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시험일정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이로 인한 전대미문의 민생·경제 쇼크가 블랙홀이 되는 가운데 국가공무원 공채 일정도 예측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지금 시험일정 잠정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코로나19가 진정세로 돌아서야 한다는 전제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로 줄어들며 진정세로 접어드나 했더니 또다시 신규 확진자가 ‘세 자릿수’로 늘어나고 있어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다. 최근에는 한사랑요양병원 무더기 확진과 서울 신도림동 콜센터와 성남 은혜의 강 교회를 중심으로 수도권의 산발적 집단감염이 확산되는 추세다. 교회, 요양 시설 같은 다중이용 시설 또는 집단시설은 언제 어디에서 무더기로 확진 사례가 터져 나올지 가늠하기 어려운 곳이다.
코로나19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의 원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원장이 참석한 13일 수도권 병원장 간담회에 함께 있었던 김강립 차관 등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원장과 6일 회의를 한 은수미 시장 등 성남시 간부들도 한때 격리되기도 했다. 방역당국이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17세 고교생에 대해 코로나19 검사 결과 최종 ‘음성’ 판정을 내렸지만, 그의 정확한 사인은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바이러스 유입 양상도 달라졌다. 해외에서 들어온 확진자 중 절반이 유럽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대륙별 사정이 언제 바뀔지 모를 일이다. 오늘로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두 달이 된다. 감염은 끊이지 않는데 치료제와 백신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 이제 장기전 태세를 갖춰야 할 때다.
이처럼 코로나19 공포와 악영향이 사회 전반과 국정, 시민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지만, 수험생들의 시계는 나 몰라라 째깍째깍 가고 있다. 아무리 불가피한 일이라 해도 시험일정이 정상적인 일정보다 2개월 이상 미뤄지면서 수험생뿐 아니라 인사혁신처와 학원들도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닥치게 됐다. 특히 수험생들은 시험일정이 기약 없다 보니 동기부여도 잘 되질 않는 탓에 공부량도 줄고, 생활리듬도 무너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불확실한 시험 일정에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컨디션 난조에 빠질 수도 있다. PSAT에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수험생들의 경우, PSAT에 별다른 구애 없이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공부할 수 있는 소위 ‘PSAT형’ 수험생보보다 불리하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1차시험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1차와 2차의 간격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는 것이 중요하다. 재난과 위기는 늘 우리 마음을 뒤흔든다. 우리가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통제할 순 없지만, 그 일에 대한 감정은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극복할 수 있다. 감염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은 피할 수 없지만, 그로부터 야기되는 우리 내부의 반응인 불안, 공포, 짜증, 혐오 등 부정적 감정은 스스로 조절하고 관리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감염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심리방역’이 중요한 이유다. 활동의 제한으로 수험생활 리듬이 흐트러지기 쉽지만, 그래도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가벼운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활력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깨는 것이 규칙적인 생활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또한, 수험생들 커뮤니티에 들락거리며 불확실한 정보에 노출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불안은 끊임없이 정보를 추구하게 하지만, 불확실한 정보는 오히려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어렵게 한다. 커뮤니티에 백 번 들어간다고 해서 내게 필요한 정보가 백번 얻어지지 않는다.
혼돈의 시기일수록 눈(雪)을 퍼서 우물 채우는 심정으로 차분히 준비해야 밝은 내일을 내다볼 수 있다. 시시각각 올라오는 코로나19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현시점에서 묵묵히 자신의 계획에 맞춰 흔들림 없이 잘 실행하는 것이 합격의 중요한 열쇠다.
