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16) / 내부 조사와 증인 인터뷰, 어떻게 진실에 다가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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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16) / 내부 조사와 증인 인터뷰, 어떻게 진실에 다가가는가?
  • 박준연
  • 승인 2020.03.26 18: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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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박준연</strong>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얼마 전 휴일 아침, 미국의 한 파트너 변호사한테서 급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미국 회사인 클라이언트의 해외 지사의 내부 조사와 관련하여 급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이미 다른 로펌이 문서 리뷰와 증인 인터뷰 등을 시작했는데, 클라이언트는 지금까지 진행된 내부 조사 경과에 대해 몇 가지 의문점이 있고, 그 때문에 우리 팀이 함께 내부 조사 과정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파악한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누구나 듣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면 우리 회사의 도움을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지만, 사실 관계가 복잡할 뿐더러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이 지면을 통해서도 내부조사에 대해 쓸 기회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상황에서 특히 증인 인터뷰 과정을 중심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했는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문서를 통한 사실 관계의 이해

내부 조사의 가장 첫 단계는 관련된 문제와 관련되어 어떤 문서가 존재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법무 담당 부서와 업무 담당자가 조율하여 문서를 검색하고 외부 변호사들에게 제공하는 과정 자체에도 일정 시간이 소요됨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 문서를 모으는 것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문서 보전 절차이다. 일반적으로는 관련자들에게 문서 보전 명령(litigation hold notice)을 보내어 관련 문서를 삭제하지 않도록 지시한다. 하지만 특히 민감한 내용의 내부 조사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문서 보전 명령을 작성, 송부하지 않고 보전 절차 (이메일 등의 자동 삭제 기능 정지)만을 취하기도 한다. 문서 보전 명령을 통해 내부 조사의 내용을 법무 부문 이외의 다른 누구와도 논의하지 않도록 지시하더라도 불필요한 소문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내부 조사가 긴급한 사내, 외적 판단을 요구하며, 그런 이유로 급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방대한 자료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자료를 우선적으로 검토하여 그 분석이 증인 인터뷰 준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내부 조사의 경우에는 이미 몇 번이 증인 인터뷰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증인의 진술 내용이 문서 내용과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분석을 진행하였다.

꼼꼼한 인터뷰 준비

인터뷰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을 할 지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고민 끝에 소주제별로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서의 시간 순서에 따라 예전 인터뷰에서의 진술과 문서가 차이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질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팀 내부는 물론이고 클라이언트 (미국 본사의 법무 부문)와도 상의를 했다. 그 외에도 형식, 절차와 관련된 준비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 몇십 년 관련 업무를 해온 선배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선배는 매번 인터뷰 준비를 할 때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다는 이야기를 해서 특히 인상깊었다. 나 역시 그런 시뮬레이션을 해보지만 그건 아직 내가 업무 경험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 선배는 어떤 셋팅으로 앉아서 어떻게 자기 소개를 하고, 미국 법에서는 미국 기업법 분야의 미란다 원칙 고지라고도 알려진 업잔 경 (Upjohn warning, 인터뷰를 진행하는 변호사는 인터뷰 대상이 되는 개인이 아닌 회사를 대리하며, 인터뷰 내용은 의뢰인과 변호인 간의 비밀 유지 특권으로 보호받지만, 그 특권은 회사의 특권으로 필요한 경우 회사는 그 특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정확히 어떤 표현으로 경고를 할 지 계획을 세운다고 했다. 천편일률적인 업잔 경고를 하면 때로 인터뷰 증인이 불필요하게 긴장하거나 답변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태도로 증인과 의사소통할 것인지 하는 문제

