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인노무사와 행정사간의 분쟁 속에서 공정사회를 생각해 본다
상태바
[기고] 공인노무사와 행정사간의 분쟁 속에서 공정사회를 생각해 본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0.03.20 14:00
  • 댓글 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대리권지킴이센터장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대리권지킴이센터장

1. 공인노무사와 행정사간의 분쟁 속에서 최근 화두가 된 공정사회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고자 한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지구촌이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는 어김없이 다가오는 시험과 수험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1년간 준비해 온 시험이 연기되는가 하면 시험자격을 부여받기 위하여 응시해야 하는 영어능력검정시험도 연기되고 있어 수험생들에게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수로 누군가는 운명이 바뀔지도 모른다.

1년마다 치러지는 그깟 시험으로 누군가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지금의 세태 속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이 고용불안과 실업문제로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거기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시험의 합격만으로는 내가 살고자 하는 내 세상이 편해지도록 놔두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청년들 중 많은 이들이 저 넓고 거친 세상 끝 바다를 향해 헤엄치는 ‘달팽이’보다도,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민물장어’보다도, 살기 위하여 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이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렸다.

필자도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한 후 쉴 새 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년째 정신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 와중에 최근 필자의 귀에 자주 들리는 단어가 있다. 바로 ‘공정사회’이다. 옛날 도덕 교과서에 볼 법만 단어가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이 화두는 그저 살기 위하여 평생직업과 직장을 갖기 위한 청년들의 몸부림을 특혜와 반칙으로 무너뜨리는 것에 대하여 가차 없이 응징하고 질서회복을 갈구하도록 한다.

때마침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들이 대입 정시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고, 없어진 사법시험을 부활시키려 하고, 예비시험을 도입하려고 하고, 야간 로스쿨, 방통대 로스쿨을 설립하려고 하는 등 저마다 없어진 사다리를 다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줄 세우기 시험에 합격하고자 책이 까매지도록 보고 때론 밤을 새면서 책을 수회 독 하면서 공부하던 행위가 비판받던 시대에서 돌고 돌아 공정사회가 깨지게 되면서 ‘사회자정작용’으로 부상하는 것일까? 어쨌든 필자는 줄은 세워도 기회의 사다리가 많아야 사회정의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공정사회’가 시대의 화두로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필자는 더 이상 밥그릇 싸움이라고 쉬쉬할 필요도 없는 공인노무사와 행정사간의 분쟁 속에서 과연 공정사회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고자 한다.

2. 최근 제기된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 위헌확인 헌법소원 결정을 보면서 드는 생각.

최근 한 행정사가 2020년 7월 30일부터 시행되는 공인노무사법 제27조(업무의 제한 등) 제1항이 행정사가 노동사건과 관련된 서류작성 업무를 못하게 한다고 하면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2020헌마187)을 제기하였다.

그 결과는 청구인인 행정사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고 기본권 침해가능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이 나왔다. 이 헌법재판소 각하결정이 행정사 업계를 술렁이게 하고 공인노무사간에도 설왕설래가 오고가게 만들었다.

필자는 이번 헌법재판소 각하 결정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먼저 청구인인 행정사의 기본권 침해는 판단조차 하지 않고 각하결정이 나왔는데도 일제히 모든 것이 끝났다고 자축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이는 흡사 전쟁터에서 애먼데다 표적잡고 사격한 후 적군은 거의 사살하지 못했는데도 전쟁이 끝났다고 자축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공인노무사법 제27조(업무의 제한) 단서가 ‘다른 법령’에서 공인노무사법 제27조(업무의 제한 등) 제1항 단서 ‘다른 법률’로 개정되어도 행정사법 제2조(업무) 제1항 각호는 이에 해당되며, 행정사는 여전히 공인노무사와 중복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행정사의 업무범위에 어떠한 변동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3.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는 4+1단계로 검토해야 하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를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

그런데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1단계’ 노동법 관련 과목이 전무하여 관련소양이 없는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문자격사의 제도상의 취지, ‘2단계’ 공인노무사법 제27조(업무의 제한 등)를 포함하여 공인노무사법 전반적인 법체계상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내용, ‘3단계’ 행정사법 제2조(업무) 제1항 단서인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제한된 업무는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서 태생적으로 타 자격사의 보충적인 업무만 수행할 수 있는 행정사의 지위에 따라서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내용 등 공인노무사와 행정사 제도, 공인노무사법과 행정사법을 유기적으로 살펴본 후 판단해야 하는데 헌법재판소는 ‘총론’의 영역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였다.

