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54)-정치중독(政治中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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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54)-정치중독(政治中毒)
  • 강신업
  • 승인 2020.03.2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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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중독의 폐해를 말하자면 마약중독을 빼놓을 수 없다. 마약에 한 번 빠지면 벗어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중독성이 비교적 약하다고 하는 담배도 끊기 어렵다는 걸 생각하면, 중독성이 그보다 훨씬 강한 마약에서 벗어난다는 건 그야말로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중독이라고 하면 술이나 약물과 같은 물질이 몸속으로 들어가 나타나는 현상을 생각하지만, 중독의 개념은 약물중독뿐 아니라 행위중독으로도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행위중독은 정신의학에서는 비물질 관련 중독 장애의 하나로 술이나 마약과 같은 물질을 섭취하지 않지만 물질 관련 중독 장애에서 나타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내성, 금단증상 및 의존성이 있고 이로 인해 이차적인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행위를 지속하는 상태다.

행위중독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도박중독이다. 도박이란 ‘불확실한 결과에 돈을 걸고 하는 내기’를 말한다. 그런데 도박은 인간의 본성 속에 들어있는 사행성의 발로인 까닭에 인간 삶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또 합법적인 도박도 있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가히 ‘도박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도박에 경도되어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도박이 크게 유행하면서 최근에는 여성 중독자의 비율이 늘고 있고 심지어 청소년들도 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도박중독보다 더 무서운 행위중독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정치중독이다. 정치에 중독되면 마치 캠퍼스증후군 유사의 행동을 보인다. 선거철만 되면 출마를 한다고 주위에 설레발을 치는 중독자들이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호사인 어떤 인사는 실제 본선에는 한 번도 나가지 않았으면서도 총선철만 되면 빠짐없이 예비후보로 등록한다. 그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걸 두고는 사실은 그런 방법으로 자신의 사무실을 선전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으나 그보다는 오히려 정치중독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제삼자가 보기에 전혀 당선 가능성이 없는데도 친지나 주위 사람들에게 큰 민폐를 끼쳐가며 어울리지 않는 출마를 계속하는 것 역시 정치중독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정치중독은 무서운 병이다. 여기에 잘못 걸려들면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가산을 탕진하고 주위에 사람들로부터 고립되고 끝내 신세를 망친다. 심지어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정치중독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기성 정치인이나 정계의 문을 두드리는 정치 지망생들 말고도 정치병에 걸린 일반인들이 많다. 이들 정치병 환자들은 어떤 정치적 현상이나 사건을 그 자체로 접근하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프레임과 패러다임을 들고 자신들 입맛대로 재단하고 해석한다. 정말 심각한 건 이들은 특정 성향에 심하게 편향돼 있어 합리성과 객관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데도 스스로 정의의 사도를 참칭한다는 것이다.

정치중독자 중에는 사실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정치에 대해서 논쟁을 펼치고 같은 처지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관심을 얻는 것으로 자신의 열등감을 메우려 한다. 때문에 정치병 환자들은 대부분 피상적인 거대담론이나 타 진영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감의 표출 등 장소나 상황과 무관하고 일상과도 거리가 먼 대화에 함몰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상대가 특정 성향이라는 이유로 이를 타도의 대상으로 매도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신의 정치성향을 남들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더 나쁜 경우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반대하는 인물이나 단체, 또는 계층이나 지역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그것을 마치 정의나 애국으로 포장한다는 사실이다.

정치는 어디까지나 삶을 위한 것이다. 삶이 정치를 위한 것이 되어서 안 된다. 그것은 후보자에게도 유권자에게도 적용되는 양보할 수 없는 진리다. 그래서 정치에 중독되거나 정치병에 걸려서 일상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말을 명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 그러나 중독되지는 마라!’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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