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무과실책임 인정 않는 국가배상법,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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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무과실책임 인정 않는 국가배상법, 합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3.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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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긴급조치 등 특수한 사례도 예외 인정 안 돼”
“보다 폭넓은 배상 필요하다면 별도 입법 통해 구제”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공무원의 무과실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배상법 규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선고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6일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한 구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부분은 합헌”이라고 결정(2016헌바55 외 27건 병합)했다.

헌재는 앞서 2015년 4월 30일에도 같은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2013헌바395)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헌법 제29조 제1항 제1문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책임을 규정하면서 제2문은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등 헌법상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책임을 일정 부분 전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헌법 제29조 제1항에 법률유보 문구를 추가한 것은 국가재정을 고려해 국가배상책임의 범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되며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데도 국가배상을 인정할 경우 피해자 구제가 확대되기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이 저해될 수 있어 이를 입법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국가에서 국가배상책임에 공무수행자의 유책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가배상법상의 과실관념의 객관화, 조직과실의 인정, 과실추정과 같은 논리를 통해 되도록 피해자에 대한 구제의 폭을 넓히려는 추세에 있다”며 “피해자 구제 기능이 충분하지 못한 점은 위 조항의 해석·적용을 통해 완화될 수 있는 점들을 고려할 때 위 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한 것을 두고 입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나 헌법 제29조에서 규정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헌재는 위 선례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전제로 다만 청구인들이 해당 규정의 위헌성을 주장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사건이 인권침해가 극심하게 이뤄진 긴급조치 발령 및 그 집행을 근거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가배상청구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긴급조치는 집행 당시 그 위헌을 유효하게 다툴 수 없었으며 한참 시간이 흐른 뒤인 201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위헌으로 선언된 만큼 다른 일반 법률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과 차이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위와 같은 경우라 하여 국가배상청구권 성립요건에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대한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과거에 행해진 법 집행행위로 인해 사후에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면 국가가 법 집행행위 자체를 꺼리는 등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하거나 행정의 혼란을 초래해 국가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헌재는 “국가의 행위로 인한 모든 손해가 이 조항으로 구제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긴급조치 제1호 또는 제9호로 인한 손해의 특수성과 구제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를 떠나 국가가 더욱 폭넓은 배상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이는 국가배상책임의 일반적 요건을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입법자가 별도의 입법을 통해 구제하면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헌법재판소의 선례가 특정 법률조항에 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더라도 그 법률조항 중 특수성이 있는 이례적인 부부의 위헌 여부가 새롭게 문제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개로 다시 검토돼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이들 재판관은 “긴급조치 제1호 및 제9호의 발련·적용·집행을 통한 국가의 의도적·적극적 불법행위는 구가의 본질을 거스르는 행위로 불법의 정도가 심각할 뿐 아니라 그러한 불법행위를 직접 실행한 공무원은 국가가 교체할 수 있는 부품에 불과한 지위에 있었으며 그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역시 이례적으로 중대하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위와 같이 특수하고 이례적인 불법행위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는 이 사건에서 별개로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의견을 제시한 재판관들은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법률조항이 지나치게 불합리하여 국가배상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면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심판대상조항은 긴급조치 제1호, 제9호에 관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한 결과 이에 관해서는 국가배상청구가 현저히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정의견이 합헌의 근거로 드는 공무원에 대한 제재기능과 불법행위의 억제기능은 국가가 개별 공무원의 불법행위 실행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상태에서 벌어진 경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국가배상제도를 헌법으로 보장한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나아가 선례에서 고려한 국가재정 역시 국가배상제도의 본질이 국가의 불법행위에 의한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한 사후적 구제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중대한 요소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심판대상조항 중 위와 같이 예외적인 부분은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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