그리고 행정사법 제2조(업무) 제2항 ‘행정사 업무의 내용과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는 규정에 의거하여 행정사법 시행령 제2조(업무의 내용과 범위)에 따라서 행정사가 수행할 수 있는 공인노무사의 업무는 무엇인지 즉,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문구에 따라서 그렇다면 공인노무사 업무와 중복되는 행정사의 업무가 무엇인지 이른바 ‘4단계’인 ‘각론’의 영역까지 살펴보았어야 했는데 어차피 위 총론의 영역을 포함하여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에 벗어나는 부분이고 어차피 각하결정을 내릴 것이니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산재보상업무, 노동위원회 사건 등 법률사무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은 변호사법에 의해서도 제약을 받는 바, 행정사가 최종적으로 공인노무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는 위 4+1단계까지 검토해야 한다.

4.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과는 무관하게 행정사는 개정 전·후의 공인노무사법, 변호사법, 행정사법에 따라서 여전히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행정사는 행정사법 제2조(업무) 제1항 단서와 공인노무사법에 의해서도 노동관계법령 서류 작성 업무 등을 업무를 할 수 없으며, 그러한 문서가 법률관계문서에도 해당된다면 변호사법 제109조(벌칙) 제1호에 의하여 이를 작성하고 취급할 수도 없다.

또한 이러한 작성행위 등은 필연적으로 권리관계분쟁이나 민원처리사무에 개입하는 행위에도 해당되므로 행정사법 제22조(금지행위) 제4호에 의해서도 할 수 없다. 거기에 행정사법 시행령 제2조(업무의 내용과 범위)를 살펴보아도 공인노무사 직무 중 행정사 직무와 중복되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만약 행정사가 공인노무사의 직무를 수행한다면 경합하여 여러 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하고자 한다면 이 지뢰밭을 뚫고 해야 하는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위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일부 문장으로 인하여 행정사들의 주장에 따라서 공인노무사법 제27조(업무의 제한 등) 제1항 단서의 해석상 논란은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공인노무사법 제27조(업무의 제한 등) 제1항 단서도 관세사법, 공인회계사법과 동일하게 ‘다른 법률’로 개정되면서 비(非)자격사의 직무수행근거를 이전보다 제한하고 전문자격사제도의 질서를 올바르게 규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위 4+1단계에 따라서 세세하게 검토할 경우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업무 중 소위 말하는 사건업무나 소위 꺼리가 되는 업무는 거의 할 수 없다. 또한 공인노무사가 유일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회보험 대리업무도 그것이 업무제한이 없는 비독점적인 업무라고 하더라도 행정사법과 시행령에 사회보험 업무대행 등의 근거조항이 없는 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사법적인 판단을 받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5.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근거로 계속하여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전문자격사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다.

위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4+1단계의 판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의미 있는 결정도 아니고 정작 변화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행정사들이 문구 하나를 가지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필자는 이제는 행정사가 공인노무사 업무를 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종지부 찍었다고 선전하는 것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이제 공인노무사 업무를 하기 위하여 공인노무사 자격증까지 취득할 필요가 없다고 선동하고 있으며, 오히려 행정사 자격증이 더 넓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자격사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이 노동존중사회를 지향하고 노동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공인노무사의 위상과 역할도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공인노무사 시험이 치열해진 점도 있으나 이제는 기회의 사다리가 많이 없어져 반대급부로 공인노무사 시험이 어려워진 점도 있다.

