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0)-비례위성정당
상태바
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50)-비례위성정당
  • 신종범
  • 승인 2020.03.26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이제 누구도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료될 것인지 예측하지 않는다. 국내 상황이 좀 진정될 기미를 보이자 이번에는 세계 곳곳에서 바이러스 확산 소식이 끊임없이 들리고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적극적인 진단과 방역으로 관리를 하고 있지만,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마저 통제불가능한 상태로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깊어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라는 이러한 상황 속에 우리는 국가적 대사도 앞두고 있다. 바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다.

4월 15일 치러질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것이다. 제1야당의 극심한 반대 속에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되어 어렵게 통과된 「공직선거법」 제189조에 그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복잡한 수학적 계산식이 포함되어 있다. 우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으로 총 의석수는 정당 득표율로 정해지고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총 의석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례대표 전체(47석)가 아닌 일부 의석수(30석)에 `캡(cap)`을 씌워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나머지 비례대표 의석(17석)은 기존 방식처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이를 완전 연동형이 아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 부른다.

이러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배경을 「공직선거법」 개정 이유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지역구국회의원을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 선출하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따라 비례대표국회의원을 독립적으로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선거제도로 인하여 대량의 사표가 발생하고,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 사이의 불일치가 큰 폭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지역별로 특정 정당이 그 지역의 의석 대부분을 독점하는 현상이 지속되는 등 지역주의 정당 체제를 극복하는 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음. 이에 정당의 국회의원 의석 수가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득표비율과 연동될 수 있도록 비례대표 의석배분방식을 개선...” 이러한 이유와 함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소수 정당이 원내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져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도입취지와는 다르게 현실 정치는 흘러갔다. 우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으로 의석 수가 감소할 것을 예상한 제1야당이 ‘비례위성정당’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제1야당은 비례대표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후보만을 위한 새로운 당(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구 의석의 공제없이 정당득표율을 그대로 비례의석으로 연결시킬 수가 있게 된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여당보다 비례대표의석만 최소 십 수석 이상 가져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비례위성정당’은 선거법 개정 취지에 반하여 민의를 왜곡하는 꼼수정당이라고 비판하던 여당 내에서도 제1야당과 같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마침 진보 성향의 비례대표 후보를 한 곳에 모아 선거를 치르자며 소위 플랫폼 정당이 등장하자 당원 투표를 거쳐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다. 결국, 거대 양당이 모두 ‘비례위성정당’을 거느리고(?) 총선에 참여하게 되었다.

한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았던 정의당은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 출현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후보 등은 법원에 제1야당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정당등록처분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함께 그 판결 전까지 정당등록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집행정지신청을 냈다. 얼마전 집행정지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결론은 ‘각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비례대표 후보들의) 당선가능성 등은 개별적·구체적 법률적 이익이 아닌 간접적·추상적 이익에 불과하다”며 집행정지를 신청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등은 미래한국당 정당등록처분취소를 구할 법률상 자격이 없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8조 등을 고려할 때 미래한국당의 등록 집행정지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인정한 헌법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우리 헌법은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제8조), 정당법은 정당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되(제4조) 선거관리위원회는 형식적 요건을 구비한 이상 등록을 거부하지 못함을 명시적으로 규정(제15조)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보았을 때 객관적으로 비례대표선거만을 위한 기존 정당의 위성정당임이 명백하다고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그 정당등록이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 집행정지 사건의 본안소송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법리에 따른 사법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와는 무관하게 어떻게든 의석 수만 늘리려는 정치권을 보면서 정치인들이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총선이 또 다시 국민들을 편가르는 선거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