증인과 처음 만나고 인터뷰를 시작하면, 변호사는 주어진 시간 제약 하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증인의 경우, 특히 문제 행동에 관여되었다는 의심을 받는 증인의 경우, 변호사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을 하게 된다.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태도로 질문을 할지 하는 것도 고민이다. 또다른 선배 변호사는, 이럴 때 자신의 성격이 드러나기 때문에 결국은 본인 성격에 따라 제일 편안한 방식으로 증인과 접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했다. 실제로 회사의 선배 중에는 담담하고 건조하게 질문을 하는 선배가 있는가 하면, 좀더 친근하게 접근하는 선배들도 있다. 하지만 증인이 거짓 증언을 시작하면 단호한 태도로 거짓 증언이 회사뿐 아니라 증인 본인에게도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가까운 선배들에게 배운 것은, 어디까지나 예의를 갖추어, 비록 회사를 대리하는 입장에서 질문을 하지만, 회사를 보호하는 것은 결국 사원인 증인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일견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정보를 포함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해주는 것이 조사 과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성의있게 설명한 다음, 역시 예의를 갖추어 인터뷰에 임하는 태도이다.

거짓말 탐지기는 없어도…

증인의 진술이 믿을 만한지(credible)에 관한 판단은 해당 증인의 진술에 어느 정도 무게를 둘지에 대한 판단으로 이어진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서툰 편이라고 종종 이야기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인의 신뢰성 여부의 판단은 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아무리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거짓말을 할 때와 진실을 말할 때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예컨대 사실에 근거한 진술은 어찌 보면 질문에 대한 답 이외에도 시시콜콜한 자세한 내용을 포함한다. 거짓말에 능숙한 사람이라도 주제와 무관한 디테일까지 꾸며내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또 질문하다 보면 답을 하기까지 얼마나 뜸을 들이는지도 관찰하게 된다. 물론 질문을 듣고 신중하게 답을 생각하는 경우, 예전 일이라 기억을 되살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금방 답을 하는 경우, 그 진술의 신뢰성은 (일반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질문에는 대본이 없다

인터뷰에 앞서, 흔히들 아웃라인이라고 부르는 인터뷰의 개요 및 계획을 작성한다. 아무리 꼼꼼하게 아웃라인을 작성하더라도 실제 인터뷰가 반드시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었다고 해서 다음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고, 대답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추가 질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분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하기

인터뷰 기록을 비망록 (메모랜덤) 형식으로 남기는 경우, 시작 부분에 해당 기록은 증인의 진술을 그대로 녹취한 것이 아니고, 변호사의 인상, 평가, 분석 등을 포함하며 따라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 유지나 소송 준비 자료의 비밀 유지의 특권 등의 대상이 된다는 설명을 넣는다. 이는 사실(증인의 진술)을 그대로 기록한 녹음이나 녹취가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한편, 변호사의 평가나 인상 등은 보호 대상이 된다는 미국법 상 비밀 유지 특권(privilege)의 원칙을 반복,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실제로도 (미국) 변호사가 작성하는 인터뷰 메모랜덤의 가치는 진술 내용의 서술에 더하여 변호사의 평가 부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업무에서 클라이언트가 우려를 표한 내부 조사의 인터뷰 메모랜덤을 읽어보고 든 생각은, 증인의 서술을 충실하게 기록한 메모랜덤일지라도, 변호사의 평가 없이는 증인이 말이 안되는 변명을 하는지, 아니면 성의있게 신뢰성 있는 진술을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내가 진행한 인터뷰 후 보고를 할 때는 이러한 평가 부분도 빠뜨리지 않고 보고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증인의 진술이 믿을 만 한지에 대한 평가, 그 평가에 대한 근거, 법적인 관점에서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실 관계 등을 포함하여 함께 보고하였다.

증인 간의 진술이 엇갈리고 또 당시의 기록과도 차이가 크게 나는 내부 조사 안건들을 담당하다 보면, “라쇼몽”처럼 진실은 무엇이고 도대체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 하는 철학적(?)인 고민에 빠질 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결국 관건은 주어진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여 성실한 노력으로, 최대한 실체적 진실을 이해하고 그 이해에 따라 법률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는 평범한 교훈을 되뇌게 된다.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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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ㅁ 2020-04-18 06:00:18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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