작년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률이 응시인원 5,269명 대비 303명 합격하여 5.8%의 합격률을 보였다. 2차 논문형 시험이 있는 시험의 합격률이 5.8%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난관인지 직접 응시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런데 이미 35만명이 공무원 등 경력을 이용하여 손쉽게 행정사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앞으로 장차 100만명의 취득이 예상되는 행정사 자격증으로 5.8%의 합격률을 보이는 공인노무사 자격증과 거의 동질의 업무를 하겠다고 한다면 이것이 과연 공정사회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시험에 합격하기 위하여 씨름하는 수많은 청년들을 농락하는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6. 특권과 반칙으로 기회의 사다리를 훼손하고 파괴하는 행위는 막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쯤에서 공정사회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기회의 사다리는 많아야 할 것이며, 그 기회의 사다리를 오름에 있어 과정이나 결과는 평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려운 관문을 거쳐서 기회의 사다리에 올라온 자에게는 그만큼 공정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행정사들이 이러한 기회의 사다리로 오르기 위한 관문을 무시한 채 손쉽게 기회의 사다리 꼭대기에 점핑해서 올라가 어렵게 기회의 사다리를 올라온 자들을 비웃고 있다. 필자는 공인노무사와 행정사간의 분쟁을 보면서 도를 넘어 공정사회의 가치와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들을 목도하였으며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더 이상 얼마 남지 않은 기회의 사다리를 반칙과 특권으로 침범하고 종국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는 막아야 한다.

여담으로 행정사들이 이미 고소장을 작성할 수 없음은 헌법재판소, 법원 등 사법기관을 통해서 만천하에 수차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서 앞에서 버젓이 고소장을 작성할 수 있다고 간판을 내건 것을 보면서 대담하다고 생각하였다. 아마 그들은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대서업무를 통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결론이 난 부분에 대해서도 여전히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공인노무사 직무는 얼마나 우스워 보일까 생각이 든다.

전문자격사는 국가에서 그 업무범위를 인정해준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본인들 자격증을 가지고 무슨 업무를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조차 몰라서 행정기관에 질의를 하고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받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하는 그러한 행동들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면서 1,000건 이상 중에 하나라도 얻어걸리면 승리했다고 자축한다. 그런데 이러한 행태는 정작 본인들이 하는 업무가 법 위반사항인지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과연 품위를 지켜야 할 전문자격사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낱 법제처 유권해석과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방패삼고 국민을 위한다고 선전하면서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닌 것이다. 이는 엄연히 전문자격사법을 위반하는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쨌든 공인노무사와 행정사의 분쟁은 입법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결론이 안 나는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다. 험난한 여정이 있겠지만 이제 지루하게 돌고 도는 공인노무사와 행정사간 분쟁의 뫼비우스의 띠를 끊고 기회의 사다리를 보호하고 훼손된 공정사회의 가치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대리권지킴이센터장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우룰ㅇㄹ 2020-03-27 22:14:53
행정사가 뭐지 첨 들어봄

법률해석 2020-03-27 15:05:56
행정사의업무는 대서.대행뿐만 아니라 "대리"도 있습니다.
"행정사법 제2조((업무) 제1항 5 호 : 인가ㆍ허가 및 면허 등을 받기 위하여 행정기관에 하는 신청ㆍ청구 및 신고 등의 대리(代理)"
아예 혼동하지 말라고 한문으로도 법령에 못 박혀 있네요.
고용노동부는 행정기관이고요. 노동관계법은 행정관련 법령이고요.
사물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전문자격사라 할 수 있습니다.

ㅇㅇ 2020-03-26 23:54:26
행정사가 다른 전문직처럼 위상을 높이려면 수험생들한테 진입할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함. 지금은 대서,대행이 주업무이다보니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매력을 못느낌. 하다못해 행정사만이 '비중있게' 할수 있는 독자적인 영역의 필요성을 느낌. 이번에 행정기본법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행정사의 위상이 조금이나마 올라가겠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 그리고 추가적으로, 토익700~800의 자격제한도 좀 두었으면... 요즘같은 글로벌 시대에 문서를 대행,대서하는 직업이 영어를 안쓸리가 있나. 세계화의 기준에 발맞춰야지.

12 2020-03-25 14:13:23
헐 행정사 민간자격인 줄 알았는데
노무사와 겨루네

새벽5시 2020-03-24 05:19:24
행정사의 업무는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대행.대리..
공인노무사의 업무는 노동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대행.대리..
서로가 업무가 중복되네요.
너무나 명확한 사실인데.
이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나 보네요.
중복되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라.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