는 문제풀이를 위한 이해여야 한다. 어디까지 이해할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자. 이해의 경계선을 그을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로만 이해하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이해를 적당히 포기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시험장에 가져갈 수 있는 지식이 적어진다.

이해 과정을 까먹는 경우

이해에도 종류가 있다. 우리가 공부하는 지식 중에는 일단 이해하면 몸에 체화되어 영구 암기되는 게 있고, 이해하더라도 나중에 이해한 내용과 과정을 까먹어버리는 게 있다. 전자는 이해가 곧바로 암기로 자동 전환되기 때문에 공부량을 극도로 줄여준다. 문제는 후자다. 이해한 걸 잊어버리는 경우다.

이해 과정을 까먹을 정도면 어려운 쟁점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시험장에서는 지문을 보는 즉시 정오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시험장에서 내가 이해한 과정 따위 되새김질할 시간도 없거니와, 이해 과정을 내가 기억해낼 수 있다는 보장 역시 없다.

공무원시험 과목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암기거리가 적은 경제학조차도 결국 암기를 하지 못하면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없다. 우리가 수학 공부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이해의 끝판왕인 수학조차 문제를 빨리 풀려면 공식을 암기해야 했다.

무식하게 암기한다고들 하는데, 공시는 무식한 암기의 연속이다. 문제를 빨리 풀기 위해서는 이해한 것조차 종국엔 결론을 암기해야 시험장에서 써먹을 수 있다. 이해는 궁극적으로 암기를 위한 것이라고 접근하면 편하다. 이해를 위한 이해, 언제 휘발될지 모르는 계산되지 못한 이해는 관두자.

암기하는 게 더 빠른 경우

이해하는 게 암기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해당 기출지문을 반복해서 그냥 문장에 익숙해지거나 차라리 핵심 포인트를 외워버리면 된다. 객관식시험은 이렇게 접근해도 문제를 푸는 데 부족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가면 될 걸 굳이 이해해보려고 달려들면 애꿎은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이해할 수 없거나 여러 번 읽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은 결국 의식을 총동원해서 암기해야 한다. 암기해야 할 것들은 대체로 논리적 필연성이 부재한 것들이다. 예컨대 각종 연혁, 숫자 등은 익숙해져 봤자 시험장에선 무조건 헷갈리게 돼있다. 정확한 수치를 의식적으로 암기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의 진짜 의미

공부는 오늘 암기하고 까먹고, 같은 내용을 얼마 후 다시 암기하고 까먹고의 연속이다. 잊어버리는 양을 최소화하는 과정이 수험생활이다. 어떻게 하면 덜 까먹을 것인가?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방법밖에 없다.

즉 복습에 용이한 순환식 공부를 하는 것이다. 같은 내용은 어느 정도 시간적 간격을 두고 복습해야 장기적으로 기억된다(에빙하우스 망각곡선). 반복 학습을 통해 까먹는 양을 줄이고 그 속도를 늦추는 것, 그게 수험의 본질이다.

흔히 수험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비유한다. 독에 밑이 빠졌다면 밑을 어떻게든 다시 끼워 넣어야 한다. 밑을 끼우는 것은 이해다. 물을 덜 빠지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하지만 밑을 온전히 다 끼울 시간이 없다. 어쨌든 물도 계속 부어야 한다. 물을 붓는 건 암기다. 시험전일까지 계속 물을 부어야만 시험일에 독을 가득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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