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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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림의 떡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0.03.20 10:0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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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총선 공약으로 방통대·야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로스쿨 제도 도입을 주도한 입장에서 민주당이 그간 로스쿨 제도와 관련한 이슈들에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겠다.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에 비례해 커지고 있는 신분이동, 공정한 사회에 대한 국민들, 특히 청년층의 갈망을 표심으로 끌어오려는 전략이겠지만 막상 여론은 그다지 긍정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민주당의 공약이 발표된 직후부터 사법시험 부활이나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물론 로스쿨 측에서도 반대 의견을 쏟아냈다. 개인적으로는 다양성 확보 및 전일제 주간 로스쿨이 포용할 수 없는 직장인 등에게 문호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방통대·온라인 로스쿨 도입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본다.

다만 현행 전일제 주간 로스쿨의 현황과 방통대·야간 로스쿨 도입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실효성에 대해 회의가 든다. 첫 번째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이념을 방통대·야간 로스쿨 교육을 통해 얼마나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는 그간 방통대·야간 로스쿨 도입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이미 수없이 언급된 부분으로 현 전일제 주간 로스쿨에서도 충실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대·야간 로스쿨의 교육은 더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특히 실무교육이 문제다. 방통대·야간 로스쿨에 진학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의 경우 주중에 장시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일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충실한 실무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두 번째로 로스쿨의 높은 진입장벽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할 수 있다. 민주당의 도입안에 따르면 방통대에 100명, 야간 로스쿨에 100명 등 총 200명 이하로 입학 정원을 제한하고 방통대의 경우 현행 로스쿨의 4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으로 등록금이 책정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먼저 민주당의 도입안에는 입학 전형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입학정원을 소수로 제한하는 상황에서 방통대·야간 로스쿨이 도입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려면 현행 전일제 주간 로스쿨과는 다른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각종 스펙과 리트 성적, 학점 등의 정량적 평가 요소에 대한 검토와 재고가 선행돼야 하며 정성적 요소의 비중을 늘리는 경우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행 로스쿨 입시에 대해 학벌과 나이 등의 요소가 사실상 공고한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는 비판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등록금 문제도 제도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요소다. 현행 로스쿨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간 로스쿨의 등록금이 현행 주간 로스쿨보다 저렴하게 책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야간 로스쿨은 소득이 많은 전문직 종사자의 전유물이 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상의 우려에 현행 변호사시험의 저조한 합격률까지 고려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현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응시자 대비 50% 수준이다. 저조한 합격률로 인해 로스쿨 교육은 변호사시험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사교육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3년간의 로스쿨 교육을 마치고도 5년간 5회라는 응시제한에 걸려 법조인이 될 기회를 영구적으로 상실한 오탈자도 계속 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통대·야간 로스쿨을 강행해봤자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누구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법조의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번 방통대·야간 로스쿨 도입안은 그 해답(解答)이 아니라 더 큰 문제를 양산하는 해답(害答)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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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장학금 2020-03-22 01:14:54
그렇다 전세계 유일한 엄격한 총정원제한의 로스쿨이지만 장학금제도와 취약계층 특별전형이 있기에 공정하고 서민들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마치 양극화와 부의 세습이 가속화되어 가지만
기초생활수급제도가 있기에 우리 사회는 공정하고
서민에게 열린기회의 사회인것 처럼
일제 강점기 이후 로스쿨 인간들 만큼 탐욕스러운 기득권들이 이땅 위에 존재 했었을까?
by 로스쿨 of 로스쿨 for 로스쿨은 궁극적으로 로스쿨의 특권화와 나의 특권유지를 위한것

기회균등 2020-03-20 16:54:19
지금 방통대생들에게 현장 실무교육 따로하면
방통대 로스쿨보다 교육기회가 골고루 주어지고

지금 법대생들에게 현장 실무교육 따로하면
현행 로스쿨보다 충실한 법학교육이 가능한데

굳이 ‘돌연변이’ 로스쿨의 틀에 얽매이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회독점 조국스쿨 청산하고
기회균등 법대•사시 살려내라!

아웅 2020-03-20 16:06:24
2016년도 방통로 설문조사 당시 그대로 갔다면 방통로도 야간로도 환영받았을 것이다. 졸업정원제를 시행했고, 실무교육을 어떻게 할거냐고 고민하는 척 하며 흐지부지시켰지만, 방법은 여러가지 있었다.주말을 이용하여 변협, 법원과 연계하여 하루 8시간 씩 3개월 씩 수습과목을 하는 등의 방안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로스쿨의 행태는 황금이무기를 용으로 둔갑시키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다고 보여진다. 이 작금의 사태를 중단하고 사법시험이나 예비변호사시험제도를 시행하여 바로잡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장난하냐? 2020-03-20 11:13:09
정책을 만들려면 진정성있게 만들어야지 야간 방통대 로스쿨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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